몹시 무더운 날이 계속되니까 햇볕은 뜨겁지만 습도가 높아서 방안에는 축축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에어컨 밑에서는 시원하지만 끄면 곧바로 습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운동이라도 해서 땀을 흘리면 개운해질 것 같아서 밖으로 나오면 그냥 있어도 몸에서 땀이 흐리니 운동도 포기하고 다시 집안 에어컨 밑으로 돌아온다.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고 벌써 글쓰기 연습을 안 한 지가 오래되었다.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글쓰기는 막노동과 같아서 그냥 몸으로 해야 된다는 것이다. 노동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말고 하다가 보면 저녁이 오고 그러면 품삯을 받듯이 글쓰기도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늘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서 노동하듯이 하는 단순한 것이 글쓰기 요령이라고 한다. 현재 글쓰기는 방학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휴학을 했는지 쓰지 않고 있으며, 쓰기도 싫고 쓸려고 해도 소재도 생각나지 않으면서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얻을 마음이 없다. 오직 글쓰기 연습에 몰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시도치 않고 그냥 더우면 냇가에 가서 물질하면서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 지역에 있는 문인 협회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가입하기 위해 아는 지인을 통해 지역 문인 협회를 소개받아 찾아가니까 작품을 한편 제출하면 심사해서 가입 여부를 통보하겠다고 했다. 매일을 통해서 작품을 제출하고 얼마 지니지 않아서 회원 가입 허락을 받았다. 가끔 모여서 글 쓰는 사람들끼리 생각이 나 마음을 공유하면서 교류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그러던 중에 지역 문인 협회에서 문학캠프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글쓰기 연습도 잘되지 않는 차에 좋은 기회이고 어떤 자극이나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궁금했다. 지역에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니까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 준비할 것도 없이 그냥 정해진 장소에 시간에 맞게 참석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캠프를 시작하는 날도 더웠다. 시간을 맞추어서 가니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아는 사람도 몇 사람 보였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문인 협회를 오래전부터 했던 사람들은 반가워서 서로 인사하고 시끄러울 정도로 대화하고 있지만 나는 한쪽에서 시작되기만 기다렸다.
문학 캠프 첫 시간은 전통 떡 만들기였다. 캠프하는 장소는 조선시대 음식에 관한 책을 최초로 쓴 분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기념관 겸 체험 교육원이다. 전통 떡 만들기 실습실에는 잘 준비된 조리기구와 재료까지 있었다. 강사의 능숙한 강의도 돛 보였고 문인 회원들이 친교도 하면서 만드니까 신기하고 재미있고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실습이지만 강사의 말을 놓치지 말고 잘 들어야 보조를 맞출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간단한 캠프 시작 기념식을 하고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인근에 이름 있는 시인이 초청 작가였다. 시인은 본인이 쓴 여섯 번째 시집을 위주로 강연을 했다. 시인이 초대 작가로 온 것은 오늘 참석한 회원들의 문학 장르가 대부분 시라는 것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회원들의 이력이 적힌 팸플릿을 보니까 거의가 시를 쓰는 회원들이다.
특별한 것은 초대 작가나 참석한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와 시인이 있었다. 지금 캠프를 하는 지역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해방 직후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나막신”이라는 작품을 쓴 이병철 시인이다. 해방 전후에 작품 활동을 하다가 월북한 시인으로 이곳에서는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막신이란 시를 처음 접했지만 느낌이 왔다.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의 끝나고 회원들의 친교를 위해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강사가 나와서 시작했는데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오락게임과 흡사했지만 텔레비전에서 보기만 하다가 내가 막상 해야 되니까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과 손뼉도 치고 게임 룰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내 얼굴 표정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무표정이나 근엄하게는 못하겠고 즐겁고 웃는 얼굴을 해야 하는데 그 모양이 나오질 않아서 의도적으로 하려니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표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니까 더 이상해져서 손발이나 몸이 무척 어리둥절해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즐거워야 할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눈을 마주치기 싫은 강사가 가고 나서야 평상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모든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개성 있는 사람들이었다. 농사하는 사람이 많았고 퇴직한 사람도 많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었고 좋아하는 시를 쓰면서 마음 맞는 사람과 이렇게 어울려 살고자 하는 분들이다. 이 중에는 시집을 냈다고 소개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지역 문학에 한두 편의 시가 실린 사람들이다. 문학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친교가 즐거운 사람들이다. 이분들이 지역에서 문학에 관한 행사를 주관하면서 지역 문학의 명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이다.
밖은 너무 더운 날이지만 시원한 실내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캠프는 시간이 빨리 갔다. 캠프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먹고 나니까 잠시 휴식시간이 있었다. 교육관 밖으로 나오니까 아직도 숨이 막힐 정도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문학캠프는 이곳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도 일정이 있었다. 저녁시간은 다시 진지한 문학에 관한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잡혀 있었다. 교육관 주변을 간단히 산책을 하고 다시 모임 장소로 들어갔다. 토론장에는 의자와 탁자가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탁자 위에는 술과 음료 그리고 안주도 같이 놓여 있었다. 술이 있어야 마음에 있는 말이 나오고 진지한 토론이 된다는 말을 곁들이면 토론이 시작되었다. 술은 많이 먹는 사람이 있고 전혀 먹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나이들이 있어서 술을 조심하는 것이 느낄 정도로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서 다시 자기소개와 문학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분위기가 자유롭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인 만큼 여러 가지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 대다수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글 쓰는 이야기나 시에 대해서는 거의 하지 않았다. 문학을 좋아하는 동기나 글을 쓰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나름의 문학적인 소견을 듣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거의 없었다. 현재 살고 있는 것이나 살아온 것에 대한 소개에 취중 하는 것이 문학 모임이 아니라 친교의 자리에 가까웠다. 술을 좋아하는 몇 사람은 새로운 사람과 술을 할 수 있는 자리는 될 수 있었다. 저녁 늦게까지 술자리가 계속되었다. 저녁 문학 토론장은 낯선 사람과 낯선 장소에서 색다르게 한잔하는 자리였다.
그래도 정해진 숙소로 돌아오면서 좋은 생각만 했다.
순수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문학을 좋아해서 시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전문적인 시인이 아니라 좋아해서 하는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사귀려고 나온 사람들이기도 했다.
다른 면에서는 시로 아니면 문학으로 본인을 나타내고자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문학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온 것은 유명해지는 것만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 자기만족을 위해 온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소위 문단에 등단을 하면, 시 쓰는 사람이라고 남들이 알아주거나 기억되고 싶은 소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세상에 나서 그냥 죽기는 아깝고 마지막에 시집이라도 한 권 내어서 자손이나 이웃에 보여 주는 작은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면서 순수한 시인들이다.
밤은 깊어 간다
숙소를 많이 준비했지만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돌아가 다음날 아침에 오는 사람이 있어서 숙소가 많이 여유가 있어 혼자서 3인실을 썼다.
무엇인가 얻으려고 온 문학 캠프이다. 그런데 술만 실컷 먹고 가는 격이다. 전통주도 먹고 여러 술과 지역 특산품인 가오리 찜도 원조집에서 만든 것을 먹었다. 문학 캠프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매일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아직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날이다. 그래도 있다면 내일 해가 뜨면 또 부지런을 떨자는 생각은 얻은 것 같다. 우리는 원래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못 이루고 마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인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늦게 들었다. 잠들 때까지 아직도 열대야로 무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