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by 안종익

운도 좋지만 무식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사업 스타일로 크게 사업을 일으킨 동향 선배가 있다.

하루는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다.

“지금 잔디 맨다”면서 바쁘다는 답이 왔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별장에 잔디를 손질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바쁘다고 하니까 전화를 다음에 통화하기로 하고 끊었다. 무슨 별장에 잔디 손질을 하는데 전화를 받기 불편할 정도로 바쁜 일인가 생각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지나서 다시 연락이 되어서 그때 기분을 전한 적이 있다. 그 선배의 대답은 별장의 잔디가 아니라 골프장에서 골프 치고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골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나 쳐 보지 않았으니까 전혀 연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통 밭에 잡초를 제거하는 것을 “밭을 맨다"라고 하다.

그런데 이 선배는 10년 이상 골프를 했지만 아직도 초보 수준이라는 소문이 있다. 10년이 넘어도 신경 쓰지 않거나 연습을 안 하면 매 날 골프 실력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젊어서 골프를 할 기회가 없었고 또 하려고 마음도 먹지 않았다. 그러던 골프를 나이 들어서 시작을 했으니까 잘 칠 수가 없다. 땅으로 굴러가거나 바로 앞에 떨어지는 것이 비일비재하고 잘 맞은 것은 엉뚱한 곳으로 가고, 한번 골프장 가면 공이 수십 개 필요하다.

힘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되지 않는 것이 골프이다. 도리어 힘을 빼라고 하는데 실제 힘을 빼면 오히려 더 가지 않는다. 힘으로 될 운동이 아니라 자세와 요령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벌써 몸이 굳어서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작은 사람도 멋진 자세로 휘두르면 멀리 가는데, 아무리 힘을 써도 멀리 가지 않고 앞에 떨어질 때는 차라리 치마라도 입고 레이디 티에서 치고 싶다. 거기 가도 잘 쳐야 비슷하고 앞설 실력은 아니다. 고개, 허리, 다리와 자세에 신경 쓰고 눈은 공을 보고 남들이 하듯이 해보지만 내 생각대로 가지 않는다. 잘 치는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자식과 골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사실 골프는 운동으로 생각하면 경제성이 없는 운동이다. 오랜 시간 동안 운동을 하지만 그 걸린 시간만큼 다른 운동에 비해서 운동량이 나오지 않는다. 그 시간에 등산이나 다른 운동을 했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도 사업이나 사교를 위해서는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경제적으로도 비용이 많이 들면서 술자리나 유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나마 운동한 것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골프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사람 만나기나 시간 보내는 일이다.


골프 가기 전날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비라도 와서 취소되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현재 실력이다. 골프가 재미있다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은 오랫동안 친 사람이나 연습해서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골프가 잘되지 않으니까 재미도 없고 골프장에 가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것이다. 골프공이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다면 골프가 싫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원인이 늦게 시작해서 본인의 골프 실력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잘 치고 즐거운 골프는 오래 시간을 했기 때문에 잘 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시간이나 연습을 생략하고 남들과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은 무리이다. 무리를 인정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연습은 하기 싫고, 연습해도 시간이 아까운 마음이 들어 골프 안 하고, 다른 즐거운 것이나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고민도 여러 번 했다.


골프장에 가는 날 어떤 날은 잘 맞을 것 같고, 본인이 원래 소질이 있는데 늦게 배워서 그렇지만 이제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 상상해보지만 막상 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실력이 나온다. 그때부터 의욕 상실과 재미가 없어진다. 골프 치는 것이 재미없는 운동이라 생각되니까 18홀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고, 칠 때 뜻대로 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스트레스가 된다. 못 치는 나를 다른 사람이 주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공은 더 주눅이 들어서 되지 않는다. 잡초 없이 푸르게 잘 가꾸어진 잔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날은 도망간 공 찾아 숲 속을 여러 번 헤맨다.

어느 방향으로 그린에 올릴 것인가를 생각하거나 얼마 남았으니까 무슨 채로 칠까라는 고민보다는 공이 맞을까 고민하면서 맞아도 곧바로 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짜증 난다. 몇 번 같은 실수를 하면 골프장에 다시 오기 싫어지고 시간이 아까워지는 것이다.


중세 서양에서는 잔디정원의 크기가 그 사람의 부와 권력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만치 잔디를 가꾸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어지간한 재력이나 힘이 없으면 잔디정원 조성하지 못한다는 말과도 같다.

골프는 중세의 잔디 정원보다 더 좋은 잔디밭을 걸으면서 운동하니까 고급 운동이다. 골프는 못 쳐도 잔디만 밟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서로 웃으면서 하는 골프를 명랑 골프라고 들었다. 골프 실력에 관계없이 웃으면서 잔디를 밟을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나가야 한다. 그런 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가고 싶지만 누구와 가도 은연중에 비교되기에 그런 분이 별로 없다.

푸른 잔디밭을 여유를 가지고 한없이 걷는 것이 골프의 참 멋일 것 같다. 아직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옆에 치는 사람의 골프공이 어디 가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골프장에 멋나게 하고 좋은 차 타고 와서 자신 있게 골프를 즐기면서 운동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고, 나이 들어도 세련되고 구력이 있어 보이는 분들은 잘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골프장에 여유 있게 즐기면서 폼 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로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골프 잘 치는 사람에게 관심이 쏠리고, 이성의 눈길도 많이 받으면서 운동하는 것이 즐거운 인생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의 우선은 어느 정도 실력이 되어야 한다.

인생을 폼 나고 재미있게 사는 것도 좋지만 의미 있는 무엇을 추구하고 사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면 골프는 잘 치지 못해도 된다는 또 하나의 핑계가 된다. 골프를 잘 못 치니까 그것을 합리화시키려고 별의별 생각도 해보기도 했다.


골프는 이제 대중화가 되어서 더 이상 귀족 스포츠나 특권층의 운동이 아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벌써 대중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런 운동을 너무 어렵게 볼 필요도 없고 비싼 운동으로 치부할 필요도 없이 그냥 즐기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운동하면 된다. 너무 많은 시간을 이것에 허비할 필요 없이 한 달에 몇 번만 나가면 되지만, 문제는 실력이 되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연습장에 가보면 허접하고 엉성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나보다 비거리가 월등히 높은 것을 보면 이 또한 골프를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골프를 남들과 비슷하게 치는 날이 올 때까지는 늘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저 명랑 골프라고 해서 타수에 관계없이 즐기는 골프를 하려고 마음을 먹지만, 막상 잔디에 올가 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이런 말이 골프 잘 치기 위해서는 맞는 말이지만, 골프에 그렇게 목을 매고 살 일도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면 다시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다.

지금 생각은 어느 정도 칠 때까지 그런 마음이 오락가락하다가 그때가 오면 또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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