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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n 02. 2023

아테네에서 외로움이 찾아왔다

아테네는 고대의 유적을 떠올리면 누구나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이다.

지도를 보면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지중해만 건너면 아테네에 도착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막상 배편으로 가려고 하니까 가는 배는 있지만, 여러 곳을 들리고 시간도 정확하지 않다고 하였다. 서로 역사적으로 좋은 사이가 아니어서 배편이 많지 않아서 불편하고 고생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항공편을 선택했는데, 비행기도 곧바로 가지 않고 이스탄불을 거쳐서 아테네로 들어갔다. 


보통 처음 여행지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것이 어려웠는데, 숙소를 예약할 때 앱으로 숙소까지 공항 택시를 예약했었다. 앱을 통해 공항에서 택시 기사가 내 이름을 종이에 써서 들고 있기로 했다. 그런데 공항에 내리니까 아무리 봐도 내 이름이 없었다. 내가 내린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 낯선 공항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은 여기저기를 찾았다녔다. 한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처음 내린 곳에서 기다렸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공항에서 오래 기다렸다. 

그때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다. 직감으로 택시 관계자의 전화인 것 같아서 받아서 옆에 있는 착하게 생긴 여자분께 전화를 받아 달라고 본능적으로 주었다. 한참을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더니 여기서 10분만 기다리라고 손가락을 10개 펴 보여 주었다. 그 열 개의 손가락이 30분을 기다렸다. 그래도 늦는다는 생각보다는 안 오면 다른 방법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쯤에 내 이름을 쓴 종이를 든 사람이 나타나서 어렵게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정했는데, 불편한 것이 많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곳에서 살아남아 성공하는 사람은 능력자이거나 우수한 인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환경에 눈치 빠르게 잘 적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의 성격은 “다정”한 사람일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인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를 구경하려고 아침에 나갔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역시 구글 지도를 보고 숙소에서 아크로폴리스까지 가는 길을 지도상에서 익혔다. 

숙소를 출발해서 기억 속의 도로 교차로를 몇 개 지나 돌아서 계속 가니까 큰 광장이 나오고, 곧바로 가니까 아테네 시청이 나왔다. 아테네 시청이란 어떤 표시도 읽을 수는 없지만 감으로 앞에 광장이 있고, 같은 대리석 건물이지만 시청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곳까지 구글 지도에서 본 것과 일치했고 계속 직진하니까 성당이 나오고 다음에 도서관이었던 곳이 나오면서 위쪽에 보니까 높은 언덕에 오랜 건축물이 보였다. 아마 그곳이 아크로폴리스인 것 같았다. 

입구를 지나 처음 보이는 곳이 원형 경기장이다. 이곳을 히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라고 하고 아직도 이곳에서 공연이나 음악회를 연다고 한다. 


다음에 나오는 것은 아마도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문에 해당하는 곳인데, 원형이 보존되지 않고 계속 보원 중이다. 

한참을 올라가니까 그 유명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보였다. 예부터 그림으로 많이 보아서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리 중이지만 그 기둥의 크기만 봐도 규모가 엄청난 석조건물이다. 그런데 그 수리를 10년째 하는 중이라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을 보는 기분은 지금까지 자주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다. 

바로 앞에 있는 신전이 에레크테이온 신전인데 여신들이 기둥에 조각되어 받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 모든 것을 아울러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언덕 위의 도시”라는 뜻이다. 아테네 시내가 모두 보이는 곳으로 전망이 좋아서 세계에서 대표적인 아크로폴리스가 이곳이다. 


다시 돌아올 때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수산물만 파는 시장도 보고 청과물 시장도 구경하면서 여유 있게 돌아왔다. 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시내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또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곳곳에 있다.

구걸하는 사람 중에 어린 여자아이와 같이 구걸하는 모녀가 보여서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다 주고 왔다. 일단 오전에 잘 찾아다닌 것에 대한 감사와 아테네 여행이 잘 되기를 바라고 모녀에게도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랐다. 


시청을 지나서 광장에 와서는 길에 찾는데 자신이 생겨서 오던 길로 가지 않고 지하상가로 내려가 올라갔다. 물론 내가 생각한 곳으로 나왔는데, 지상으로 올라가니까 전혀 생소해 보이고 처음 보는 곳이다. 이 광장은 차가 다니는 곳만 6 거리이고 사람만 다니는 곳을 합하면 8 거리 광장이다. 당황이 되어 광장을 2바퀴나 돌아도 다 비슷해서 알 수가 없었다. 만일에 다른 곳으로 가면 헤매다가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시 광장을 돌면서 길마다 유심히 보면서 돌았다. 그런데 멀리 내가 동전을 준 아주머니와 어린 딸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길로 왔으니까 이제는 지하로 들어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가니까 오던 길이 생각이 났다. 작은 동전 몇 개가 단번에 효과를 본 것이다. 


오후에도 오전에 갔던 길로 가서 아크로폴리스가 올려다 보이는 성당 부근에서 길거리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는 주변 식당 안에서도 악사들이 손님들을 상대로 연주하고 있었고, 악사들은 연주하고 손님들은 식사하면서 흥이 나서 춤을 추니까 대낮이지만 흥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식사하면서 남자들은 음료 대신에 간단히 맥주 한 컵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큰 잔에 마시는 사람도 있다. 여행은 먹는 재미도 한몫하는 것이다. 


아테네는 시내 곳곳에 대리석 건축물이나 대리석 유적이 흩어져 있었다. 대리석에 조각하거나 건축한 것은 자신들의 흔적을 영원히 기억되면서 보존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단단한 대리석 건축물도 온전히 보전된 것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정교한 조각들도 몇 점이나 완전하게 보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아고라 광장의 봄볕이 따가울 정도이다. 이제는 그늘이 더 좋아지고 있는 계절이 왔다. 박물관 앞의 의자에 서로 의지해서 앉아서 졸고 있는 노부부가 보인다. 

걸어 다니는 여행이 피곤할 수 있는 연세인 것 같다. 늙은 부부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가득한 하루의 석양 무렵이다. 모두가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다. 

석조로도 영원히 보존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영원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봄볕을 피해서 그늘에서 조는 노부부의 보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다음 날에도 아테네의 유적지와 사람 사는 구경 하다가 다음 여행지로 갈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다음갈 곳의 항공권과 숙소를 정해 놔야 지금 여행이 더 즐거운 것이다. 

일단 카드를 국내 전화번호로 로밍을 했으니까 예매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항공권을 앱으로 예매했다. 잘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결제가 되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국내 카드사에 전화하니까, 그 카드사는 문제가 없는데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했다. 더 진행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다른 방법을 택했다. 현지 여행사에 가서 예매하는 것이다. 어렵게 여행사를 찾아가니까 가능하다고 답변이 왔다. 쉽게 해결이 될 것 같아서 한참을 기다리니까 결재하자고 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앱에서 본 예매 가격보다 3배를 더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 가격이 아니라고 NO 하면서 내가 종이에 가격을 적어 제시하자, 거절한다. 그래서 다른 여행사를 찾아갔지만, 그곳도 마찬가지다. 여러 곳을 거쳐서 한 곳에 가니까 10유를 더 주고 예매할 수 있었다. 숙소는 앱으로 잘 해결되었다. 다음 행선지가 해결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랐을 때 보았던 산이 있었다. 루카베트스이라는 작은 산인데, 아테네 어디서나 잘 보였다. 그곳에 올라가려고 무작정 산꼭대기가 보이는 방향으로 갔다. 한참을 가니까 건물에 가려서 산은 보이지 않았지만 감으로 방향을 찾아갔다. 길을 찾아 계속 올라가니까 정상이 나왔다. 정상에 있는 교회는 흰색으로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 것 같다. 

루카베트스 산에서는 아테네가 모두 보였다. 아테네의 바다나 동서남북이 모두 보이는 곳을 찾고 싶으면 이곳에 오르면 된다. 햇볕도 따뜻하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아크로폴리스가 눈 아래 보이는 곳에서 오래 머물렀다. 눈으로만 보는 여행이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가 있는 여행이기도 하다. 

올라오는 사람들 중에 나이 든 부부 관광객이 많았다. 이들은 트랩을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그렇게 나이 든 부부가 같이 여행하는 것이 보기도 좋았고, 서로 배려하면서 바쁘지 않게 다니는 것 같다. 같이 살면서 나이 들어 서로 의지하면서 여행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살아온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다.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보니까, 4인 숙소지만 아직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 계속 혼자서 쓰고 있다.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서 잠도 오지 않고 인터넷도 되지 않으니까 할 일이 없다.

갑자기 홀로 하는 여행이 외로움을 느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숙소에 혼자 있는 것이 답답해졌다. 견디기 힘든 외로움에 어디라도 나가야 했다. 

그래서 밤이지만 다시 숙소를 나와 사람이 많은 광장에 가서 사람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밤에도 노래하는 사람과 흥이 남아도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계속 구경하고 있으니까 담배 달라는 사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생기고, 취객이 많아 신변에 위협도 느낀다. 

다시 돌아온 숙소는 잠이라도 들면 좋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허전함과 외로움으로 오랫동안 잠이 들지 않았다. 


그리스 박물관에 가서 비너스 조각상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시 아크로폴리스 밑에 있는 아레오바고 언덕으로 갔다. 

아레오바고 언덕으로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언덕인데 그리스 시대에는 이 언덕에서 중요한 재판이나 회의가 열렸고,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은 곳도 이 언덕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도 바울이 이 언덕에 올라서 당대의 그리스 학자들에게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연설한 언덕이라 해서 순례자들도 많이 오른다.


늦은 오후 한가롭게 아레오바고 언덕 위 바위에 앉아, 저 멀리 있는 리카베스트 산을 바라보다가 바로 위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아래로 보이는 아고라 광장도 내려다본다. 몸은 한가하지만 외롭지 않은 여행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레오바고 바위산은 단단한 대리석 돌로 되어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서 돌이 달아 미끄럽다.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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