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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n 02. 2023

해 저문 카파도키아

여행을 떠나면 다음에 어디 갈지 일정을 정해서 가야 하는데, 일단 이스탄불에 가서 구경하고 다른 나라로 갈지, 아니면 튀르키예의 다른 곳으로 갈 것인지 정하려고 했다. 

이스탄불을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열기구가 타는 카파도키아 선전하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별로 고민하지 않고 다음 여행지는 카파도키아로 정했다.

그곳에 가는 방법을 하루 전에 알아보니까, 튀르키예 국내 항공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아 버스는 터미널 찾기도 어려울 것 같고, 공항을 알고 있으니까 항공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앱으로 보니까 튀르키예 항공이 가장 가격이 저렴했다.

터키 항공권 예약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아서, 국내 여행사로 예약하려고 하니까, 여섯 배 비싼 가격이다.

가격이 너무 차이가 나니까 국내 여행사는 포기했다.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탁심 광장 주변으로 갔다. 광장 주변에는 튀르키예 항공을 취급하는 여행사가 여럿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표시해서 예매했다. 


다음은 숙소인데 여러 앱으로 예약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예약한 항공권으로 일단 카파도키아에 가 보기로 했다.

도착 시간이 오후 7시이니까 숙소를 잡는 것과 카파도키아의 네브쉐히르공항에서 카파도키아의 중심 마을인 괴뢰메까지 어떻게 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은 상태였다. 

출발하는 아침에 일어나니, 다음 여행지에 무사히 들어가 숙소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불안한 생각을 하다가, 여행을 즐겁게 하려고 온 것이지, 걱정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잘 되리라는 좋은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결국은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마음과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고민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떤 일이든지 해결책은 있고,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할 뿐이라는 마음이 들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일단 부딪쳐서 해결하는 것이다.


이스탄불에 묵었던 숙소를 떠나면서 주인과는 인사만 했을 뿐 아무런 인연도 가지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머물렀던 곳에도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다. 

이렇게 최소한의 흔적으로 바람처럼 다니고 싶다. 그래도 좋은 인연이 생기면 거절은 않겠지만, 억지로 만들거나 의도적으로 무관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계속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유목민의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은 집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것의 호기심보다는 익숙한 것이 편하다. 내일이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함이 앞선다. 내 몸속에 있는 유목민의 인자가 발현될 날이 올지 확신이 없다. 


카파도키아를 가기 위해서 사비한 공항에 도착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도착한 네브쉐히르공항은 황량한 들판에 홀로 있는 작은 공항이었다. 공항 주위는 아무것도 없고, 이곳에서 다시 숙소가 있는 괴뢰메 마을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숙소를 정하고 그 숙소에 요청해서 셔틀버스로 가는 것이다. 그런 셔틀버스가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숙소도 예약하지 않았으니 셔틀도 예약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택시에 요금을 물어보니까 엄청나게 비쌌다. 승합차 가격을 물으니 50유로를 달라고 해서, 30유로에 가자고 하니까 절대로 안 된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할 방법은 없고 날은 저물어 가는데, 여기 있는 차들이 다 떠나면 트뤼키예의 황량한 들판 외딴 공항에 남는다는 상상을 하니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말없이 호객행위를 하는 운전자들을 구경했다. 마지막에 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어떤 운전자 눈치가 이상해서 괴뢰메 마을까지 얼마냐고 물었다. 그때도 영어는 “괴뢰메 하우 머치”였다. 운전자가 무엇이라고 대답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첩과 펜을 운전자에게 내미니까 10을 적는다. 다시 “텐 유로” 하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오케이 하고 그 차를 타고 괴뢰메 마을에 왔다.

괴뢰메 마을에 도착했지만 예약한 숙소가 없으니까 숙소를 찾기 위해서는 사람 많은 곳에 내렸다. 


날은 저물어 어두운 밤에 위치도 전혀 몰라서, HOTEL라고 써 놓은 곳은 차례로 들어가 “원 나이트”를 하니까 방이 없다고 하는 곳이 많았다. 이날이 토요일이라 거의 예약이 된 것 같았다. 10집 이상 돌아다니다 보니까 갔던 집에 또 간 것이다. 그 집주인이 불쌍하게 보였는지 여기저기 전화하더니 한 사람이 차로 와서 데려갔다. 그렇게 해 저문 낯선 마을에서 어렵게 하룻밤을 보낼 숙소를 찾았다. 결국은 어떻게 되었지만, 어두운 밤에 머물 곳을 찾아다닐 때 마음은 암담함이 맛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본 카파도키아의 괴뢰메 마을은 기암괴석이 있는 개구쟁이 스머프들이 살던 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암괴석들이 갖가지 모양을 해서 신비스러웠고, 그 사이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인간들이 신기해 보이는 곳이었다.

이곳은 원래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이 들어와서 돌 속에 교회와 집을 짓고 살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이슬람 탑이 하나 보인다. 

벌룬이 유명한 곳으로 그것은 아침 일찍 한번 뜨지만, 일어났을 때는 벌써 벌룬이 떠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시간이었다. 


ATV(산악 오토바이) 투어를 하기 위해 신청을 하니까 숙소로 와서 픽업해, 탈 수 있은 곳까지 데리고 갔다. ATV 투어 하는 장소와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같이 투어 하는 행렬이 가히 장관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었지만 시동을 걸어서 따라가니까 상당히 재미있었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먼지가 너무 많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앞사람만 따라가면 되는 투어이다. 

투어 중에 쉬어 가는 “러브 밸리”는 작은 도자기를 팔면서 그 도자기에 본인들 이름을 넣어서 나무에 걸어 놓은 곳이 있었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이름을 써서 걸어 놓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도자기에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 글로 적어 놓아 모든 나라의 글씨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한글도 쉽게 찾을 수가 있었고, 그런데 각 나라 글씨는 다르지만 중간에 있는 하트 모양의 사랑 표시는 동일한 것이 눈에 띈다. 러브 밸리를 구경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에서 희망과 사랑 그리고 행복이 보이는 것 같다. 그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얼굴엔 환한 웃음과 끊임없이 제 잘 거리고 있다.

도자기 걸어 두는 곳에서 계곡 아래 보이는 바위가 버섯 모양 같지만, 남근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러브 밸리”라고 이름했을 것 같다.


아침에 본 괴뢰메 마을을 저녁에 다시 보니까 불빛이 너무 아름다운 야경이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저녁에 지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볼 수 없었다. 

레드 투어를 하면서 본 스머프 마을에는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다른 곳보다 더 예쁘고 바위 안에서 바깥을 바라본 풍광이 멋진 곳이 있었다. 이곳이 연인들이나 단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소도 있었다. 


그린투어 중 처음 들어간 지하 동굴은 미로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이 살기 위해서 만든 지하세계였다. 앞에 사람을 따라가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고, 몸이 뚱뚱한 사람은 다니기 힘든 동굴이다. 날씬한 사람도 작은 통로를 지나자면 허리를 숙여서 앞사람의 엉덩이만 보고 가는 길이 많았다. 이렇게 답답한 장소도 신앙을 위해서 동굴을 파고 살았던 것이다.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이 만든 거대한 지하 도시가 지금은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그린 투어는 이름에 걸맞게 계곡 투어가 있었다. 아흘라라 계곡은 바위가 절벽을 이루어서 그 규모가 웅장했다. 이보다 더 큰 계곡도 있겠지만, 아직 내가 본 계곡 중에 가장 큰 계곡이다. 계곡이 깊으니까 그 밑에 흐르는 물도 강이 되어서 흐르고 있었다. 그 강을 따라서 트레킹 하는 코스이다.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야도 흐리고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쾌청했다. 

그린투어의 마지막은 셀리메 수도원이다. 바위산을 파고 예배당과 수도하는 방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다. 수도원에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높은 장소였다.


카파도키아의 바위는 보통 머리에 단단한 암석을 이고 있어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머리에 기이한 형태의 바위를 이고 있어도 혼자 서 있으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여러 개 바위가 모양새 있게 서 있어야 주목을 받을 정도로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들이 즐비한 곳이다.

카파도키아에서 며칠 머물면서 유명한 벌룬 타려고 했지만, 날씨가 맞지 않아서 하지 못했다. 마지막 날에는 현장까지 가서 취소되기도 했다. 

카파도키아를 구경하고, 튀르키예는 파묵칼레와 페티예를 거쳐서 안탈리아까지 여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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