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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l 14. 2023

구름에 가린 융프라우

융프라우 시작은 인터라켄이다. 인터라켄은 인구 5천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교통의 요충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융프라우를 찾는 사람은 인터라켄에 온다고 한다.

체르마트에서 2번 환승해서 인터라켄에 도착하니까 공기 속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소목장이 밀집된 곳에서 맡았던 냄새가 난다. 주변은 깨끗한 건물이지만 주변에 목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곳도 산세가 험한 알프스의 골짜기 마을이니까 예전엔 목축이 주업이었을 것 같다.

인터라켄 동역에 내리자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숙소를 찾아서 갈려고 하다가 비가 곧 올 것 같아 잠시 역에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쏟아진다. 여기 비는 보슬비 같은 것은 없고, 왔다 하면 장대비이다. 이런 비는 일단 피해야 한다. 한창 내리더니 금방 비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나온다. 일기 변화가 너무 심한 것이 산 중 날씨이다.


다음날 아침에 날은 흐리지만, 산책을 나갔다. 산책하면서 양쪽 하늘에 검은 구름이 있는 것이 또 비가 올 것 같았다. 산책에서 돌아오자 장대비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비가 계속 오니까 나가지도 못하고 숙소에서 비 오는 구경만 했다.

비는 잠시 많이 내리다가 다시 쉬다가 다시 온다. 그런데 이곳에 사람들은 비가 와도 평상시와 같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융프라우 전망대에 올라가는 유명한 산악열차를 예약한 날이다. 다음에 갈 곳을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오늘 융프라우에 올라가야 할 처지이다.


비가 와서 올라가도 융프라우를 볼 수 있을지 염려된다. 그래도 어제처럼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산으로 올라가면 더 변화가 많다는 것에 기대를 걸어본다. 융프라우에 올라가는 기차표가 가격이 너무 심할 정도로 비싸다. 알프스의 3대 미봉이라는 융프라우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기차표를 하루 전에 예매를 한 상태이다.

비가 오는데 인터라켄 동역에 나갔다.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인터라켄 동역에서 표도 팔고 출발도 이곳에서 한다. 비는 내리지만 열차를 타고, 그렌델발트역까지 가서 그곳에서 곤돌라를 타고 아이거글레쳐역까지 가거나, 아니면 다른 산악열차로 갈아타고 아이거글레쳐역까지 가서 여기서 또 다른 산악열차로 융프라우 전망대까지 가는 것이다.

계속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려고 그렌델발트역에서 노란색 열차로 갈아탔다.

이 열차는 아이거글레쳐역까지 간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면 빨간색 산악열차가 온다.

그것을 타면 융프라우 전망대에 도착하는 것이다.


올라가면서 알프스의 산에 집들이 경사진 지형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거의 초지만 보이는 것이 목장이었던 같다. 지금도 초지는 잘 조성되어 있고 초지 간에는 경계가 있다.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알프스의 전경을 아직은 잘 보이지만, 비 오는 날 구름이 언제 가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산에는 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도 간간이 보이고

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알프스를 오르는 등산객들도 보인다.

융프라우 전망대에 도착하니까, 온통 구름이다. 여행은 날씨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오늘은 날씨가 여행을 도와주지 않는 날이다. 여기서 생각나는 것은 몇 대가 덕을 쌓아야 융프라우가 구름 없는 날을 볼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르고, 몽블랑이나 마타호른에서 날씨가 좋았다고, 이번 여행은 운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생각난다. 특별히 운이 좋은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신은 모두를 공평하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같다.


전망대에 내려서 터널을 따라서 계속 가니까 얼음 동굴이 나온다.

얼음 동굴을 지날 때 손은 시려서 호주머니에 넣고 싶지만, 넘어지면 낭패 볼 것 같아서 한 손은 안전대를 짚고서 갔다.

긴 얼음 동굴을 지나서 나오는 것이 고원지대이다. 이곳에서 스위스 국기를 잡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국기 게양대 앞에는 사진 촬영하려고 줄을 길게 서 있다.

그런데 이곳도 온통 흰 구름에 덮여서 흰색 천국이다. 거기에 눈까지 조금씩 내린다. 아무리 둘러봐도 알프스의 고봉들은 보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스핑스 전망대가 구름이 걷힐 때 간혹 보인다.

날씨가 최악이지만, 빨리 변하는 것이 산악날씨이니까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스노보드도 타고 얼음 썰매도 타는 곳에도 구름에 가려서 전망이 온통 흰색이다.

스핑스 전망대로 올라갔다. 이곳에 사정도 비슷했지만, 일단은 하트 모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질 것을 바라면서 전망대 내부로 이동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전망대 내부에는 먹거리와 입을 거리가 넘친다. 먹는 곳에서는 신라면을 먹는 사람이 상당히 보이는데, 모두 신라면을 만드는 나라 사람인 것 같다. 누가 말하길 오늘처럼 구름이 덮힌 날은 알프스 융프라우 높은 곳에 와서 30만원하는 컵라면 하나 먹고 내려 왔다고 했다. 나처럼 컵라면도 먹지 않으면 그냥 백색세상만 보고 내려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융프라우 정취는 충분히 느낀다. 


실내에서 오래 기다렸다. 다시 고원지대로 가니까 바람이 불어서 조금 보여주고 있다.

전망대 바로 옆에 있는 봉우리가 선명하게 나오자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할 때는 보였는데, 찍으려고 하니까 구름이 가린다.

구름의 이동이 너무 빠르고 심해서 순간 포착을 잘해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2시간 이상을 기다렸지만 구름이 걷힐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중간에 살짝 본 융프라우의 봉오리로 만족하고 실망스럽지만,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은 아이거글레쳐역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서 그런델발트역에서 인터라켄 동역으로 돌아왔다.


다 내려오니까 밑에 날씨는 구름은 있지만, 맑은 날씨이다. 산 위에는 구름이 보이지만, 지금 정상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이렇게 알프스 3대 미봉을 다녀왔다.

융프라우에 올라가서는 구름이 가려서 실망이 했지만, 긴 여행에서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실망도 하지만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라켄 동역 옆으로 큰 강이 흐르는데 그 주변에 아침에 비가 오다가 화창하게 갠 날씨 때문이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쉬고 있다.

그다음에 있는 테니스장에는 테니스 하는 사람도 많다. 그 옆으로 한 무리의 자전거가 지나가고,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린아이의 작은 자전거에 보조 맞추어서 지나간다. 사람들이 모두 여유롭게 열심히 놀고, 운동하는 분위기이다.

숙소에 돌아와 창문을 열어보니 파란 하늘이 아침에 비 오던 때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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