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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l 12. 2023

고개 들면 보이는 마타호른

프랑스에서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넘어갔지만 언제 지났는지도 몰랐고, 지나온 풍경도 비슷하다. 샤모니에서 마타 호른의 마을인 체르마트까지 3번 환승하고도 잘 왔다. 세상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기차를 타고 오면서 알프스는 높은 산들과 설산이 보이는 고산지대였다. 산비탈을 일구어서 심어 놓은 농작물을 볼 때 살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이제는 높은 산 덕분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돈을 쓰고 가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체르마트역에서 내렸다.

좁은 산골 마을에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복잡하다. 그런데 이 마을은 조금 움직이니까 사진으로만 보았던 마타 호른이 바로 앞에 서 있다

너무 신기하고 특이한 큰 바위가 웅장하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보았던 삼각산 바위가 그대로이고 끝부분에는 구름이 가려져 있다. 구름은 보통 잠시 있다가 지나가지만, 마타 호른 꼭대기를 가린 구름은 떠나지를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저런 구름도 없이 완전히 보이는 날이 많지 않다고 한다.

이 마을은 토지는 보이지 않고 산 위에 있는 초지에서 목축을 주로 하던 곳인 것 같다. 지금은 완전히 마타 호른으로 관광객이 찾아와서 살기 좋은 마을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 마을만큼 마타 호른이 잘 보이는 곳에 없다.


마타 호른을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이다.

이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체르마트역 바로 앞에 있은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기차역에서 표를 사서 반 시간 정도 올라가는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는 요금이 너무 비싸고 활인되는 것도 많지만, 그런 것을 받지 못하니까 너무 과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편도만 사서 기차를 탔다.

기차는 4개 역을 지나면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가면서 인터넷에는 오른 편을 앉아야 한다고 극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양인들은 오른 편에 앉으려고 애를 쓰는 모양새가 보였다. 실제로 오른 편에 마타 호른이 있지만, 좋은 경치가 나오면 오른 편으로 와서 사진을 찍으면 되고 왼편에 앉아도 오른 편이 잘 보였다. 그리고 나중에 전망대 정상에 올라가면 모두 다 보이는데 너무 호들갑인 것 같다.


전망대 정상에는 만년설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그 한쪽에 마타 호른이 자리한다.

만년설과 알프스의 삼각봉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모양이 볼만하고, 역시 마타 호른이 그중에서 가장 잘 생긴 자태로 늠름하게 서 있다.

마타 호른이 알프스의 3대 미봉으로 충분한 것 같다. 만년설이나 다른 봉우리보다 마타 호른에 기념촬영하는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이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알프스 산들을 기차를 타고 오면서도 아름다운 산세라고 느꼈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본 풍광도 웅장하고 장엄하다.

오늘은 마타 호른 꼭대기까지 구름 한 점 없이 모두를 보여주고 있다. 몇 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농담도 생각나지만, 오늘은 완전히 모두를 나에게 보여주는 듯하다.


보통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구경하고 내려올 때는 왕복 기차표를 가졌어도 일정 구간은 걸어서 내려와 다시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역으로 내려온다. 일정 구간 걸으면서 알프스의 고산의 풍광과 산 위의 호수를 구경하면서 내려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로텐보덴역에서 리벤베르크역 구간인 3.1Km를 트레킹 인기 구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는 편도만 티케팅 했기 때문에 전망대 정상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여기를 전 구간 걸어 내려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시간이 많은 것이 자유여행의 장점이고, 히말라야 설산도 다녀왔는데 걸어 내려왔다. 인터넷에도 전 구간을 걸어 내려왔다고 하는 글은 보지 못했다.


걸어 내려오면서 정상에서 로텐보덴 역까지는 급경사이지만, 걷기가 힘들지 않고 이정표도 잘 되어 있었다. 로텐보덴역에서 리벤베르크역은 많은 사람이 걷고 있었고, 이곳의 산중 호수가 있어서 풍광이 좋은 길이었다.







중간에 작은 알프스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리벤베르크역에서 리펠알프역까지는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 구간을 걸으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골짜기가 나오고 그 절벽 위로 난 산길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계곡 건너편에 높이 솟아 있는 산이 마타 호른이다. 마타 호른을 가까이 지나면서 계속 보고 걷는 이 길이 최고의 길인 것 같다.

이 절벽 길을 넘어서니까 멀리 체르마트 마을이 보이면서 산 위에 초지 위에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이렇게 풀을 뜯는 소들이 있는 모양이 불과 수십 년 전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내려오면서 보이는 풍광은 알프스의 전부를 보는 것 같았다.


리펠알프역에 도착해서 기차표를 사서 갈 수도 있었지만, 다시 산길로 체르마트로 내려갔다. 역무원에게 산길을 물어보니까 이상하게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걸어 내려가는 관광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산길도 아름드리 소나무와 처음 보는 고목들이 울창하고 시원한 멋진 길이었다.

내려올 때 시간이 충분하면 걸어 내려오는 것도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 3시간 반이면 충분히 내려올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가 뜨면 마타 호른이 황금 마타 호른이 된다고 해서 잘 보이는 곳으로 나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니까 마타 호른 봉우리가 밝아진다. 눈으로 밝아진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진을 찍으니까 사진은 황금빛으로 변한다.

체르마트 마을은 거의 숙박하는 곳이어서 해가 뜰 무렵이면 집집마다 마당이나 창문에는 마타 호른을 카메라에 담고, 관광객들은 마타 호른을 배경으로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마타 호른이 잘 보이는 곳에는 동양인이 많았다. 동양인 중에는 일본인들은 큰 카메라로 마타 호른 촬영에 열중하고 있고, 한국인들은 마타 호른 배경으로 본인의 사진을 남기는데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중국인들은 떠들면서 함께 온 사람과 온갖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 산악기차인 푸니 클라를 타고 5분 정도 지나 수네가역에 도착한다.

내린 곳에서 처음부터 마타 호른이 건너 보인다. 마타 호른을 건너보면서 급경사 길을 걸어가는 스릴도 상당하다. 멀리는 알프스의 설산과 고봉들이 보이고 넓게 펼쳐진 산속의 광활한 땅은 속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스럽다.

수네가에서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가는 곳으로 가다가 오르막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더 좋은 곳이 있을 것 같아서 계속 올라갔다. 오르막은 계속되면서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호수가 나올지 의문이 들었지만 올라갔다. 한 시간 가까이 올라가니까 알프스의 고봉을 등산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높이 있는 만년설에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다.

주위에 같이 가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때도 없고 해서 다시 오던 길로 내려와서 호수가 있는 것 같은 골짜기 방향으로 내려왔다. 길을 잘못 갔지만, 그래도 알프스의 고봉을 보면서 오랫동안 걸었다.

내려와서 첫 번째 만난 호수는 넓고 맑은 호수는 마타 호른이 건너 있지만, 앞에 있는 듯한 풍광을 보여준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소풍 나온 것처럼 가족 단위로 즐겁게 놀고 있는 호수이다. 두 번째 만난 호수는 그렇게 크지 않은 아담한 호수가 나무숲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 호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호수와 호수 사이가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알프스의 따가운 햇볕을 그대로 받으면서 걸어가는 길이다. 다음에 만난 호수는 알프스 산중에서 호수에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영복을 산에 올라올 때부터 준비해온 모양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차가운 호수에 수영하고서 햇볕에 몸을 말리는 것이 너무 좋아 보인다.

다시 내려오면서 알프스의 아름드리 고목 숲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을 마감했다. 이 길은 마타 호른을 계속 보면서 걷는 길이다.


마타 호른이 잘 생긴 산이긴 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디서나 너무 쉽게 보이니까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몽블랑은 평범하게 생겼지만 잘 보이지 않고, 보아도 주위 봉우리와 구분하기 힘드니까 찾아보려고 애도 쓰고, 구름이 걷히면 신비스러운 맛이 나는 것 같다.

마타 호른은 날씨가 맞지 않으면 봉오리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여기 체르마트에 머무는 동안에 계속 잘 보인다. 너무 신비하게 하려고 과장된 표현인지도 모른다. 어디서나 올려다보면 잘 보이는 동네 앞산처럼 마타 호른도 올려다보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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