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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l 09. 2023

몽블랑 밑에 있는 샤모니

유럽의 3대 미봉이라는 몽블랑을 보려고 제네바에 도착했다.

제네바에서 몽블랑 바로 밑에 있는 마을 프랑스 샤모니로 가는 버스가 있다. 제네바 공항 바로 나오면 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는 Omio 앱이 버스나 기차 예매를 한글로 할 수 있는 편리하게 사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같은 벤치에서 앉아 있는 미국인에게 인사도 했다. 복장을 보니까 몽블랑 트레킹 복장이어서 물어보니까, 샤모니로 가서 트레킹 간다고 한다. 나도 산장을 구하지 못해서 몽블랑 트레킹을 포기했다는 말을 전했지만, 알아들었는지는 모른다. 실제 몽블랑으로 온 것은 트레킹 하려고 했었다. 백배킹을 하려고 생각도 했지만, 무거운 짐이 무리인 것 같아 그만두었다.


버스가 제네바를 벗어나니까 알프스의 고봉들이 보이고 분위기 달라지고 있다. 멀리 설산도 보이고 산들이 절벽과 가파르게 높은 봉들이 겹쳐져서 멋진 풍광이다.

도로변에는 멋있는 절벽과 봉오리가 어우러져서 경치가 좋은 산 밑에는 어김없이 마을과 별장이 보였다. 산속으로 길게 난 도로는 깊은 골짜기로 버스가 들어가더니 이 계곡을 지나면 산속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을 때 샤모니 마을이 나왔다.


샤모니는 마을보다는 많이 크고, 큰 도시는 아니면서 양쪽으로 높은 산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더운 날씨지만 계곡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 느낌이 있고, 옷차림은 거의 반바지 차림이 많이 보인다.

다음 날 아침 일찍이 몽블랑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에귀디미디 전망대에 올랐다.

처음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올랐지만 벌써 기다리는 줄이 길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번 서고 다시 전망대로 올라간다. 케이블카에는 등산화와 등산 장비를 지참하고 스틱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이 특이했는데, 등산 장비를 갖춘 사람은 거의 젊은이들이고 여자도 상당히 많았다.


전망대 올라서 첫 번째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발아래 넓은 설산이 앞에 펼쳐져 있고, 수많은 알프스의 고봉들이 가까이 와 멀리 서 있다. 자연이 너무나 큰고 광활하다는 것을 느낀다. 가까이 설산 중에 가장 높은 것이 몽블랑이지만, 그렇게 한눈에 구분이 되지 않고 약간 높아 보이는 둥근 설산이 몽블랑이다. 몽블랑은 하얀 산이라는 뜻으로 알프스에서 최고 높은 4807m이다. 이름만큼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고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봉우리가 아니고 부드러운 설산이다.

몽블랑은 지금 구름 없이 선명히 잘 보인다. 운이 좋은 것 같고, 전망대는 손이 시린 정도이지만 그래도 반바지를 입고 샌 달을 신고 온 이도 있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허공에 뜬 유리 벽에 기념촬영이 필수 코스이다. 전문적으로 촬영해 주는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리 전망대에 올라서니까 유리가 깨지는 소음이 났다. 놀라서 내려다보니까 유리는 이상이 없지만, 효과음을 나게 만든 것 같다.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 전망대에서 마타호른도 보인다고 했는데, 안내판에는 전혀 표시가 없어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뽀족한 산이 많아 모르겠다. 아마도 프랑스이니까 스위스의 마타호른을 표시하지 않았을 것 같다.


케이블카로 같이 올라온 젊은 일행들은 설산을 등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망대 밑의 설원을 가기 위해서 눈 덮인 언덕을 내려가는 줄로 알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넓은 설원을 걷는 것도 정말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밑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설원을 흩어져 걷고 있었다.

그런데 몽블랑 정상 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작은 점들처럼 많이 보이고 있다. 한참을 눈으로 정상 쪽을 관찰하니까 사람들이 정상으로 계속 이어진다. 정상에 사람들이 보이는 거리가 아니어서 볼 수 없지만,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다.

멋진 일이다. 세계의 젊은이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몽블랑을 쉽게 올라가는 것이다. 사전에 알았으면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너무 간절하고 부럽다. 세상은 이렇게 멋지고 좋은 일이 많은데 한동안 우울하게 지냈다. 내 자식들에게 삶을 이런 것을 즐기고 도전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중간에 케이블카를 갈아타는 곳에 내려 주변의 고봉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벤치에 앉았다. 벤치 옆에는 과수원에 너무 많이 나서 제초제를 아무리 쳐도 죽지 않은 노란 민들레가 군락으로 피어 있다. 그런 노란 민들레는 과수원 친구는 너무 싫어한다. 이런 고산에서 핀 노란 민들레는 제초제에 살아남을 만큼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보니까 자주 본 꽃이라 반가웠다.


전망대에서 내려와도 이른 오전이라 에귀디미디 전망대 건너편에 있는 브레방 전망대로 올라갔다. 몽블랑을 조망하는 전망대는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에귀디미디이고, 몽블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전망대는 브레방이다. 브레방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몽블랑이 가장 높다는 것을 잘 구분된다. 올라갈 때 정상에 약간 구름이 보인다. 곧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브레방 전망대 정상에 올라와도 변화가 없다. 그래도 구름이 곧 걷힐 것 같다. 기다렸지만, 예상과 달리 정상 부근에 구름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아진다. 마치 시샘이라도 하듯이 몽블랑 정상을 못 보게 가린 것이다. 그래도 브레방 전망대에서도 정상을 약간 구름이 가린 상태로 보았다.

그러더니 완전히 가린 것이다.


오늘은 이른 오전 외에는 몽블랑이 정상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맑은 날에도 이렇게 하늘의 변화가 있다. 에귀디미디 전망대도 이른 아침에 오른 사람 외에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지만, 정상을 보지 못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처음부터 좋아서 내내 날씨가 좋은 여행을 기대해 본다.

브레방 전망대에 내려와 샤모니 마을에서 올려다봐도 오후 내내 정상은 구름이 덮여 있었다.


샤모니 마을은 동계 올림픽이 처음 열린 곳이라고 한다.

시내 중심에는 몽블랑을 처음 등정한 자크 발마와 미셀 가브리엘 파카르 동상이 몽블랑을 가리키면서 보고 있다.

그 옆으로 설산이 녹으면서 흐르는 푸른 물이 유속 빠르게 흐른다.

샤모니 중심가에는 입체감이 있는 멋진 그림이 건물 벽에 그려져 있는 건물도 보인다.

모두가 바쁘지 않고 한가하게 즐기는 동네처럼 보인다. 설산 물이 빠르게 흐르는 다리 위에서 젊은 여성이 돌 벤치에 한가로이 누워서 즐기고 있다.

샤모니는 온통 트레킹 복장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다음날은 샤모니에 전통 장이 서고 있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장날은 어디나 같은 모양이다.


시장에는 과일과 채소가 많았고, 특히 갖가지 모양의 치즈와 훈제 고기가 많이 나와 있다. 시식하도록 조금씩 잘라 놓은 것을 맛보는 재미도 좋다. 치즈나 훈제 고기가 점포마다 약간의 맛이 차이가 있었다.

장터를 따라가다 보니까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요란한 곳이 있어서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아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세계 암벽등반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각국의 젊은이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암벽을 오르고 응원의 열기도 대단하다. 한나절을 암벽을 오르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흥미 있는 대회가 많다는 것을 느낀다.

샤모니 하늘에는 패러 글라이딩이 새들처럼 날고, 몽블랑 설원에는 등반가들이 용기 있게 올라가고, 몽블랑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하는 곳이다. 그리고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빠른 유속에는 래프팅을 즐기고, 관광객들이 몽블랑을 보러 오는 마을이다. 모두가 한가로워 보이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다.

가운데 가장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몽블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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