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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l 15. 2023

하루 묵어가는 취리히

인터라켄을 떠나면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융프라우가 잘 보일 것 같아, 어제 올라간 것이 아쉽지만 지나간 일이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취리히로 가는 기차를 타면서 어제 일은 잊기로 하고, 오늘 기차를 타고 가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오늘 취리히행은 한 번만 갈아타면 되니까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창밖을 보면서 오늘 취리히에서 여행할 곳을 알아보았다.

오늘은 취리히에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시내 구경을 할 예정이다.

기차는 환승역인 베른 역에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니까 기차들이 많이 서 있는데, 어느 차가 취리히에 가는지 알 길이 없다. 기차표에도 열차 번호만 적혀 있고 몇 번 게이트인지는 없다. 환승할 시간은 10분인데 기차도 찾지 못하고,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당황이 된다. 시간은 거의 다 되어가는데 답답하다. 다행히 한 사람이 내 표를 보더니 한참 본인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서 손가락을 여섯을 펴 보인다. 급하게 6번 게이트로 찾아가니까 기차가 떠나려고 하고 있다. 일단 올라타고 열차 내에 들어가 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표를 보여주니까 맞는다고 했다. 금방 마음이 진정되었는데, 직전까지 당황하여 찾아다니던 일도 금세 잊어버린다. 여행에 내성이 많이 생긴 것이다.


취리히 중앙역에 내렸는데, 역이 상상외로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큰 도시에 온 것이다.

역에서 번화한 거리를 조금 걸어가니까 리마트강이 나온다.

강이 크고 양쪽에 요트도 많이 정박해 있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강가에 자리 잡고 있다.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강과 도시를 만난 것이다.


강변길을 걸어서 멋진 뷰를 감상하면서 먼저 Niederdrop를 찾아갔다. 이곳은 발음도 잘 안되고 해서 알파벳으로 적어서 행인에게 보여주니까 가르쳐 준다. 그곳에 찾아갔는데, 맥줏집과 술집이 있는 곳이다. 밤에 술 먹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지금은 텅 빈 거리다. 아마도 이곳은 밤에 와야 하는 곳인데 낮에 온 것이다.

다시 리마트강에 나와서 주변을 감상하다가 또 강 따라 내려간다. 멀리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둥근 대리석 건물을 보면서 이름있는 유적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검색해 보니까 그로스 뮌스터였다.

그로스 뮌스터는 스위스 종교개혁이 시작된 곳으로 쌍둥이 종탑의 중세 건축물이다. 그로스 뮌스터에서 스위스 종교개혁가 츠빙그리가 설교하고 개혁을 구상한 곳이라고 한다. 이 종탑에서는 취리히 시내와 알프스까지 조망되는 곳이다. 종교개혁이 시작된 곳으로 교회 관계자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성당이다. 그로스 뮌스터는 리 마트 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하고 내부로 들어가니까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단순하면서 경건한 느낌을 준다.


그로스 뮌스터에서 건너편으로 리마트강 다리를 건너면 바로 뽀족한 첨탑을 가진 성당이 프라우 뮌스터이다. 리마트강을 사이에 두고 두 성당이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뽀족한 첨탑은 비취색으로 특이하게 매력적이다.

이 성당은 원래 수녀원으로 지어졌으나 개축을 거쳐서 성당인 된 것으로 내부에 샤갈의 스테로이드 글라스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 성당은 나중에 종교개혁을 하면서 교회로 된다.

취리히 호수가 보이는 곳에 두 교회는 리마트 강과 어울려서 중세의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조화롭게 서 있다.


한국에서 패키지여행을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건물 사이에 높은 교회 첨탑이 보이면서 그 첨탑에 있는 시계가 유난히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하기도 해서 굽은 골목을 따라서 높이 있는 첨탑만 보고 찾아갔다. 첨탑에 붙어있는 시계가 무척 크다.

주위 해설사가 말하길 이곳은 원래 성 베드로 성당이었다가 종교개혁 이후에 성 피터 교회로 이름이 바뀐 교회로 유럽에서 가장 큰 시계를 가진 첨탑이라는 것이다. 그 설명을 듣고 보니까 시계가 더 크게 보인다.

그로스 뮌스터, 프라우 뮌스터, 성 피터 교회가 취리히 3대 교회라고 하고, 이 교회들은 모두가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 라마트 강에 위에 떠 있는 듯한 건물로 취리히의 명소이다.


성 피터 교회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린덴호프 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은 취리히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원으로 리마트강 언덕 위에 있으면서 이곳에서는 리마트강과 그로스 뮌스터, 취리히 호수가 완벽하게 조망되는 작은 공원으로 기원전 로마인들이 요새를 만들어 4세기까지 요새였다고 한다.

이 공원에서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쉬고 있었다.

공원에는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공원바닥에 그려진 체스에 열중하고 있다.

리덴호프 공원의 참새들은 사람을 겁내지 않고 비둘기처럼 사람을 찾아오는 것이 특이하다.

취리히는 아름다운 강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가꿔진 호수 도시이다. 취리히 넓은 호수로 유람선이 한가롭게 떠다니고 호숫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있다.

취리히 시내의 호숫가에는 수영도 하고 배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보이는 곳이다.

호수뿐만 아니라 잔디 위에도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비키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는 도시이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은 도시에서 하루 묵어갈려고 온 것인데, 너무 아름다운 도시에서 머물게 되었다. 취리히가 스위스의 수도는 아니지만,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라는 이야기가 납득이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이니까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취리히에서 가장 명품 상점이 밀집해 있는 Bahnhofstrasse 에는 시계 점포가 눈에 들어온다. 그 거리에 코뿔소 조형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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