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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l 24. 2023

브르노에서 집시의 낭만

프라하를 떠나서 체코의 두 번째 도시인 브르노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브르노는 잘 알려지지 않는 도시이지만, 왠지 편안히 쉴 수 있는 것 같은 마음에 머물고 싶어서 가는 것이다. 지나는 체코 시골의 풍경은 이제 밀 수확 중이고, 옥수수는 한창 자라고 있다. 간혹 해바라기 밭을 지나기도 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의 노란색 밭을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대단위로 심어진 곳은 없었다.

브르노 중앙역에 내렸다.

숙소에 여장을 풀어야 하기에 먼저 위치를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현지의 유심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국내 통신으로 로밍만으로 여행 중인데 부르노는 연결이 원활치 않다.

난감하지는 기분이다. 순간 휴대폰 구글맵이 안되니까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기분이 든다. 말도 통하지 않고 지리도 낯선 곳에서 혼자가 남겨진 기분이다. 그래도 중앙역 앞에서 잠시 앉아서 쉬었다.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마음이다.

한참 뒤에 구글 지도로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 구글 지도는 현 위치를 표시해 준다. 그리고 구글 지도에 숙소를 입력하니까 위치가 뜬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주위 길 모양을 보고 찾아 나섰다. 그래서 간신히 숙소는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와이파이를 연결하니까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의심스러워서 집사람에게 통화하고는 안심했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고립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혼자 여행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안전의 이상이 마음을 긴장하게 했다. 그리고 해결되니까 편안한 안도감이 온다.


브르노는 숙소를 나서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기에 미리 숙소에서 위치나 방향을 추측하면서 구경을 시작했다.

브르노 중앙역에서 뽀족한 2개의 첨탑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이곳이 브르노에 가장 유명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이다.

도시의 높은 건물에 둘러싸여서 더 높은 첨탑은 보이지만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찾아서 간 곳은 성당 바로 밑에서 쳐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올려 볼 수밖에 없다. 성당은 높이 있어서 브르노 어디서나 잘 보이지만 주변에 넓은 광장은 없다. 성당 안에는 내부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오고, 다른 성당과 비교해서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을 나오면서 앞에 있는 건물의 그림이 특이하다. 줄 타는 사람과 바위에 앉아 있는 이상한 동물 같은 인간의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길을 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을 내려오면 경사진 광장이 나온다. 이곳은 원래 구 시청의 광장이었을 것 같다. 이곳을 배추 광장이라고 하는데, 직접 생산한 과일과 채소를 가지고 와서 매일 시장이 서는 곳이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를 팔고 있는 상인들과 주변에 사는 손님들이 분주하다. 이곳에서 한참을 현지 과일을 구경하다가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바로 옆은 브르노 옛 시청이 있는 곳이다. 높은 첨탑이 서 있고 그곳으로 올라가서 시내를 조망한다고 한다.

이 옛 시청은 특이한 것이 입구에 창살이 하나 휘어져 있다. 이 휘어진 조형물을 관광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이 시청을 공사한 사람이 공사금을 원활히 받지 못해서 가운데 조형물의 끝부분을 일부러 구부렸다고 한다. 특이한 사항이 세월이 지나니까 이야기가 되고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약간 돌아서 10m 올라가 돌면 두 개의 첨탑을 가진 성당이 나오는데 St. Michael 성당이다.


올드 타운 홀을 지나서 밑으로 내려오면 건물 사이에 큰 성당이 보인다. 이곳이 성 존 성당인데, 건물 사이에 있어서 존재감이 적어 보였고, 외벽도 미장으로 덫 칠해 놓았다.

그런데 성당 안에 들어가니까 분위기가 달라진다. 내부는 화려한 조각과 문양도 있고 그림도 많아서 한참을 구경해도 볼거리가 많은 성당이다.


성 존 성당에서 올라와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브르노 자유 광장이 나온다.

이곳은 브르노의 대표 중심 광장으로 넓고 주변 건물도 모두 볼만하다. 분수대가 있는 건너편에는 성모 마리아 상이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분수대 가기 전에 천문시계가 있는데 검은 모양으로 로켓처럼 생겼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고 하는데,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이 광장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는데 주로 중국인인 것 같다. 브르노에는 단체로 여행하는 동양인 외에는 자유여행하는 동양인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자유 광장을 지나서 나오는 것이 첨탑이 하나만 높이 있는 Kostel sv. Jakuba 성당이다. 그 첨탑의 높이는 주변에서 가장 높아 보인다. 지금은 수리 중이지만 브르노에서 이름있는 성당인 것 같다.

얼마 가지 않아 또 성당이 나온다. St. Thomas 성당이다.

이곳 성당 내부도 성당의 구조처럼 화려한 문양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부르노에 유명한 슈필 베르크 성을 보기 위해서 멀리 보이는 숲이 있는 공원으로 이동한다. 이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겉모습이 중후한 교회를 만났다.

그냥 구글 지도에는 복음교회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교회는 무게가 있어 보여서 들어가 보니까 내부는 성당과 다르게 아주 단출하고 단순한 모양이다. 교회는 예배를 중시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은 내부의 모습이다.

유럽 도시는 성당이나 교회가 너무 많아서 성당 내부와 겉모습은 새롭거나 신기한 것이 없고, 단지 규모의 차이이다. 그런데 유럽 도시는 어디 가도 성당이 주요 볼거리이다.


슈필 베르크 성은 숲속의 큰 나무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높아지면서 브르노 시내가 잘 보이더니 성안의 올라가서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브르노 시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슈필 베르크 성에 올라와 보니까 브르노가 상당히 넓은 도시라는 것을 느껴진다. 끝없이 펼쳐진 도시의 건물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 성은 13세기 요새로서 지금도 대포가 남아 있다.

이 성은 감옥으로도 쓰였다고 하고, 각종 조각과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성에서 시내 구경하고 내려와서 다시 도심으로 들어갔다.


도심에 K 푸드가 보인다. 호기심에 들어가서 보니까 막걸리가 있다. 너무 반가워서 샀는데, 3120원 정도 한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소주는 7600이다.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알코올 도수와 영향이 있는 듯하다. 소주는 원래 생각이 없었고 반가운 막걸리를 사서 나왔다.

평소에 가는 마트에 가서 안주로 삶은 닭고기를 사고, 술잔은 친절해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아가씨에게 컵을 하나 얻었다.

그렇게 한 상 펴놓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한잔하니까, 막걸리는 목을 넘어가는 목 넘김부터 다르다. 타국에서 먹는 막걸리 맛은 일품이다.


한잔하고 다시 배추 광장 가서 의자에 앉아 저녁 하늘을 보니까 세상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내일이면 다시 떠나는 집시 여행을 하지만, 이제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날 아침이 즐겁기도 하다.

집시의 방랑 생활처럼 머물던 곳이 싫증이 나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런 떠나는 여행에 적응해서 어디를 가도 새로운 곳은 반갑고, 그리운 곳으로 생각하고 싶다.

외로운 마음이 들지 않고, 외로울 만하면 떠나는 것이다.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고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집시처럼 시니어 노마드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 생각한 것이 나는 “이생마”이다. 이번 생은 할 일을 마감했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살아가는 인생이 되고 싶다.

마음에 두지 않고 머물렀던 낮 설은 브르노에서 새로운 여행자의 마음을 조금 느끼면서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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