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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Jul 27. 2023

음악의 도시 비엔나

브루노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할 때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마트에 가서 야채샐러드와 빵을 샀다. 빵은 특이하게도 바게트가 입맛에 맞았다. 바게트는 단백하면서 씹는 맛도 있는 것이 부드러운 빵보다 내게는 더 좋은 것 같다.

기차 안에서 준비한 음식을 내놓고 먹는 것이 이곳에서는 보편화한 것 같다. 그래서 기차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차창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풍경이 낯설어서 모든 것이 신기하다. 앞에 앉은 소녀들은 체코의 사람인지 오스트리아 사람인지 모르지만, 순진하게 떠들면서 작은 일에도 웃고 즐거운 나이들이다.


비엔나 중앙역에 내리니까 날씨가 기차와 달리 덥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가 높고 세련된 건물이라 대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운 날씨에 건물이 가린 그늘을 따라 길을 가면서 이번에는 숙소에 가기 전에 구경거리가 있으면 보고 갈 생각이다. 마침 가는 중간에 벨레데레 궁전이 있었다. 벨레데레 궁은 앞에 큰 연못을 가지고 주위는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 궁전은 벨레데레 박물관으로도 사용되고 있고 그 앞쪽에는 넓은 정원이 있어 여러 종류의 분수들이 물을 뿜고 있다. 사람들은 날이 더워서 그늘이나 나무 밑에서 궁전을 구경하고 있었다.


궁전의 담장을 나오면 비엔나 도심의 건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고, 각종 차들이 다니는 번잡한 곳이다. 가까이 큰 성당이 보였고 카를 성당이라고 구글 지도에는 표시가 나왔지만, 그곳에 가지 않고 길 따라서 숙소를 찾아 나섰다. 도심에 길을 찾는 것이 이제 별로 어렵지도 않고 부담도 아니다. 지금은 햇볕에 걷는 것이 더 힘든 것 같다.

강변의 마리아 성당 바로 앞이 숙소이라서 그 성당만 찾으면 되니까 별로 힘들지 않게 찾았다. 일단은 시내의 볼거리를 찾아서 나서기보다 도나우강이 보고 싶은 마음에 짐을 풀고 도나우강 쪽으로 나갔다.

얼마 가지 않아 큰 강을 만났다.

물이 푸르고 유속이 매우 빠른 강물이 급하게 흐르고 있다. 이것이 도나우강이라고 생각했는데, 구글 지도에 도나우강이 아직 멀리 있었다. 이것은 도나우강에서 갈라져 나온 지류인데 다시 도나우강으로 들어가니까 작은 도나우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오늘은 저녁 나머지 시간을 작은 도나우강에서 유람선이 가는 것도 구경하면서 강변에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작은 도나우 강변에는 그래피트의 그림으로 도배를 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강 따라 빈틈도 없이 그래피트들의 작품이다. 이곳에서 보니까 이 그래피트의 작품도 예술작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성을 다한 것도 보인다. 이 강변은 그래피트의 갤러리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쇤브룬 궁전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이곳 볼거리는 쇤브룬궁전 외에는 거의 도심에 붙어 있어서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쇤브룬 궁전까지는 5.2Km라고 하지만 평소 같으면 걸어서 갔을 것이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로 가니까 너무 가까웠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려도 비는 계속 오니까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래도 그칠 기미가 없어서 뛰어서 갔다. 일단은 처음 본 궁전 겉모습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이 궁전은 내부가 화려하고 왕과 귀족들이 모여서 파티나 즐긴 궁전으로 그 당시 힘 있는 자들이 호사를 누리던 곳이다. 그 앞에 정원은 울창한 숲과 멀리 보이는 분수대와 건물이 환상적이다.

이 궁전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여름 거주지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와 그의 남편 황제가 사용하였던 곳으로 이곳에서 6살 난 모차르트가 여제를 위해서 연주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내부의 화려하고 큰 연회장에 걸린 그림들은 그때의 호화로움과 그때 힘 있는 자들이 잘 살고 간 흔적들은 보는 기분이다.

쇤부룬 궁전에서 돌아올 때도 비가 계속 내리고 번개까지 치면서 오늘은 비 오는 날이다. 그런데도 여행 일정이 잡힌 여행객들은 비를 맞으면서 깃발을 따라가고 있다. 이런 날은 자유롭게 홀로 여행하는 내가 훨씬 좋은 것 같다. 나는 지금 돌아가서 숙소에서 쉴 생각이다.


오후에도 비가 계속 내리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다시 지하철을 따고 도나우강을 찾아갔다. 도나우강 넓어서 중간에 긴 섬이 있었다. 그 긴 섬 속에 지하철역이 있어서 그곳에 내려서 강 구경을 하지만, 도나우강이 너무 크고 넓어서 특이한 풍광이나 건물도 없이 큰물이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을 구경하다가 돌아오면서 프라터라는 지명과 슈바이처 하우스가 구글 지도에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가 보기로 하고 갔는데, 프라터는 예전에 왕정 시절 왕들의 사냥터였고 지금은 놀이공원이었다. 그래도 슈바이처 하우스가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다.

놀이공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지 않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 놀이 기구도 여러 가지가 돌아가고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하는데, 같이 온 어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만발이다. 이런 놀이공원에 내 아이들과 같이 간 기억이 별로 없다. 이렇게 놀이공원에 아이들과 같이 가면서 살았어야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런데 슈바이처 하우스는 내가 생각하는 슈바이처 생가나 관련 유적이 아니라 족발과 맥주 파는 맛집이었다. 어디 가도 맛집으로 소문나면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 같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도나우 강변에 갔다. 그곳 다리 위에서 밑에서 흐르는 강물을 구경하면서 한참 있으니까 바로 밑 강변 다리 벽에 그래피트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존 그림 위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구경하러 내려갔다.

그들은 젊은이들이었고 래커를 수없이 쌓아 놓고,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린다. 내가 나타나자 경계하는 눈치이고 그림을 떳떳하게 그리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두 남자와 한 여자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서로 춤도 추면서 애정행각도 벌이고 정상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태도는 무언가 자기 신념이 있는 것 같다.

도심에 돌아왔을 때는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날씨가 또 더워졌다. 다시 거리의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도심에서 먼저 찾은 유적지는 성 스테판 성당이다.

성 스테판은 비엔나 교회의 중심이며 시민의 안식처이지만, 파괴와 고침이 많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136m의 첨탑을 가진 성당이다. 성당 밑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복잡하고 이곳에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성당 내부를 들어가 보았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그렇게 맑은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더니 소나기가 오면서 흐려진다. 일기가 수시로 변하고 있다.


성 스테판 성당 뒤편에 모차르트 하우스가 있었다. 단체 관광객 깃발을 따라가니까 모차르트 하우스가 나온다. 그냥 골목 속에 작은 건물이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든다. 주로 중국인들이다. 건물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돌아서 나왔지만, 모차르트가 기거했다는 곳이라는 것 외에는 남는 것이 없다.


비엔나 도심은 성당과 교회가 많지만, 그래도 높은 건물들은 거의 볼거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높은 첨탑이 있다고 해서 종교 건물이 아니다. 호텔이나 시청 건물, 박물관도 첨탑과 돔을 가진 것이 많아서 구분이 어렵다.

건물 중간에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그곳에는 건물 사이에 특이한 시계가 있었는데 앙커우어인형시계라고 한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 이름이 알려진 곳일 가능성이 많다.


시내 중심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이 있어서 이 건물은 박물관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시시 박물관이라고 이름이 벽에 붙어 있다.

이 건물은 양쪽에 있는 조각이 너무 눈에 들어왔고 건물 전체가 조각 작품들이 붙어 있다.

시시 박물관을 중앙을 통해서 나가면 호프부르크 왕궁이 나온다.

이 왕궁도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으로 뒤에는 정원이 있다. 이곳 주변에 대형 박물관이 모여 있는 곳이고 길 건너편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이고 빈 현대미술관이 있다.


호프부르크 왕궁을 구경하고 나와서 길 건너가면 웅장한 건물과 마리아 테레지아 대형 동상이 나오는 광장이다.

이곳을 구경하고 다시 호프부르크 왕궁으로 건너가 뒤쪽 정원으로 이동하기 전에 앞에 멀리 보이는 첨탑은 라트 하우스라는 비엔나 신 시청사 건물이다.

호프부르크 왕궁의 뒤의 정원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있는 작은 공원이지만, 입구에 모차르트 석상이 서 있고, 호프부르크 왕궁의 뒤편과 같이 보인다.

이 정원을 지나서 다시 성 스테판 성당 쪽 도심으로 들어가면 비엔나의 크고 웅장한 오페라하우스가 나온다.

오페라 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이 Albertina 미술관이다.

이 알베르티나는 모네, 피카소, 몽크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이 주변에 작은 공원의 조각도 예사롭지 않아 보일 정도로 볼거리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유대인 광장으로 알려진 홀로코스트 위령탑을 찾았다. 조용한 광장에는 네모난 넓은 위령탑이 자리하고 있고 그 위령탑은 책을 쌓아 만든 탑이다. 아무도 찾지 않은 위령탑 앞에는 오래된 노란 조화가 두 개 놓여 있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성당 내부를 구경하면 성당 내부는 너무 복잡하고 화려해서 갖가지 형상들이나 그림들이 많은데, 무슨 형상인지 구분이 안 된다. 누가 하나님인지, 성인이지 구분은 못하지만, 그래도 십자가와 같이 있는 형상은 누구인지 짐작은 간다.

그런데 숙소 가까이 있는 작은 성당의 조각에서 모르는 눈에도 확실히 구분이 가는 성당 내부가 있었다.

숙소 옆 강변의 마리아 성당의 내부 형상은 한눈에 최고 위는 하나님이고, 다음은 예수님이고, 그다음은 성모마리아라는 것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확실치 않은 추정이다.

비엔나를 떠나면서 다시 중앙역으로 갈 때에는 카를 성당을 들려서 왔다. 웅장한 돔 구조가 멋있는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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