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Aug 06. 2023

저항의식이 느껴지는 바르샤바

부다페스트에서 바르샤바로 가는 날에는 저녁 18시 15분 출발해서 다음날 07시 15분에 도착하는 야간 버스를 이용했다.

중간에 한번 환승하고 밤에 이동하는 버스다. 기차로 이동하다가 버스는 처음 이용하는 것이다.

부다페스트 버스 정류장에서 슬로바키아의 프라티슬라바에서 만난 적이 있는 한국 청년을 만났다. 이 청년은 세르비아로 이동하기 위해서 정류장에 대기하다가 만난 것이다. 멀리 타국에서 다시 만난 청년은 반갑고 그동안 말없이 지내던 중에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다.

청년은 먼저 떠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안내판에는 비엔나로 가는 버스 게이트를 알려 주는데, 시간이 되어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안내판만 믿고 그 밑에서 기다렸는데, 아무런 표시도 없이 그냥 안내판은 지워지고 다음 버스가 현출될 때는 막막했다.

답답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물어볼 때도 없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이십분이 지났다.

그때 갑자기 예정된 버스가 급하게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버스에 타니까 종전의 상황을 쉽게 잊어버린다. 이런 경우도 예상하고 여행하는 것이 홀로 하는 자유여행이고 또 묘미인 것 같다.


버스에서 일몰을 보면서 한번 환승하고, 밤새 버스에서 선잠을 자면서 아침에 밝아오니까 다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바르샤바 버스 정류장에서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바르샤바 시내를 천천히 걸었다. 많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숙소를 찾아서 가면서 바르샤바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유여행의 여유와 즐거움을 느낀다. 이렇게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는 설렘과 기대 같은 기분이 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바르샤바를 흐르는 비스와강을 찾았다. 이 도시는 이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이 도시도 역시 강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비스와강 강변에 칼을 든 인어 상이 있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의미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어상이다.

나중에 이 인어상을 바르샤바 민중봉기 박물관에 가서 그림으로 있는 것을 보았다. 의미 있는 동상이라고 생각한 것이 적중했다. 원래 바르샤바는 도시가 발달하기 전, 어부가 그물에 걸린 인어를 살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서 인어가 바르샤바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시였다. 그런데 민중봉기 당시에 나치를 저항해서 앞장서 돌진하던 소녀가 수발의 총탄을 맞고 즉사했다고 한다. 그 소녀를 기리기 위해서 인어의 얼굴을 그 소녀의 얼굴로 만들고 그리고 칼을 든 동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날은 계속 비스와 강가에서 강물을 바라보고 놀다가 비가 오면 강 다리 밑으로 옮겨서 있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강변을 산책했다. 아주 한가하고 마음 여유 있는 한나절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비스와 강가를 아침 산책을 하고 바르샤바 민중 봉기 기념관을 찾았다. 가는 중간에 높은 탑을 자랑하는 문화궁전을 지나갔다.

그곳 주변이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어 가는 것 같다. 그 중심에 문화궁전은 주변 분수대도 있고 이곳의 새로운 명물을 만들어 놓았다. 문화궁전은 너무 높아서 고개가 아플 정도이고 주변에도 높은 건물이 있는 번화한 곳이다. 이곳에 높은 건물들은 유리를 외벽으로 한 것이 특징인 것 같다. 그 유리 외벽을 아름답게 갖가지 형태로 만들어 놓았다.

바르샤바 민중봉기 기념관도 문화궁전처럼 화려하게 엄청난 건물이라 생각했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에 비하여 작은 붉은 벽돌로 된 소박한 건물이다.

독일 나치에 대항해서 민중이 봉기를 일으켜 저항했지만, 나치의 무자비한 살육과 파괴로 바르샤바 시민 희생되고 바르샤바는 85%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패한 민중봉기지만 그 저항은 바르샤바인 정신일 것이다. 그렇게 나치에게 많은 희생과 저항에도 전쟁이 끝나고, 소련의 위성국이 되는 비극이 찾아왔다.

민중봉기 기념관에 걸려 있는 시민 저항군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슬픈 얼굴이 아니라 웃는 얼굴을 보니까 낙천적인 민족인 것 같다.

민중봉기 기념관을 보고서 다시 유대인 기념관으로 갔다. 나치에 저항할 때 유대인들도 같이 저항했다고 하는데 이 기념관은 유대인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을 해 놓은 곳이었다. 체계적으로 코스를 정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고 잘 만들어 놓았지만, 글자를 모르니까 그림만 보고 가지만 상당히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나가는 곳을 몰라서 헤매게 만들고 있었다. 건물이 시작하면 끝까지 가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무명용사의 무덤을 찾았다.

넓은 광장에 중앙에는 폴란드 국기가 게양되어 있고 그 뒤에 중심되는 곳에 네모난 건물이 서 있다

그 건물 뒤에는 공원에 대형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무명용사의 무덤의 위치가 극진한 예우를 장소인 것 같다. 무덤 건물에 가니까 중간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피워 놓고 양옆에 의장 군인들이 부동자세로 무덤을 지키고 있다.

분위기도 경건하고 이름 모르게 조국을 위해서 죽어간 무명용사들을 바르샤바는 잊지 않겠다는 뜻을 말이나 표시가 없어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바르샤바의 시내 곳곳에는 작은 공간이나 건물의 외벽에 기념 현판이 걸려 있고 그곳에 장미와 등불이 켜져 있는 곳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바르샤바는 저항의식과 민중의 마음이 시민의식의 중심인 것 같은 느낌이 오는 도시이다.


오후에는 와지엔키 공원으로 갔다. 비스와 강을 따라서 내려가면 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은 시작부터 울창한 숲과 고목으로 너무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도착한 곳에서 긴 물길을 따라서 울창한 나무 숲길을 걸어가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사람도 거의 없는 걷기 좋은 곳이다.

그 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니까 멀리 숲 위에 그림 같은 성이 보인다. 우야즈도프스키 성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에 신비스러워 그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그 성은 높은 곳에 자리 잡아서 올라온 것만큼 전망도 있고, 그림 같은 성이다. 성은 미술관으로도 쓰이는지 큰 그림도 걸려 있고, 권총을 입에 넣은 조형물도 있다.

그 벽화를 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수장들이 사람을 뜯어 먹은 그림이다. 이 나라도 두 나라는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

우야즈도프스키 성에서 내려다본 내가 걸어온 길이 너무 좋아 보인다.


와지엔키 공원의 중심은 와지엔키궁인 것 같다. 외지엔키궁은 공원의 숲 가운데 자리하면서 앞뒤로 큰 호수 같은 연못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성이다.

그 주변에 조각품도 화려하고 이곳은 이제까지 조용하고 한적한 공원과 대조적으로 붐비고 있다. 내부에의 조각이나 그림도 모두 개방하고 있다.

주변은 아름다운 경관과 공작새를 비롯해서 온갖 새들이 호수에서 놀고 있다. 화려한 궁과 자연에서 사람과 새들이 자기들의 방식대로 즐기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도 한나절을 그냥 부담 없이 즐기면서 보내면서 이렇게 여유 있게 지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라고 생각도 해 봤다.


그다음 날은 아침에 다시 도심을 여행하기로 하고, 먼저 올드타운을 찾았다. 올드타운의 광장은 역시 구도심의 중심이고 고풍스럽다. 멀리 성 요한 성당의 지붕이 보이고 중간에 있는 지그문트 3세 바사 기둥이 서 있다.

도심의 거리는 옛 건물로 중세의 도시의 기분과 품위가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성당 건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 구도심에 모두 모여 있다.

그렇게 큰 성당은 보이지 않고 건물 사이에 좁은 골목 옆에 높이 솟은 십자가가 성당인 걸 보여준다.

성 요한 성당 앞에 있는 작은 돌에 표시된 연도가 천년을 가리키고 있다.

올드타운 광장시장은 건물에 싸인 광장에 시장이 들어서 있었지만, 거의 음식점이었다. 특이하게도 이곳 광장 참새들은 비둘기보다 더 사람들에게 모여든다.

여기서 조금 나가니까 멀리 비스와 강이 보이는 곳에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온다. 이곳에도 남녀의 사랑의 증표인 열쇠가 달려 있다.

이 언덕을 내려가면 바르샤바의 궁전이 나온다. 이 궁전은 구도심을 배경으로 하고 앞에 강이 전망인 궁전이다.

이 주변에 박물관도 집중되어 있고 옛 정취가 나는 곳이다.


다시 구도심으로 올라갔을 때 또 소나기를 만났다.

어쩔 수 없이 건물 처마 밑에서 비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성 요한 성당 방향에서 긴 행렬이 나온다. 한 줄로 천천히 걸으면서 앞에는 성모 마리아 상을 들고 바로 뒤에는 성직자인 듯한 사람이 걷는다. 비를 맞으면서 걸어간다.

나도 건물의 비를 막아주는 처마를 이동하면서 따라가 본다. 한참을 이동하고는 광장의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멈추어 서 다시 모여서 미사를 시작한다. 비는 계속 오고 그 비를 맞으면서 계속 미사를 보고 있다. 한 사람도 이탈 없이 한 시간 이상을 미사 드리고 헤어진다. 옷은 젖었지만, 헤어지는 얼굴에는 만족한 얼굴들이다.

행진해와서 광장에서 마리아 상 앞에서 미사 드리는 새로운 방법을 본 것 같다.

바르샤바는 무언지 모르게 저항의식이 있는 도시 같다. 그리고 의식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느낌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걸어서 다녀본 부다페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