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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Aug 28. 2023

동화의 도시 코펜하겐

코펜하겐은 오슬로에서 밤 11시 버스를 타고 아침 해가 뜨고서 내렸다. 이번에는 버스에서 잠을 제대로 잔 것 같다. 코펜하겐의 중앙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려 숙소를 찾아서 가는데 도시가 깨끗하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노숙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숙소에 체크인 시간까지 배낭을 보관하고, 아침부터 시내 구경을 나갔다. 여행하다가 느낀 것은 날씨 좋을 때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아침부터 맑은 날씨이다.


로젠보르크 성으로 먼저 갔는데, 도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가면 로젠보르크 성이 나올 것 같아 울창한 연못이 있는 공원으로 들어갔다. 잘 조성된 공원에는 오리들과 아침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운동하고 있고, 숲은 울창하고 온갖 식물들을 잘 가꾸어 놓았다.

이런 숲속에 멋진 성이 나올 것을 생각하고 한참을 들어가니까 유리로 만든 성 모양이 나온다. 유리온실을 성처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여기는 로젠보르크 성은 아닌 것 같고 주위를 살펴보아도 성이 공원 속에 있을 만한 곳이 없다. 이 온실은 식물 박물관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었다.


이 부근에 공원이 또 길 건너에 넓은 곳이 있었다. 이 공원에 들어서자 로젠보르크 성이 멀리서 보인다. 공원을 보자 우선 넓다는 생각이 들고, 잘 가꾸어진 고물들과 나무들로 멋지게 통로 길을 만들어 놓은 곳이 두 곳이나 있다.

공원 입구 조각에는 말들이 수난당하는 청동 상이 여럿 있고,

사슴 가족의 청동 상도 있다.

넓은 공원 멀리에 로젠보르크 성이 동화의 성처럼 자리하고 있다.

성의 정원에는 장미들이 피어 있고 붉은 벽돌에 청동색 지붕과 첨탑이 어울린다.

잘 다듬어 놓은 잔디와 넓은 공원은 시민들이 편안한 안식처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로젠보르크 성 대각선 공원에는 국립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고, 그 공원을 숲길을 십여 분 정도 걸어가면 인어공주가 있는 해변 공원이 나온다. 인어공주 공원은 별 모양의 공원으로 이곳도 규모가 상당해서 거리가 있는 공원이다. 이 별 모양의 공원 2차 세계대전까지 코펜하겐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카스텔레 요새였다고 한다. 주변에 처칠 동상이 나무 아래 한편에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는데, 2차 세계대전과 요새를 연관시키니까 처칠 동상이 있는 것이 이해된다.

오늘 계속 공원길을 걸으니까 숲과 나무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햇볕도 가려주니까 좋은 트레킹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인어 공주 상이 있는 해변으로 가기 전에 게피온 분수를 지난다. 게피온은 북유럽의 전설상의 여신으로 황소로 변한 네 아들과 쟁기질하는 모양의 분수대이다. 이곳은 이름난 포토존이다.

게피온 분수와 인어 공주상은 이곳에 유명한 맥주회사에서 만들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게피온 분수대를 지나서 언덕에 올라가면 코펜하겐의 항구와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바다가 나온다.

이 언덕은 인어공주 상과 게피온 분수대 사이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벚꽃이 필 때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이 공원에는 여신상과 이름 모를 신사가 모자를 벗어 들고 항구를 바라보는 있는 동상이 서 있다. 모자를 벗고 있어서 머리 위에 비둘기들이 하얏게 배설물은 싸 놓은 것 같다.


작은 공원을 지나서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한참 걸어가면 인어 공주 상이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다.

인어 공주는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다. 안데르센은 덴마크 오덴세의 가난한 구두장이 아들로 태어나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많은 동화를 쓴 대표적인 동화 작가이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돌 위에 앉아있는 작은 인어 공주 상은 이곳에 관광객들은 붐비게 만들고 있다.

관광버스로 와 걸어온 사람도 많지만, 수상버스나 유람선을 타고 구경 온 사람들도 엄청나다. 배를 타고 오면 인어 공주의 뒷면만 보고 가는데도 끊임없이 유람선이나 보트들이 다녀가고 있다. 인어 공주상과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복잡해서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별 모양의 카스텔레 요새에서 시내 쪽으로 가면 아말리엔보르 성이 나온다. 이 궁전은 원래 덴마크 왕궁의 겨울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근위병의 열병식도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 궁전은 네 개의 궁전으로 만들어져 있고 중간 광장에는 덴마크 선대왕의 청동 상이 서 있다.

궁전 네 개가 비슷해서 오히려 뒤에 자리하고 있는 프레데릭 교회의 청동 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아말리엔보르 성을 구경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코펜하겐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뉘하운을 찾았다.

이곳은 이제 코펜하겐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지만 항구 개설 시는 항구 노동자와 선술집이 있는 서민적인 곳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여러 색깔로 칠해진 아기자기한 집들은 운하와 어울려 동화 속 같은 분위기이다. 옛 분위가 아직은 남아있는 중세의 항구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안데르센이 집세를 내지 못해서 곤란을 겪던 곳이고, 마지막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 마트에 가서 점심을 준비해 왔다. 샐러드와 납작한 소시지를 사고 과일음료를 사서 들고 풍광 좋은 곳을 찾았다. 뉘하운 운하가 잘 조망되고 좋은 곳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벌써 인도풍의 가족들이 앉아있다. 다른 곳을 찾아 주변을 다니다가 그곳만큼 좋은 곳은 없는 것 같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그 가족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도 기대를 갖고 한참을 뒤편에 서 있으니까 가족들이 일어난다.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가 먼저 한쪽을 차지했다. 그러자 또 다른 인도 가족들이 나머지 자리를 앉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뉘하운 운하에 수상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면서 맛있는 점심을 천천히 먹었다. 샐러드와 소시지가 어느 때보다 맛나고, 앞에 보이는 풍광이 좋아 멋진 점심시간이다. 관광객들이 운하 양쪽으로 넘치듯이 오가는 것을 구경하며 즐거운 점심을 갖지만,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너무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옆에 앉은 인도 가족들도 점심을 먹고 있다. 샌드위치 속에 노란 치즈 조각을 넣어서 간단히 먹고 있다. 그들도 먹으면서 눈앞에 오가는 사람들과 유람선을 바라보면서 즐거워 보인다.


운하의 중간에 다리가 들리고 있다. 수상 버스가 아니고 돛을 높이 단 유람선이 지나기 위해서 다리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구경거리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신선식품 시장을 구경하는데, 우리나라 치킨도 있고, 이곳에 막걸리가 있었다. 여기서 막걸리를 보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한 병 사서 가지고 숙소에 와 냉장고에 넣었다. 코펜하겐을 떠나기 전날 저녁에 먹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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