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 있는 섬 홍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목포에서 배로 2시간 반을 가면서 홍도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니까 쾌속선이라고 하지만 무척이나 느린 기분이다. 두 곳을 들렸다가 마지막 정착지가 홍도였다. 출발할 때는 온통 안개로 섬들의 형체가 흐릿했지만 홍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안개가 많이 걷히고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여객선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코로나 영향인 것 같았다. 홍도항 터미널에 도착하니까 부두에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아직 숙소를 잡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자기 집으로 모시려고 나와 있은 것이다. 우리도 숙소를 미리 예약을 못해서 나와 있는 아주머니를 따라서 숙소를 정했다.
먼저 숙소에 짐을 풀고 간편복으로 홍도의 이름난 산인 깃대봉으로 올랐다. 깃대봉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홍도 초등학교 뒤로 올라가면 두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 계단길을 올랐다. 처음부터 급한 계단이어서 천천히 올랐다. 어느 정도 오르니까 잠시 쉴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아래를 보니까 홍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선착장과 해안선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는 이제 안개 한 점까지 없어져 있었고,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과 붉은색 집들이 펼쳐졌다. 맑은 물에 선착장과 뒤편 몽돌해변의 있는 선이 개미허리를 연상할 정도로 잘록했다. 섬 전체는 밭이 거의 없고 관광지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계속 올라가니까 동백꽃이 많이 피어 있었는데, 벌써 지고 있었다. 동백은 붉은 꽃이 이 섬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꽃은 마치 누가 딴 것처럼 꽃송이 채로 떨어진다. 다른 나무도 많았지만 낯에 익은 나무는 때죽나무와 소나무 정도이고 생소한 나무가 너무 많았다. 다른 곳에 없는 나무나 식물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실감했다. 그래도 가다가 보니까 아직은 추워서 피지 않은 진달래가 이곳에서는 피고 있었다.
계속 오르막이지만 가급적 계단을 만들지 않고 등반하기 좋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자연석으로 계단을 만들지 않고 평평하게 만들어서 등반하기 좋게 만든 것이나 아니면 천연 야자 매트를 만들어 걷기도 좋고 환경도 많이 생각하면서 조성되었다. 급한 곳은 계단으로 만들었지만 많은 구간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정상에 가기 전에 전망대가 두 곳에 있는데 홍도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홍도는 해안선이 너무나 아름답고 푸른 바다가 그 해안선을 잘 구분해 주었다.
한 시간 정도 산행을 하니까 깃대봉이 나왔다. 정상에서는 흑산도가 보이면서 터미널 홍도에서 반대편 마을로 가는 길이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홍도의 좋은 풍광을 모두 보여 주었다.
내려오면서 다시 보니까 나무들이 등산로 양쪽을 터널식으로 형성된 곳이 많아서 여름에 등반하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햇볕을 가려 주어서 좋은 등산로일 것 같다.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는 길이 등산 코스이다. 해는 지고 있었다. 홍도의 낙조는 홍도의 붉은색과 함께 아름다웠다. 터미널 선착장 반대에 있는 몽돌해변은 돌이 오랜 세월 동안 바닷물에 깎이고 씻기어서 모난 곳이 없는 둥근 모양이다. 이곳은 천연기념물로 정해진 곳이라 반출이 안된다고 했다.
원래 홍도에 도착하니까 인터넷에 올라온 방값이 4만 원이었는데 5만 원을 달라고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집과 같은 집인데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4만 원에 계약은 했지만 믿음이 가지 않아서 저녁식사를 그 집에서 하지 않고 다른 집에서 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오늘은 여행 첫날이고 바다에 왔으니까 회를 먹고 싶었다. 회를 주문하니까 엄청나게 비싼 값을 불렀다. 다른 것을 먹으면 되지만 회를 먹고 싶었고, 다른 집에는 회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먹었다. 비싼 회라서 그런지 회는 맛이 있었고, 반찬도 모두 맛깔스러웠다. 역시 남도 음식이 맛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처음에 방값에서 선입감이 안 좋아서 저녁을 다른 곳에서 먹었는데, 아침밥도 훌륭하고 유람선 티켓이나 홍도 관광 안내를 친절하게 잘해 주었다. 방값도 인터넷에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그렇게 선전하고 실제 현지 시세는 5만 원을 받고 있었다.
유람선은 한 사람당 2만 오천 원이었다. 선착장을 우측으로 돌아서 섬을 일주하는 코스였다. 출발해서 우측으로 돌아서 처음 만나는 곳부터 절경이었다. 이곳의 풍광은 어디에 가도 빠지지 않은 경치였다.
유람선은 홍도에서 최상의 풍경이 나오는 곳과 방향을 알고 운행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고, 바다 위에 솟은 바위는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두 곳에는 유람선에서 탑승한 전원에게 촬영해 주었다. 유람선 비용이 상당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어 주니까 잘 찍었다. 좋은 배경에서 자리를 선점해서 오랫동안 찍었으니까 훌륭한 사진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홍도는 처음에 시작할 때에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 나오고, 가면서도 계속 여러 가지 모양을 한 기암괴석이 많았다.
그 절경 바위에 흰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곳이 있었다. 홍도에서 그 경치가 알려져 관광지가 되기 전에 주민들이 돌미역 같은 해산물을 채취해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구역을 구분하는 표시이다. 그런데 해산물은 장소에 따라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마다 장소를 바뀌어 가면서 채취하게 해서 최대한 공평하게 분배하려는 구역 표시라는 것이다.
해안선 절벽에 붙어 있는 소나무가 인상 깊었다. 홍도의 소나무는 모두 육송으로 그렇게 크게 자란 것은 없었다. 홍도의 바람에 키가 크면 부러지거나 살기에 애로가 많아서 소나무 스스로 낮은 자세로 산다는 해설자의 설명에 공감했다. 악조건 속에서 바람에 견디려면 크게 자라면 안 되고 바위틈에서 뿌리는 내리기 위해서는 무척 어렵게 자랐을 것이다. 지금 상태는 모두가 분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위섬의 바위틈에서 스스로 키를 키우지 않고 나직하게 자랐지만 수령은 엄청날 것이다. 홍도는 붉은 바위섬이라는 뜻으로 실제 바위가 붉었다.
홍도의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다가 보니까 어느덧 반대쪽에 와 있었다. 반대쪽도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은 유람선이 뜨지 않으면 고립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고 급한 경우는 터미널 선착장이 있는 마을로 가야 하기 때문에 산길을 걸어서 가는데 그 코스가 깃대봉을 올라가서 내려가는 것이다. 유람선에 이 마을을 바라다보니까 집만 십여 채가 자리하면서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홍도에는 이 마을이 먼저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홍도에는 관광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2천 명이 유숙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빈 점포와 빈 숙소가 대부분이다. 이 좁은 섬에 십자가 달린 건물이 두 곳이나 있었다. 그 옛날 하루 2천 명이 왔을 때는 이 작은 섬이 온통 사람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어제저녁 먹은 식당 부근을 지났다. 노인 여섯 분이 늦게까지 쉬시고 육지로 나갈 준비를 하고서 터미널로 가는 중이다. 이분들은 어제저녁에 바로 옆에서 식사를 하던 노인들이다. 우리보다 일찍이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가 가서 쉬었다. 오늘 유람선 탈 때에 같이 승선해서 구경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숙소에서 그냥 쉬신 것이다. 어제 식사 중에 대화를 들어보니까 내일 유람선을 승선할지 안 할지 의견이 나누어져 있었다. 이렇게 배를 타고 홍도까지 들어오는 것도 힘이 들었다. 내일 유람선을 2시간 타고 다시 배를 타고 나가면 힘이 든다. 그러니 쉬다가 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그래도 홍도에 왔으니 유람선을 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결국은 힘이 들어서 쉬다가 나온 것이다.
아마도 힘이 들어서 깃대봉은 엄두를 못 내는 나이들이다. 그러면 이렇게 아름다운 홍도도 별로 구경한 것이 없는 것이다. 붉은 색깔의 집들이 많은 작은 어촌 섬을 보고 가는 것이다. 다리에 힘이 있을 때 여행하라는 말이 실감 났다. 이렇게 먼 거리를 배만 타고 왔다가 다시 배 타고 가는 노인들을 보면서 걸을 수 있을 때에 여행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