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May 24. 2024

새해랑 길 16일차


숙소인 무안에서 첫차를 타러 터미널에 나와 기다리는데, 작은 트럭들이 와서 사람을 싣고 떠난다. 아마도 농사일을 하는 인부들을 태우러 온 것이다. 인부들이 타고 가는 곳은 화물칸이다. 짐 싣는 곳에 사람이 타면 안 되지만, 농사철에는 묵인하는 듯하다.


오늘도 안개가 끼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무안 군내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할 때도 안개는 여전히 심하다. 그래도 리본이나 스티커를 따라서 걷는다.

아침에 걸을 때는 속도도 빠르고 덮지도 않아서 가능하면 많이 걷으려고 한다. 더워지기 전에 많이 걸어 놓아야 더우면 쉬기도, 힘들면 천천히 걷기도 한다. 

농로와 도로를 오가다가 붉은 아스콘인 있는 아스팔트 길을 걷는다. 이 동네는 노인 보호 구역인 것 같다. 성동 마을이고 대형 요양원도 있는 곳이었다. 마을을 벗어나 들판 길은 안개로 거의 보이지 않고, 조금 나루를 방향으로 걷는다. 해안을 걷지만, 안개가 있어 갯벌만 보이는 길을 걷는다. 

송현리 횟집 마을을 지나서 조금나루 길을 들어섰다. 


조금 나루는 해송이 조성되어 있는데, 거리가 상당하다. 

한쪽은 바다의 갯벌이고 한쪽은 해송이 있는 길을 계속 걸어가니까 해수욕장이 나왔는데, 모래는 그렇게 많지 않고 끝부분에 조금 나루 선착장이 만들어져 있다. 여기도 바다는 보이지 않고 안개로 아직 갯벌만 보인다. 조금 나루 해송 숲에는 캠핑 온 사람도 보이고, 차들이 많이 주차해했다. 해송이 잘 조성되어서 사철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인 것 같다. 조금 나루로 들어가는 길의 양쪽은 모두 갯벌이다.

조금 나루에서 나와서 도로로 가지 않고, 해안 길로 길이 안내된다. 

안개도 있지만, 갯벌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곳이다. 무안은 이렇게 갯벌이 넓으니까 낙지가 많이 나는 것인 것 같다. 

안개 낀 갯벌을 따라서 걷는데, 갯벌 가운데에 차들이 보인다. 아마도 낙지를 운반하려고 차들이 대기하는 것 같은데, 갯벌에는 낙지를 잡고 있을 것 같다.

갯벌을 보면서 해송 길을 걸어가니까 멀리 낙지 모양의 조형물이 보이는 것 같다. 이곳이 무안 낙지 공원이고 노을길 야영장이 있는 곳이다. 낙지 공원에는 거대한 낙지 조형물이 서 있고,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주변에도 해송이 해안을 따라서 길게 조성되어서 야영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도 야영하는 텐트들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낙지 공원 건너편에 있는 마을에서는 작물을 수확하고 밭을 정리해 놓았는데, 이곳의 흙이 황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낙지 공원에서 나오면서 해변을 따라 도로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 길을 노을길이라고 한다. 노을 길을 따라서 금계국이 노랗게 피어 있다. 노을길에 금계국을 심은 것 같이 보인다. 

그런데 가면서 자세히 보니까 노을길에는 해당화를 심어 놓았다. 해당화는 잘 보이지 않고 금계국만 무성해서 마치 금계국을 심은 것 같이 보이는 것이다. 노을길에 해당화가 자라서 노을길의 상징으로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억세게 잘 자라는 금계국이 해당화가 자리 잡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 금계국은 생태교란종으로 의도적으로 심는 지자체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지금 노을길에 금계국이 득세를 하고 있다. 

금계국 사이에 핀 해당화가 힘들어 보이지만, 분홍색 꽃이 많고 다음으로 빨간색 해당화도 보인다. 아주 드물게 흰색 해당화도 봤다. 


이 코스의 길은 해안 길을 따라서 계속 가는 코스이다. 바다를 보면서 가는 길이 아니라 갯벌을 보면서 가는 길이다. 

멀리 섬이 보이는 곳으로 노을 길은 내려갔다가 다시 해안 갯벌을 따라 계속 간다. 이때도 해안 길에는 해당화가 심어져 있다.

해당화가 심어진 거리가 6Km는 될 것 같다. 이 긴 길에서 해당화와 금계국은 계속 서로 살려고 경쟁하는 것 같다. 수년이 지나서 노을길에는 해당화가 무성하게 피고 지는 길이 되기를 기원한다. 

갯벌은 계속되고 또 다른 섬도 나왔고 이제 노을 길은 큰길로 가는 길로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해당화는 더 이상 심어져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23코스가 끝나고 다음 코스가 시작된다. 23코스가 끝나는 봉오제 마을에 있는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코스를 준비한다.

다시 걷는 길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곳이어서 넓은 농지가 있는 곳이 많고, 이곳도 여러 곳에서 글 수확하는 중이다. 걷는 길에서 바다 쪽은 갯벌이 넓게 있는 곳도 있지만, 바닷물이 보이는 곳도 여기는 자주 보인다. 


가입시 입구에서는 왼쪽은 양배추와 배추밭이 지평선과 맞닿아 있고, 

오른쪽 바다는 갯벌에 작은 섬이 물에 잠겨져 있다. 

넓은 배추밭 옆으로 걸어서 또 다른 농로를 걷다가 내려와 문 암 마을 중간을 지나서 해변 길 걷는다.

해변 길에 다시 다시 농로로 들어가니까 2층 한옥이 나오는데, 기대와 달리 펜션이다. 


이 펜션의 나무 그늘에서 서해랑 길을 걷는 사람을 만났다. 걷고 나서 처음 만난 사람이다. 이분도 정년을 마치고 걷는다고 하면서 어제는 목포에서 자고 왔다는 것이다. 차 시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다시 헤어져서 혼자 걸어가면서 이 코스는 쉴 수 있는 그늘이 너무 없는 것 같다. 햇볕이 너무 강해서 걷기가 힘이 든다. 오늘 만난 사람은 뒤에 오는데, 양산을 쓰고 걷는다. 햇볕에 걷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금산 방조제를 지날 때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늘만 나오면 쉴 생각을 하고 건넜지만 금산항 주변에는 그늘이 없었다.

조금 더 가니까 종교단체 건물이 있고, 큰 나무가 있어서 길옆 그 그늘에 앉아 오래 쉬었다. 뒤에 따라오던 사람이 앞서가는 것도 지켜봤다. 너무 더워서 일어나기 싫었지만, 해변길을 걸어서 다시 농로를 걷는다. 햇볕에 작물들은 잘 자라는 것 같지만, 걷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황톳길을 걸으면서 그래도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황톳길 양파밭에 온통 붉은 깃발이 꽂혀 있다. 그 양파밭을 계약재배한 사람의 이름이나 회사명이 적힌 것이다. 그런데 붉은 깃발에 적인 이름이 김일성이다.


오늘 종점이 매다 마을을 뒤로 돌아서 어려운 산길을 넘어서 도착했다. 내려오면서 본 매다 마을은 상당히 규모가 있고, 앞에는 아담한 섬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의 집들 사이로 걸어서 노인정에 도착했다. 이곳이 군내버스가 와서 돌아가는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해랑 길 15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