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에서 일단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루만 묵고, 쿠스코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나왔다.
쿠스코는 잉카제국의 수도였고, 잉카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해 “배꼽”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페루의 관광 중심지이고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는 들려야 하는 도시이다.
공항은 국제선보다 쿠스코로 가기 위해 국내선이 더 붐빈다.
공항에서 내 나라의 상표가 많이 보여서 기분은 나쁘지 않지만, 해외여행 하면 내 나라에 앞서 누구나 공정하게 대우받고 상식이 통했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라는 생각을 본다. 미국을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 상한 것 같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으로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하늘이 맑고 산뜻한 느낌을 받아서 좋은 첫인상이다.
먼저 마추픽추에 가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기 때문에 우선해서 먼저 일정을 잡기 위해서 여행사를 찾았다. 마추픽추의 많은 여행사가 한곳에 있었는데, 그중에서 선해 보이는 여자가 있는 점포에 들어갔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추픽추 일정을 쉽게 해결하고 나오려는데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권해서 하기로 했다. 여러 명이 함께 인솔자를 따라 투어는 처음 하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중형차가 데리러 왔다. 오늘 가는 성계 투어는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줄인 말이고 파삭에서부터 마추픽추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그렇게 부른다. 마추픽추로 흐르는 우르맘바 강을 따라가는 투어이다.
인솔자가 스페인어나 영어로 물어도 난 알아듣지 못해서 그냥 따라 다니면서 구경만 하는 것이다. 도로 사정이 별로인 산길을 가다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달린다. 어떤 곳은 교행이 되지 않아서 한쪽 차가 기다려 준다.
처음 차가 선 곳은 물건 파는 가게이다. 이렇게 인솔자가 있는 관광은 어김없이 약속된 상점에 들린다.
아기 업은 아주머니가 원주민 복장을 하고 무엇인가 부지런히 설명하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듣지 못하니까 편했지만, 관심은 다른 곳이다. 그 가게에서 팔고자 하는 양털 옷들 외에도 이 지방에 재배되는 씨앗들을 보여 주려고 전시해 놓은 것이 있었다.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물건에도 관심이 없으니까 자연히 그 씨앗에 눈길이 간다. 그중에서 양대콩 같은 씨앗을 몇 개 가져왔다. 다음에 고향에 심어 볼 생각이다.
가게를 나와서 첫 번째 들린 곳이 친체로 유적지이다. 이 유적지에서 앞으로 갈 곳을 포함한 티켓을 가이드가 대신 구입해 준다. 이곳에서도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유적지 마당까지 상인으로 가득하다.
친체로 유적지에는 산페드로 성당이 허물어진 상태로 서 있고 앞마당에는 바닥 석이 갈라졌지만, 십자가는 그대로 서 있다.
이곳은 원래 잉카의 신전이 있던 곳으로 스페인의 침략으로 성당으로 바뀐 곳이다. 주변에 쌓아 놓은 석축도 잉카 시절에 쌓은 것과 스페인 시절에 쌓은 것이 구별 지게 보인다.
이곳은 잉카의 유적지로 농사를 짓던 곳이다. 멀리 높은 산과 계단식 밭들도 보이고 이를 알리기 위해서 유적지 넓은 광장에 감자를 뿌려 놓았다.
성계 투어를 위해 좁은 길에는 관광객들이 탄 차들이 수없이 교행하면서 다음으로 간 곳은 살레네라스 염전이다. 이 염전은 오래전에 바다였던 것이 올라와 산맥으로 변화된 곳으로 지하에서 올라온 소금물을 계단식 염전에 공급해서 소금을 만드는 것이다. 기원전 잉카 시대부터 소금을 생산해서 지금까지 소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염전을 나와서 다음으로 간 곳은 모라이 유적지이다. 원형 경기장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계단식 농지로 산악지방의 경사를 이용해서 만든 밭이다. 계단마다 온도와 습도가 달아서 다른 작물을 제배했다고 하니까 신기하고, 이렇게 열악한 곳도 농지로 개발한 잉카인이 대단하다.
이와 비슷한 곳으로 삐삭 농지이다. 이 농지도 산 정상부근에서부터 계단식으로 만들어져서, 잉카인은 땅을 사랑하고 최대한 이용한 것이 과학적이다.
여기 삐삭으로 올라가는 길이 굽이굽이 예술이다.
올란따이탐보도 석축으로 쌓은 잉카제국 때 건설된 요새이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고, 정상에 올라가서 보니까 먼 곳까지 보이고 이곳 산맥은 웅장하고 골짜기가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인솔자가 있는 투어는 인솔자가 내용을 설명하고 듣기만 하니까 편하고 쉬운 여행이었다. 그렇지만 빠르게 진행하고, 3500고지의 고산이라서 따라 다니기도 힘든 일이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니까 같이 간 일행들의 주의도 끌지 못했지만, 구경하다가 오라는 시간은 정확히 지켰다. 일행 중에 늦게 오는 친구는 꼭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여행은 어떻게 하던지, 하고 나면 즐거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