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은 여행을 시작하면서 지도를 보고 안 도시이다. 쿠바를 가고 싶어 여행의 마지막쯤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히 지도를 보니 쿠바에 들어가는 위치가 멕시코 칸쿤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 가면 배편이나 항공편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도 쿠바에 가겠다고 해서 가는 일정을 물어보니까, 내 예상대로 칸쿤에서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쿠바를 여행한 기록이 있으면, 미국 여행이 까다로워져 미국 대사관에 가서 면접을 보아야 비자가 발급된다고 한다.
아직 미국을 가지 않아서 지금 쿠바로 가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생각 끝에 이번 여행에서는 쿠바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칸쿤이 휴양지로 좋다고 해서 오기로 정한 것이다.
브라질 리오에서 급하게 표를 구하면서 가장 싼 것을 타고 갔는데, 세 번 환승을 했다. 리오에서 칠레 산티아고 공항으로 가고, 다시 페루 리마 공항으로 가서, 칸쿤 공항에 내렸다.
칸쿤 공항에서 시내까지 반 시간이 걸리지 않는 거리이다. 일단 공항에서 가는 버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여행안내소에 버스 타는 곳을 물었다. 대답은 택시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특이하게 이곳은 주민들의 반대로 우버택시가 못 들어온 곳이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으니까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택시 부스에 가서 숙소 주소를 주고 얼마냐고 물었다.
100달러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곳에 가서 다시 물어보니까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100달러이다. 구글 지도를 봐도 직선도로이고 바로 옆에 시내가 위치하는데 과한 요금인 것 같다.
이번에는 밖으로 나가서 버스가 서 있는 곳을 찾아서 버스 기사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그쪽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없다고 손사래 친다. 칸쿤 공항은 2,3,4 터미널이 구분되어 있어서 복잡하지만, 버스가 운행되는 곳이 있는데 그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 대신 택시 삐끼들은 집요하게 흥정을 하면서 따라 다닌다. 처음에는 100달러가 다음에는 50달러로 내려간다. 나는 그것도 심하다는 생각에 더 낮은 가격을 요구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젊은 친구가 카드로 결제하면 30달러에 태워주겠다고 한다.
일단 날이 저물러 가니까 30달러에 오케이 하고 따라갔다.
그곳에는 자가용이 대기하고 있었다. 차에 탑승하고 출발할 때에 소개한 친구는 옆에 있고, 젊은 아가씨가 와 계산하자며 카드 단말기를 내민다.
아무런 의심 없이 카드를 건너 주니까 카드로 결제를 한다. 30달러를 결제한 것으로 믿지만 믿음이 가지 않아서 차는 출발을 하는데 휴대폰을 확인하니까 멕시코 페소로 100달러를 결제한 것이다. 순간 차를 정차시키고 카드 결제 취소를 요구했다.
무엇이라고 얼무버리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하면서 안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여기 칸쿤은 치안도 불안하고 위험한 곳이지만, 강력하게 큰소리를 요구했다. 그때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니까 일당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은 여기서 급하게 출발하는 타임에 결제하는 그런 사기행각을 벌였고, 또 카드 결제를 하면 휴대폰에 즉시 현출된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내 휴대폰에 결제된 멕시코 페소를 보여 주며 큰소리치니까 순순히 나머지 70달러를 현금으로 돌려받고, 그 차로 숙소까지 왔다. 숙소까지 가면서 운전하는 친구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고 어떻게 해보려는 표정이 눈이 보였다.
여행의 막바지이니까 칸쿤에서는 구경보다는 편안히 휴식하면서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칸쿤은 일 년 내내 30도가 넘는 온도를 유지하는 곳으로 그래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했다.
너무 더워서 숙소의 에어컨은 24시간 돌아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칸쿤의 해변이 있는 곳으로 갔다. 시내를 벗어나 해변 쪽으로 가서 고급 숙소 단지 있는 곳을 지나면 해변으로 가는 도로를 만난다.
이 도로를 따라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같이 만들어져 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칸쿤에서 이름난 해수욕장인 플라야 델피네스 공용 해변이 나온다. 목표는 그곳에 가보려고 나왔지만, 아침이지만 벌써 더워지고 있다.
길은 길어서 해변이 곧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는다. 한 시간을 걷고 나서 구글 지도를 보니까 해변을 지나가고 있다. 해변이지만 바닷가에 건물과 숙박 시설이 들어서 아름다운 칸쿤의 해변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해변이 모두 사유지가 된 것 같다.
내가 가고자 하는 플라야 텔피네스 해변은 더워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다.
그때 작은 공간이지만 해변이 나왔다.
그곳에 들어가 주변을 돌아보니까 해변은 건물로 들어차 있다.
여기서 한참 쉬다가 돌아왔다.
칸쿤은 원래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으나 1970년대에 멕시코가 외국 자본으로 관광지를 만든 것이다. 이곳은 쿠바도 바로 건너이지만, 미국 플로이다 주도 건너편이다. 미국인과 케나다인에 맞게 개발한 관광지로 100 여개의 호텔과 수상 스포츠 시설이 있고, 클럽과 술집이 번성한 곳이다.
해변의 호텔 존과 시민들이 사는 시내로 구분되고, 호텔 존에는 호텔과 미국이나 케나타 사람의 별장이나 부유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관광객 외 시민들은 별로 없다. 이곳에 일하는 시민들도 저임금이고 시내는 빈민층이 많이 사는 곳으로 치안이 불안하다고 한다.
이곳은 2010년대에 한국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지기 시작해서 한국인들이 많이 찾은 곳이 되었다. 이곳에 신혼여행을 오면 호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호캉스가 유명한 곳이다.
또 이곳은 2003년 WTO 농업개방을 반대하여 한국 농민이 할복자살 한곳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외곽지로 조금 나가면 마야 유적지도 있지만, 그곳도 가지 않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 다시 해변을 찾아서 부지런히 걷는다.
날씨는 여전히 30도를 가까워지고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걷지도 못하는 곳이다.
해변으로 이어지다가 다리가 놓여 있는 곳에서 위락시설도 있고, 산책하기 좋게 만들어진 곳으로 갔다.
해변가에는 대형 유람선이 서 있고, 그 옆으로 보트들과 요트들이 바다를 나갈 채비하고 있는 곳에 관광객들이 간간이 보인다.
그곳의 해변에 들어가니까 야자수 나무 아래 긴 비치 의자와 고운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일광욕도 하면서 카리브해의 푸른 바다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멀리 보이는 바다에는 유람선과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다닌다.
그 해변 호텔 안쪽에는 대형 수영장에도 맑은 물이 가득하게 준비되어 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놀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바닷가 해변의 다리 옆 산책길에서 앉아 카리브해의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는 멋도 상당하다. 사람도 많이 보이지 않고 부는 바람은 그늘이어서 한없이 시원하다. 미국 국기를 펄럭이고 지나가는 요트를 구경도 하고,
한때의 카누를 탄 사람들이 푸른 바다를 가르고 즐겁게 노 젓고 있는 것도 보는 것이 즐겁다.
그 주변에 혼자서 잠수하면서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도 보인다.
멀리 보투 길 너머로 칸쿤 휴양지의 중심인 호텔 존이 보인다.
이곳은 모두가 즐겁게 푸른 바다를 즐기는 중이다. 이곳이 놀 만한 여력이 있으면, 더없이 즐거운 휴양지인 것 같다.
칸쿤의 공동 해변에 가 해수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날이 더워서 걷기를 포기하고 이곳 시원한 그늘에서 오랫동안 쉬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나무나 건물이 막혀서 그늘이 된 길을 찾아 걸었다.
이곳 칸쿤에는 도로나 인도에 야자수가 멋지게 자랐다.
길가를 가로 질로 지나가는 도마뱀을 여럿 보았다.
이곳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마트에서 찾은 일본 라면이다. 우리나라 라면을 찾아서 갔지만, 없으면 중국 라면이라도 있으면 바랐다. 그런데 중국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은 일본 라면을 만났다. 일본 라면에 참치와 계란을 넣은 라면 국물이 내가 바라던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