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려는 아침에 만난 교회의 십자가 위에는 까마귀가 앉아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앉아서 먼 곳을 보다가 밑으로 지나는 인기척에 날아갔다. 조류 중에 영리한 새로 알려진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보지만 외국에서는 길조라고 한다.
지나는 이곳에는 마늘이 자라서 푸른 밭을 만들고 있고,
아침에 마실 나온 수탁이 당당한 보무로 걷고 있다.
하늘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걸어오면서 몇 번 경험한 일이니까 하늘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챈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중이다.
이번에 쳐다본 하늘은 그 규모가 커서 눈에 보이는 하늘이 온통 새들이다. 여러 번 지나가고 소리도 더 요란하다.
철새들은 아침 동틀 무렵이나 아침나절, 오전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철새들의 무리가 적을수록 대열을 정비해서 날아가고, 숫자가 많으면 일정한 모양으로 날아가는데 대열이 산만하다.
연포 해수욕장 마을 골목길에서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 새로운 서해랑 코스가 시작된다.
백사장 앞의 작은 섬이 연포 해수욕장의 백미이다.
해수욕장에 저런 작은 섬이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 지난여름 많은 사람이 다녀간 넓은 백사장이 조용하다. 내년에 다시 이곳에 사람이 찾을 것이다. 가을이 짙어가는 날 해수욕장을 걷는 운치도 좋다.
다시 혼자서 들판을 걷다가 멀리 아득한 곳으로 간다.
가는 길은 들판 너머로 보이는 갯벌이 있는 바다이다. 이곳도 갯벌이 넓은 평야 같은 곳이다.
갯벌로 가는 길목에 작은 집 하나가 홀로 있다. 농가 주택이다. 바다가 바로 앞이고 들판에 홀로 있는 것은 전원생활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심정을 대별하는 듯하다. 집 주변에 갯벌에 나가는 도구들이 걸려 있다. 이런 주택은 조립식으로 하거나 컨테이너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다시 산속 길을 올라간다. 공기는 맑지만, 숨이 찬다.
이렇게 오르막을 오르니 땀이 맺히고 운동은 더 잘 되는 것 같다. 서해랑 길은 다른 해안 코스보다 산을 지나가는 것이 적은 느낌이다. 산으로 코스가 많이 만들어지면 해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등산길이다. 서해랑 길은 바다를 보고 걷는 의미를 느끼게 하려는 것 같다.
산에서 내려가는 산기슭에 “아가페”라는 간판을 단 웅장한 건물이 나온다. 무슨 쓰임의 건물인지 모르지만 잘 지어졌다. 그 앞 주차장에는 나무 넝쿨이 올라간 건물이 있다. 자세히 보니 풍차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만든 풍차가 이제는 돌지 않는 풍차로 넝쿨들이 휘감고 있다.
밑으로 내려가면 방조제가 길게 만들어진 곳에 대규모 염전이다.
방조제를 건너서 해안 길이 나온다. 그 해안가의 작은 집 앞에 다알리아꽃과 코스모스 닮은 이름 모르는 붉은 꽃이 피어 있다. 꽃을 좋아하는 주인이 아담하게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지나는 길손의 얼굴에도 꽃처럼 환한 미소가 돈다. 다시 이어지는 갯벌과 방조제를 걸을 때도 활짝 핀 꽃들이 머릿속에 남는다.
방조제가 끝나고 나오는 마을이 “노을 지는 갯마을”이란 간판이 있다. 이름이 아름다우니까 다시 갯벌을 돌아보고 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 어딜까 찾아본다.
이 마을에는 감이 잘 익어간다. 요즈음 지나온 길에서 감나무에 홍시가 되어 떨어질 것 같은 곳도 많이 보았다. 감나무 밑에 일하는 노인에게 “감이 잘 익어 간다"라고 인사를 하고 감나무에 농약을 쳤느냐 물었다. 노인의 대답이 따로 친 것은 없고, 다른 농작물에 농약을 칠 때 몇 번 했다고 한다. 노약을 치지 않으면 잘 되는 농작물은 이제 거의 없다.
멀리 큰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보인다. 길은 그 큰 도로로 갈 것 같다.
큰 도로를 가기 전, 왼쪽에는 염전이고 오른쪽은 넓은 웅덩이이다. 웅덩이에 노인이 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무엇을 잡고 있는지 가까이 가서 말을 붙여 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고 말하기 싫은 무표정이다. 귀찮은 표정 같기도 하고 세상에 즐거운 것이 없는 듯하다.
다시 길을 올라서 큰 도로 길에 들어섰다. 이 길이 만리포로 가는 길이다. 큰길에서 송현 1리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해랑 길 67코스 종점 간판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