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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4시간전

평화의 길 1일차

장시간 걷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은 아니다. 걷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것도 아닌데, 서해랑 길을 걷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 걷는 것이 조금은 버릇이 된 기분이다. 

평화의 길 출발지로 강화 버스터미널에서 26번 타고 평화 전망대에 내렸다. 

이른 아침 조용하던 정류장에 개가 짖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왔던 이곳에 왔을 때도 시끄럽게 짖던 개다. 다시 만나 반갑다고 짖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해랑 길을 마치고 강화터미널에 가기 위해 이곳 정류장에 한 시간 이상 기다릴 때 짖어 대던 개다. 이른 아침에 사람을 만나니 밤새 참았던 개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또 개들을 짖게 하는 길을 시작한 것이다. 


데크 길을 올라가서 출발하는 표지판을 다시 보고, 셀카로 시작을 남기고 걷기 시작이다.

넓은 주차장에 햇살 받는 소나무를 보면서 아름다운 길을 기대하고 동쪽으로 걷는 길이다. 

다시 내려와 버스 정류장을 지날 때 그 개는 여전히 짖는다. 그 개는 낯선 사람을 지나면 짖어야 하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조금 가면 군인들이 검문하는 초소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신분증을 내서 초병에게 내밀었다. 갑자기 지나는 배낭 멘 과객이 신분증을 내미니까 초병이 받아서 들고서 의아한 눈으로 “왜 주냐"라고 묻는다. 이곳은 신분증이 필요 없다고 돌려주면서 그냥 가시면 된다고 한다. 사전에 평화의 길은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있다는 것을 봤고,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것도 봤다. 그래서 초소를 지나면서 생각 없이 신분증을 보여 준 것이다. 


걷는 길은 강화의 바닷가이고, 그쪽에 철책이 높이 쳐있는 도로 길을 걷는다. 

이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 길이며, 바다 건너서 북한 땅이 보이는 곳이다. 추운 날에 북쪽에서 끊임없는 소음이 들린다. 마치 전투기가 굉음을 내면서 내려오는 소리이다. 멀리서 전투기가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쪽을 바라보지만, 일정한 굉음만 반복되고 있다. 

변함없는 직선 길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쯤에 강화천도 공원이 나온다. 도롯가에 조성된 공원에는 팔만대장경 기념비와 삼별초의 흔적도 만들어 놓았다. 지나면서 잠시 들려서 쉬었다 갈만한 곳이다. 


오늘이 올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추운 날 기억나는 것은 해파랑길을 걸을 때이다. 그때는 구정 무렵이었다. 오늘보다 더 추웠지만 춥다는 느낌은 덜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내복도 입고 몸 단열을 더 많이 했지만, 추위를 많이 느낀다. 해파랑길을 걸을 때는 동해안의 차가운 바람이 매서웠고 그 무렵은 수십 년에 만에 온 한파라고 했었다. 그래도 걷는 데는 추위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더 추위를 느낀다. 짧은 세월이지만 체력이 약해진 것이다. 


그동안 햇볕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걷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늘은 시작부터 햇볕을 받으면서 걸었다. 이 길이 동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강화도 평화 전망대에서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은 서에서 동쪽을 바라보면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DMZ 밑으로 가는 길로 “평화의 길”이라 이름 지어진 코리안 트레킹 길이다. 이 평화의 길이 마지막에 조성된 길이기도 하다. 


강화의 들판에는 아직 길 가다가 머물러 가는 철새들이 논밭에 먹이를 찾고 있다. 미리 떠난 철새는 벌써 도착해서 새로 잡은 자리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는 새들은 옆으로 지나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사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인지 빨리 배를 채워서 가야 할 길이 바빠서인지 알 수 없지만, 지각한 철새들은 부지런히 먹이만 찾고 있다. 


직선 바닷길에 연미정이 바닷가 풍광 좋은 곳에 서 있다. 

이곳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흐르는 물길 모양이 제비 꼬리와 같다고 해서 정자를 연미정이라 부른다. 강화 10경에서 첫째로 꼽는 곳이다. 이곳은 또 월곶돈대이기도 하다. 나들이 와서 한참 놀다가 가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연미정에서 내려와 걷는 길은 아직도 곧은 길이다. 이 길에서 6.25 참전 용사 기념공원을 만나서 참전한 16개국의 비석을 봤다. 비석에는 참전한 나라별 군인들의 숫자가 기록되어 있다. 평소에 생각한 것보다 많은 군인이 이 땅에 왔다가 갔다. 낯선 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넋이 안타깝다. 


그 길에 익숙한 리본이 달려있다. 이 리본은 다른 코리아 둘레길을 걸으면서 만났다.  파란바탕에 "서울 금천 허총무"을 표시한 리본이다. 여기에 "걸을 수 있을 때까지 ..." 라고 써 있다.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이가 있는 사람일 것 같다. 리본에 표기된 날짜를 보니 지나간지 며칠되지 않을 것 같다. 이분도 오래 걷기 바라는 마음이다. 


긴 직선 길이 끝나고 굽어지는 곳에 구 강화대교가 나오고 그곳에 갑곶 순교성지를 만났다. 순교성지는 바닷가나 물가에 많았다. 아마도 순교자들을 쉽게 처리하는 방법으로 수장을 시킨 것 같다. 

강화대교와 구 강화대교 사이에 강화외성을 복원해 놓았다. 강화외성은 몽골군이 바다를 건너 공격하지 못하도록 강화도 동쪽 해안을 따라 쌓은 성이다.


구 강화대교를 건너서 김포로 넘어갔다. 대교를 건너서부터 보이는 성이 문수산성 남문이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길은 산으로 오르는 등산길이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오르막이라 힘이 들어가지만, 바람을 막아주니 따뜻한 느낌을 왔다. 이 길은 산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산속의 성곽을 따라 올랐다. 걷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산길에 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지만, 쉽지는 않다. 힘들게 등산길을 가면 홍예문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내려가는 내리막이 나온다. 긴 산길은 계속되었다. 


산길 마지막 부근에서 김포 국제 조각 공원이 나온다. 조각 공원이라고 하지만 조각 산이다. 여러 작품이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독특한 내용의 작품에 그 의미까지 기록되어 있지만 이해가 쉽지 않다. 

이 넓고 가꾸어진 산은 “군하 숲길”로 시민들이 오르기 쉽고, 쉴 수 있는 숲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오를 것 같다. 


이것이 끝나면 통진 향교가 나온다. 향교 주변에는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많다. 느티나무가 잘 자라는 곳인 것 같다. 

향교를 지나서 시내 길은 자동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 도로 길이다. 통진읍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들이 다니는 도로와 같이 걷는 길이 많다. 통진읍은 읍이지만, 대도시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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