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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로 가는 밤 버스

by 안종익

케냐에는 오래 머물지 않고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정이 가지 않고 볼거리도 별로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좋은 점은 싫으면 가지 않고, 떠나고 싶으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머물 수도 있다.

나이로비에서 우간다로 가는 야간 버스가 있다고 해서 숙소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하루 전에 표를 쉽게 구했다.

일단은 야간 버스만 타고 졸다가 보면, 나이로비를 벗어나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도착할 것이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나이로비정류소에 오라는 시간에 맞추어 갔다. 정류소로 가는 길은 무질서의 극치로 차와 사람이 서로를 피해 다니는 도로이다.


도로를 건널 때 이리저리 잘 보고 건넜는데, 갑자기 인도를 들어서기 직전에 내 몸이 도로에 떨어졌다.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고, 내가 차에 친인 것이다. 분명히 도로를 다 건넜다고 생각했는데, 차가 어느 쪽에서 나를 치었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넘어져 정신이 없었지만 일어나 보니, 나를 친 차는 벌써 멀리 도망가고 있었다.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일어나 다친 곳이 없나 몸을 움직여 본다. 그때 주위에 지나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엇인가 물어보는 것 같았으나 알아듣지 못했다. 여기는 신호가 없는 곳이 많고 먼저 가는 것이 최고이다. 그리고 차나 사람이나 서로 잘 피해야 하는 교통 문화이다.

그냥 대로변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방법이 없어서, 몸이 다친 곳이 안 나오길 바랄 뿐이다. 팔다리를 움직여 보니 약간 아픈 감이 온다. 그렇지만 우간다 버스 타러 그 자리를 떠났다. 여행하면 좋은 것을 경험해야 하지만, 이렇게 나쁜 것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정류장에서 캄팔라로 간다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 뒤만 따라서 버스를 탔다. 이제는 야간 버스는 밤새 달려 내일 오전이면 도착할 것이다. 그래도 일단 버스에 자리를 잡으니 안심이다. 다시 한번 아픈 곳이 없나 확인을 해봤다. 왼쪽 손목과 오른쪽 다리가 야간 이상을 느낀다. 곧 회복되리라 믿고 잠을 청했다. 피곤해서인지 금 새 잠이 들었다. 버스에서 반 시간 정도 잔 것으로 보이는데, 버스는 아직 정류장 부근이다. 정류장 부근이 너무 막혀서 거의 그 주변 시내가 주차장이다. 차가 거의 멈추어있으니까 창문을 두들기면 물건을 사라고 한다. 나도 잠을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깬 것이다. 이 도시는 교통은 짜증 나는 곳이다.

버스는 어두운 밤 도로를 계속 가면서 나도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새벽에 우간다 국경에 도착했다.


케냐와 우간다의 양쪽 비자를 사전에 받아 왔었다. 문제없이 통과하리라 생각했지만, 케냐에서 잡고 보내 주질 않는다. 번역기로 의사를 전달했지만, 케냐 관리는 이곳에서 머물러야 하고 지금 나가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항변하여도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막무가내이다. 옆에 바람잡이까지 동원해서 돈을 요구한다. 분위기가 의도적으로 돈을 갈취하겠다는 것이다. 연속으로 불행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타고 온 버스가 어떻게 되나 하는 걱정이 되어 억울한 생각이지만, 100달러를 주고 출국 도장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인에게서 가능한 돈을 많이 뺏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다음은 우간다 입국에서도 비자를 제시했지만, 돈을 요구하는 것 같은 분위기로 다른 사무실로 데리고 가 입국 도장을 찍어 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돈을 주지 않고 계속 처리를 요구했다. 한참 있다가 통과시켜 준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는 거리에서는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이 가는 곳마다 있고, 자기 업무로 만나면 그 권한을 마음껏 부리는 것 같다. 우간다 국경을 지나 캄팔라에 들어오기까지 버스는 세 번이나 정차해서 여권을 확인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자기 영역에 들어온 사람의 지갑에 관심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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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캄팔라에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서행한다.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교통 사정이 나쁜 이곳에 더 심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고가 난 분위기이다. 이른 아침인데 도로에 많은 마을 주민이 서서 한곳을 바라보며 웅성거리고 있다.

버스는 사고 난 것 같은 트럭 옆으로 서행했다. 주변에는 적재물이 떨어진 것과 차가 부서진 파편이 도로 위에 널려 있다. 그리고 도로에 피가 흥건히 흘러 있는 것이 사망 사고가 난 것 같았다.

그런데 도로에 떨어진 핏속에 사람 발이 떨어진 것이 보인다. 버스가 천천히 사고 난 차 옆으로 지날 때, 처참한 현장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생생히 보여주는 현장은 다리의 발목 부분이 떨어져 나가 도로에 있고, 손도 떨어져 손목만 보였다. 사고 난 사람은 운전자인 것 같은데, 차 앞부분이 그대로 눌러 버려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본 가장 처참한 광경이었다. 모든 것을 졸지에 자세히 보았지만, 그 광경은 오래 머릿속에 그대로 남았다. 이곳은 도로 사정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차는 넘친다. 폐차 직전의 차들이 도로에 넘치고, 캄팔라 진입 초입에는 도로 옆은 폐차장이다. 대형 트럭들이 버려져 녹슬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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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 버스를 타고 15시간 만에 내린 곳이 캄팔라 터미널이다.

시골 장터 같은 곳에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벌 때처럼 모여든다. 염려되었던 배낭이 버스 트렁크 구석에서 찾으니 그렇게 반가웠다. 일단 배낭을 챙기고 이제는 숙소를 찾아야 한다. 여기는 우버가 된다고 들었는데, 요출 했지만 먹통이다. 택시 호객행위가 극성이다. 그런데 우간다 돈으로 환전하기 위해 환전소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어제 차 사고로 다친 곳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어지는 불행한 일에 맞서려는 뜻으로 걸어서 숙소를 가기로 했다. 복잡한 오토바이와 차들이 지나는 길을 구글 지도를 보고 걸었다.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그동안 걸어온 경력이 걷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오르막을 넘어 한 시간을 걷고 걸어서 숙소를 찾았다. 연이어 생긴 일들이 모두 불행한 일들이다. 힘든 밤이 지나고 다시 평온한 여행은 이어지길 원하는 마음이다.

여기 우간다에서는 아침부터 매콤한 한국 라면으로 속을 풀었다. 오랜만에 먹는 신라면은 너무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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