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옆 개인 집에는 담장이 높이 쳐져 지나가면서는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거기에 경비원까지 온종일 출입을 감시하고 있다. 지키려는 것이 많고, 기회가 있으면 침범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치안이 불안하고 빈부의 차가 심해서 그렇게 그들만의 공간을 지켜가고 있다. 우간다는 길을 나서면 이륜차 천국이다.
그냥 걸어가지를 못한다. 곧 이륜차가 서거나 지나가면서 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실제 사람들은 걷다가 이륜차와 가격을 흥정해서 타고 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심지어 연인이 같이 걷다가 두 사람이 함께 이륜차 뒤에 타고 가는 것도 보았다. 정류장이 없어도 되고 원하는 곳은 어디나 갈 수 있다.
이런 캄팔라 시내를 걸어서 투어를 시작했다. 숲이 푸른 도시에 높은 건물들이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처음 만난 곳은 요즘 이 도시에 사람이 몰린다는 아카시아 몰을 만났다. 외관보다도 내부에는 세련된 매장들이 즐비하고 젊은이들이 많았다. 어느 도시 쇼핑몰 장식보다 화려하고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활기차다.
쇼핑몰 사거리에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인 카루비 묘를 찾아서 대로를 걸었다. 오토바이 호객행위는 여전하고, 이 도로는 정비된 도로로 깨끗하다.
도로 가운데에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동물인 코끼리, 물소, 볏 두루미, 사자 조형물을 만난다. 세 번째 있는 새는 우간다가 자랑하는 새인 것 같다.
이 길에서 아프리카에서 명문 대학도 만났다.
좋은 대로가 끝나자 대형 재래시장이 나온다. 푸른 바나나가 대량으로 나와 있고 지나는 동양인을 보는 눈빛이 무섭다. 삶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들이다. 계속 쳐다보기에 시장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길을 따라 빨리 걸었다.
카루비 묘는 풀로 된 묘 또는 잔디로 된 묘라는 뜻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부간다 왕국 역대 왕들의 묘이다. 중앙에는 대형 마른 풀로 엮어서 만든 움막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니 왕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고, 컴컴한 그곳에 나이 든 할머니가 기거하고 있어서 놀랐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 사는 할머니는 왕들과 인연이 있는 분인 것 같다.
주변의 여러 개의 작은 움막은 왕의 아내 집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입구도 풀로 만든 출입 움막과 여러 유품이 남아있는 곳으로 입장료를 카드로 받고 있었다. 특이한 분위기와 이색적인 문화를 체험했다.
캄팔라 구경을 나섰지만, 주변에서 노려보는 듯한 느낌으로 가능한 대로변으로만 가면서 나미렘 대성당을 찾아 올라갔다. 나미렘베 언덕에 위치해 우간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우간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이곳에도 여행객으로 그냥 지나쳐 보지 않고, 사람들이 다가와 무엇인가 말을 건다.
여기서는 아래 보이는 시내를 잠시 구경하다가 밑으로 내려가니까 나미렘 성당과 연관이 있는 대형 수녀원 같은 건물이 철통같은 높은 담장을 치고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일직선으로 보이는 곳이 카바카 팰리스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이 오래된 길 같고, 직선으로 멋지게 뻗어 있다. 중간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형물이 도로 중앙에 서 있고
양쪽에는 가로수와 동물이나 곤충 조각들을 만들어 놓았다.
카바카 팰리스도 대성당 건너편 언덕에 위치 한 왕궁이다. 카바카는 우간다 왕국에서 왕을 부르는 호칭이다.
왕궁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서 있고, 왕궁을 대나무 발로 쳐 놓은 듯이 담장을 만들어 놓고, 겉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왕궁을 영국의 버킹엄 궁전과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우간다에는 여러 왕국이 있는데, 그중 부간다 왕국이 가장 강력한 왕국이라고 한다. 왕들은 정치적인 권력은 전혀 없고, 문화적인 영향력은 있다고 한다.
이 왕궁을 31대 국왕이 건립한 것으로 지금은 36대 국왕이 살고 있다고 한다. 울타리 밖에서 해설사가 해설해 주고 기념사진도 찍어 준다.
주변에 대포가 설치되어 있고, 엘리자베스 2세가 선물했다는 자동차가 녹이 슨 고철이 되어 전시돼 있다. 주변에 둘러보는 중에 이디 아민 독재자가 만든 감옥도 있고, 우간다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왕궁을 나와서 다시 보는 직선 도로는 사연 많은 우간다의 역사가 서린 곳처럼 보인다.
왕궁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긴 도로 옆에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도 사는 것이 쉽지 않은지, 도롯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는 노숙자들이 누워서 자는 것이 많이 보인다. 이 길은 캄팔라 센트럴 모스크로 가는 길이라서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지만,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마다 못 들은 척하고 급하게 걸었다.
캄팔라 센트럴 모스크도 높은 곳에 위치해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중동 국가의 대형 모스크에 비해 소박한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독특한 디자인이다.
다시 간 곳은 처음 우간다에 왔을 때 내린 버스정류장 부근으로 갔다.
여기는 사람과 차들이 복잡하게 엉켜돌아가는 혼잡의 중심인 느낌이다. 거기에 이륜차들이 도로가 비좁게 다니고 있다.
주변을 구경하다가 우간다 독립 기념비가 서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우간다 독립 기념비는 한적한 곳에 양손을 번쩍 든 대형 조형물이 서 있다. 이곳이 우간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기념하기 만들었다는 기념탑이다.
조형물은 아이가 손을 들고 있고, 그 뒤에 그 아이를 받치고 있는 어른이 있는 모형이다. 주변에 대형 호텔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곳은 조용하고 찾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이륜차들이 복잡하게 지나가는 길을 지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다섯 시간을 걸어서 우간다 시내를 구경했다.
거리에는 총을 메고 다니는 군인들이 자주 보이고 도로에는 무장한 병력 차량이 오가는 곳을 보면서 치안과 나라도 불안한 느낌을 받는다.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 분위기이다.
캄팔라를 떠나는 날 택시를 타고 엔테베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서 마음의 후련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