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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만자로에 오르다

by 안종익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로만자로(5895m)에 오르기 위해 모시 숙소에서 출발해 마랑구 게이트로 향했다. 새벽에 천둥 번개와 비가 많이 내렸는데, 지금은 조용하고 비는 조금씩 내린다.

원래 5박 6일을 정했는데, 고산 적응에 막연한 자신감으로 4박 5일로 해 지금 마랑구 게이트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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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흑인 가이드는 눈이 충혈되어 숙취가 남은 것 같은 느낌이다. 마랑구 게이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출발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천천히 오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의사를 통했다.

처음에는 가이드가 앞서서 오르다가 산길에 익숙할 무렵부터 내가 앞에서 페이스에 맞게 오르고 가이드가 뒤를 따른다. 서로 말이 없는 산행을 수행하듯이 오른다.

숲속의 폭포를 만나고 이끼 낀 나무들을 보면서 완만한 산길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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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이곳에 사는 원숭이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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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만자로 등반에는 가이드, 포터, 요리사 그리고 또 필요한 사람이 동행해야 하며, 산중 롯지에서 잠을 잔다. 모든 것이 탄자니아 국가 수입과 고용을 위한 것이다.

뒤에 오던 포터들이 머리에 물건을 가득 이고서도 이제 추월해 올라갔다. 힘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산에 오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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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가까이 시작한 등반이 네 시간 정도 지나서 만다라 산장 2700m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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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또 다른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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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머지 시간에는 휴식과 하룻밤을 자고서 내일 아침에 이어서 오른다.


다음 날 아침에 식사 후 다시 숲속 길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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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오래된 고목이 고사 된 산길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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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나무들이 자라는 한계를 넘어 풀만 자라는 지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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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천천히 내가 앞서고 가이드가 뒤에서 따른다.

끝없이 완만한 경사길이 이어지고 멀리 설산이 보이지만, 킬로만자로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숨이 차지만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감상한다. 산길에서 노란 꽃의 군락지가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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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계곡에 자라는 고유의 나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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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에서 작은 노란 꽃이 길가에 숨은 듯 피어 있는 것도 자세히 보니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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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른 오후에 3700m 미터에 있는 호름보 산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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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어제와 달리 추위를 느꼈다. 이곳 산장에서 프랑스 늙은이와 같이 한방을 사용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웃기만 하고 보냈다. 이 늙은이도 나이가 상당히 든 것 같은데 몇 살이냐고 묻지는 않았다. 어제 올라올 때 우리를 추월해서 올라올 정도로 힘이 있었다.


아침을 먹고 산을 넘어가는 길이 선명히 보이는 길을 출발한다. 멀리 산으로 오르는 길만 보이는 길을 몇 곳을 넘어야 할지 모른다. 오늘도 내가 앞서고 가이드는 뒤에서 묵묵히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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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말없이 자신과 싸움이다. 오르는 산길은 쉽지 않았다. 숨이 가빠 오고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천천히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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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4000m에 진입하기에 고산증을 대비해서 천천히 호흡하면서 적응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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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히말라야 ABC 트레킹에서 4000m 넘어 고산증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서서히 적응하려고 천천히 걸었다. 복식호흡도 해보고, 빠른 숨도 쉬어보고, 느린 숨도 쉬어보고 여려가지를 하지만, 숨은 차고 머리는 상쾌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 버킷리스트로 생각해 온 킬로만자로를 오르기 위해 마음의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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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천천히 오르고 마음의 준비도 많이 하지만, 다리에 힘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힘은 히말라야에 오르던 때 보다 많이 약해진 것 같다. 그런데 자신감마저 위축이 되는 느낌이다.


산속에 넓은 평원을 연상시키는 길을 걸으면서 사막처럼 풀이 자라지 않는 곳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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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4000m가 넘는 곳이다. 4700m에 자리한 키보 산장이 보이는 오르막은 길고 긴 시간이다. 이렇게 축이 나지 않는 산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숨이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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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 하면, 이곳에서 다시 3700m의 호름보 산장으로 돌아가 하루 쉬고,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고산에 적응하려는 방법이다. 힘들게 4700m의 키보 산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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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숨은 가쁘지만,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고산증세도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다. 도착하자 산장에 들어가 몸을 침낭에 넣고 잠을 청했다. 한낮에 잠이 오지도 않고 몸만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저녁도 별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요리사가 만들어 온 정성을 생각해서 억지로 먹었다. 요리사가 여기까지 음식 재료를 메고 와서 식사를 준비해 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저녁 11시에 헤드 랜턴을 차고 킬로만자로 정상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잠이 안 온다

11시가 되어서 옷을 몇 겹으로 껴입었다. 정상 부근에 눈과 바람이 있어 최대한 보온을 했다.

이제는 어두운 산길을 가이드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라 오른다.

처음부터 숨은 차지만 지금까지 천천히 올라온 것처럼 한 걸음씩 올라갔다. 적어도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여섯 시간은 올라가야 한다.

숨은 가쁘지만, 말없이 어두운 산길을 오른다. 힘들지만 참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른다. 갈수록 숨이 차고 힘들어진다. 이제는 머리도 아픈 느낌이 온다. 고산증이 온 것인가도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정상을 향해서 대단한 각오로 묵묵히 어두운 산길을 랜턴 불빛으로 오른다.

한계에 다다른 기분이 들 정도로 다리에 힘이 없고, 머리도 아프다. 그래도 참아 보았다.

나이 들어서 힘이 빠지고 고산증도 온 것 같아, 여기서는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두 시간 정도에서 하산했다.

내려오면서 실망감이 몰려온다.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무리한 것을 할 나이는 지난 것이다. 인생의 하산 무렵인 것처럼, 킬로만자로도 쓸쓸한 마음으로 하산하고 있는 것이다.

가이드는 5000m가 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쓸쓸한 하산길이다.

기분도 마음도 무겁다. 내려와 키보 산장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하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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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 산장 옆 롯지에 프랑스 늙은이가 아침에 보인다. 이 늙은이도 간밤에 정상에 오른 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늙은이는 출발도 하지 않은 것 같다. 하산길에 호름보 산장에 하루 묵어서 내려왔다. 높은 산이라 하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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