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혼자 왔다가 갈 때도 혼자 간다. 외로움은 처음부터 같이 데리고 온 동반자일 수 있다. 그 외로움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늘 같이 다니는 동료이지만 잊고 싶고, 같이 다니고 싶지 않아 떼어 놓고 싶은 존재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어떤 일에 집중하면 외로움은 떠난 것처럼 느껴지고 잊히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하려고 무척이나 애쓰며 살고 있다. 그래도 그때는 생각이 잠시 안 났을 뿐이지 외로움은 늘 곁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외로움에 벗어나고 잊기 위해서 관계를 형성하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애를 쓰지만 외로움을 완전히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철저히 외로움을 받아들여보기도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단지 외로움이 무디어지거나 내성으로 덜 느낄 뿐이다. 또 다른 사람은 외로움을 동반자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같이 가는 분들도 있다. 어쩌면 늘 같이 가야 할 동반자이고 같이 살아야 할 친구이다. 외로움은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늘 같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같이 있으면 즐겁지 않은 친구이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이 상당히 많다. 농촌에는 혼자 사는 여자도 많지만 의외로 혼자 사는 남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남자들이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이기려고 애쓰는 사람, 어쩔 수 없이 외로움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 외로움을 오롯이 겪으면서 불행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혼자 사는 사람 중에는 나이 든 할머니들은 일찍이 남편이 먼저 떠나고 자식들 따라서 도시로 나가는 것보다 친구들이 있고, 살던 곳을 원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할머니들은 이곳이 가장 좋은 곳이고 오랫동안 살던 곳이니까 외로움이 적을 것이다. 시골에는 이런 할머니들을 제외하고 혼자 사는 남자들이 어쩔 수 없이 사는 경우가 많고, 할아버지보다 젊은 남자가 많다. 할머니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의외로 찾기 힘들다.
결혼 정년기를 넘기고 혼자 사는 남자들은 시집을 올 여자가 없어서 그런 경우도 있고, 선택을 하지 못해 갈등하다가 시간을 보낸 뒤에 나중에는 선택할 여자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외국 여성을 신부로 맞이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주위에서 부모나 아는 사람들이 서둘러 주지 않고, 본인도 적극적이지 않아서 세월만 보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객지에 나가 살더라도 먹고사는 데만 정신을 쏟다가 혼기를 놓친 남자도 많지만, 도시에는 여자가 더 많다고 한다. 반대로 시골에는 혼자 사는 젊은 여자는 거의 없다. 주변에 혼자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정도로 늙은 총각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시골에는 혼기를 놓쳐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남자들이 흔하게 볼 수 있고, 이들이 이제 노인이 되어 가고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에 살려고 귀농한 사람들은 농사를 직업으로 살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부부가 같이 들어온 사람도 있지만, 남자만 들어온 사람이 상당히 많다. 부인들이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면 들어오는 것을 고려하지만, 농사하려고는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힘든 일 하기 싫고, 나이 들어서 병원이 멀고 친구가 없다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시골에서 사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만 혼자 들어와서 농사하면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다.
직장에 정년을 하고 고향에 들어온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정년을 하고 시골로 들어와서 농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부부가 같이 와서 사는 사람도 있고, 남자만 와서 사는 사람이 많다. 여자들이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혼자 살거나 자식들과 같이 있으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남편 밥해줄 걱정도 없이 다닐 수 있으니까 좋고, 그동안 신경 쓰이던 남편이 혼자 알아서 살아간다니까 훨씬 더 좋은 것이다. 먹고사는데 돈줄만 막히지 않으면 따라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자기만의 재미와 사생활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원하고 동경해서 내려온 시골이지만 외로움이 그냥 두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일을 해서 시간을 보내거나 술을 먹으면서 주변과 어울려 다니면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혼자서 수년을 밥해 먹고 티브이나 보면서 외롭게 보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외로움이 많은 탓인지 혼자 살기 싫어하고, 기회가 되면 짝을 찾으려고 한다. 같이 살 여자가 드물다. 남자와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전원생활을 하면서 심심해서 텃밭이나 조금 가꾸면서 가끔 여행이나 다녀오는 여유 있는 삶을 원하는 여자들이다. 힘들게 농사하면서 살려는 여자는 없다. 힘들게 농사하면서 살 봐야 그냥 혼자 살기를 바란다. 혼자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구속도 안 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 누구에게 밥해주는 것도 싫은 이유이고, 자식 등 상대가 이제까지 살아온 관계들을 모두 수용해야 하는 일도 힘들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자식이나 딸린 것이 아무도 없는 남자가 새 출발하기가 쉬울 수 있다. 그래서 짝은 못 찾고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낮에는 힘들게 육체를 움직이고, 밤이 되면 피곤해서 잠드는 것이다. 이런 남자들을 사람들은 부지런히 잘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혼자 사는 남자들이 시골에서 외로움을 덜 느끼면서 사는 방법은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다. 주변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일은 하기 싫고 돈도 없으면 주변 사람들과 오래 같이 할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고 혼자가 되기 쉽다. 주변의 외면과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주변이 없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요즈음에 말하는 자연인이 되는 것이다. 더 깊은 곳에서 철저히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혼자서 살아가면 외로움이 항상 옆에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인은 어쩔 수 없이 외로움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 본래의 모습으로 자연인과 같이 살아가는 격이다. 외로움이 일상화되면 어떤 종교의 득도의 수준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이 고행이라고 진정으로 깨달아서 살아가는 모습일 수도 있다. 자연인 중에는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은 혼자서 외롭게 농사만 하다가 나이가 들어 거동이 힘들어지면 요양 시설에 가던지, 아니면 병원으로 가서 마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그런 시절이 오기 전까지는 외로움과 같이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농사일도 하고 주변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덜 느끼면서 살아가는 방법으로 술과 같이 사는 것이다. 술을 먹을 때는 그 기분에 외로움 잊고 술이 깰 무렵에는 숙취의 고통으로 외로움을 잊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숙취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술 생각이 난다. 그러면 다시 먹는 것이다. 이런 삶의 연속은 외로움을 덜 타면서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지나면 습관화되어 술을 먹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술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외로움을 멀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쓸쓸하게 외로움을 안고, 고독하게 사는 것보다 열심히 술을 먹다가 몸에 고장이 생겨서 외로움도 덜 느끼고 가는 가련한 삶도 있다.
외로움을 멀리하고 싶지만 늘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니까 같이 가야 할 친구로 생각하고 살아가야 한다. 외로움은 아무리 싫고 다투어도 떠나지 않는 원수 같은 친구이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면 오랜 고향 친구처럼 생각하고, 못 만나면 무소식이 희소식인 친구로 생각하면 살아가야 한다. 사실 고향 친구도 다 좋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