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창문을 열고 멀리 보이는 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본다.
여러 대가 이어서 가다가 한동안 지나는 차량이 없기도 하다. 그러다가 다시 차들이 오가기를 반복한다. 그 앞 논에는 미쳐 수확되지 않은 배추가 얼어서 이제는 흰 색깔로 변해 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바로 앞에 있는 다리를 본다. 추운 겨울이라 오가는 사람은 없고 한가로이 부는 바람에 나뭇잎만 이리저리 쓸려 다닌다.
이때 낯익은 검은 두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골목에서 다리 앞으로 조심스럽게 나타났다. 이 두 줄무늬는 야생 고양이 중에서 가장 크고 우두머리니 격이다. 두 줄무늬는 성질이 포악해서 다른 고양이가 피하는 것을 자주 본다. 자기 앞에 거슬리는 고양이가 있으면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갑자기 달려든다.
두 줄무늬가 다음에 어디로 가는지 짐작이 간다.
나는 재빠르게 방에서 나와 대문 앞으로 갔다. 대문은 잠겨져 있고, 대문 아래 작은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을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바람 소리 외에는 아주 조용하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오직 대문 아래 공간만 주시하고 있다. 대문 밖에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두 줄무늬가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고 있다. 아직 머리만 대문 안으로 들어와 있지 몸은 거의 바깥에 있는 것이다. 의심 많고 조심스러운 동물이라 머리는 대문 안이지만 눈과 신경은 바깥으로 신경을 쓰는 모양새이다. 대문 앞마당 안에는 두 줄무늬 경험상 위험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 듯하다. 그러고는 몸을 모두 대문 안으로 들어왔는데 사람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깜짝 놀란 두 줄무늬는 삽시간에 다시 돌아서 도망을 가는 것이다. 아마 무엇을 훔치려 왔다가 주인에게 발각된 꼴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두 줄무늬는 온 길로 사라진 시간은 삽시간이었다.
가끔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생선 뼈나 먹고 남은 고기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대문 앞 가마솥 앞에 놓아둔다. 야생 고양이들이 봉투 안에 든 고기를 먹으려고 봉투를 뜯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로는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기도 한다.
어느 날은 큰 잉어를 요리하고 머리와 뼈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것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지 않고 가마솥 옆에 놓아두었다. 그 봉투를 완전히 뜯고 흩어서 먹어 치우는 것이 온 동네 고양이들이 다 온 것 같았다. 그 뒤로는 음식물 쓰레기를 빨리 버렸지만, 그래도 고양이들은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고양이들은 우리 집 쓰레기를 찾으러 오는 길이 정해져 있었기에 오늘은 그 길목에 미리 가서 기다린 것이다. 아마 두 줄무늬는 놀라서 한동안 더 조심스럽게 마당에 나타날 것 같다.
고양이는 주로 대문 밑으로 오거나 담을 넘어서 온다. 대문 밑으로 온 고양이는 거의 대문 밑으로 나가는 고양이들이 많다.
어느 날을 어미 고양이 한 마리가 다섯 마리 어린 고양이를 데리고 올 때도 있었다. 어미보다 어린 고양이가 이뻤다. 한 어미가 데려온 새끼 고양이들이지만 색깔은 제각각이다.
예전에 딸아이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집은 딸아이 외에는 반려동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직 한 번도 같이 살지 않았다.
여러 번 고양이를 갖고 싶다고 하기에 어느 날 한 마리 구해 주겠다고 했다. 딸아이는 정색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한술 더 떠서 나는 고양이 색깔도 원하는 것을 구해 주겠다고 호기 있게 이야기했다.
고양이는 내가 늘 산책했던 산책길에 무척 많았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한 곳에 모여 있으면서 사람이 지나가도 별로 도망도 가지 않았다. 거기에도 색깔별로 새끼 고양이들이 다 있었다.
산책로로 야생 고양이 새끼를 가지러 가자고 하니까 딸이 실망하고 포기한 적이 있었다.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난 고양이를 보니까 옛일이 떠올랐다.
고양이들이 야생에서 먹고살기가 힘들 것 같다. 요즈음 고양이 먹이인 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쥐보다 고양이가 훨씬 많이 보인다.
그래도 고양이가 번식하는 것을 보면 어떤 먹이를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쥐 대신에 산기슭의 작은 야생동물이 먹이가 되고 물가에 물고기도 잡아먹을 것 같다. 산기슭의 작은 야생동물은 고양이의 소리 없는 정숙 보행과 뛰어난 청각에 손쉬운 먹잇감이다.
고양이는 닭장으로 들어가 계란도 훔쳐 먹고, 어린 병아리도 먹잇감이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져서 먹이로 먹고 있다. 야생 고양이가 이렇게 열악한 먹잇감으로 번식을 하는 것은 캣맘들이 주는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통장 집에 가 보니까 고양이들이 수십 마리가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신기해서 자세히 보니까 집 마당 여러 곳에 고양이 사료를 무한정 풀어놓았다. 그 사료를 먹은 고양이들이 배가 불러서 쉬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살이 통통하게 쪄 있고, 집 전체가 온통 고양이들이다. 이렇게 큰돈 들이지 않고, 야생 고양이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캣맘이 고양이가 사는 곳을 찾아가서 먹이를 주지만, 여기는 찾아가지는 않지만 찾아오는 고양이에게 마음 컷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러니 온 동네 고양이들이 이 집에 오는 것 같다.
도시나 농촌이나 심지어 높은 산까지 고양이는 포식자의 꼭대기에 있다. 이렇게 무한정 번식을 하면 생태계가 교란된다. 미국의 많은 주는 야생 고양이는 보호하지만, 야생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한다고 한다. 생태계는 자연에 맡겨서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웃 마을에서는 야생 고양이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주민들이 골머리를 아프니까 모두가 먹이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무한정 늘어날 것 같던 야생 고양이 숫자가 줄었다고 한다. 자연적으로 조절된 것이다.
야생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고양이 번식이 너무 많아서는 곤란하다. 그러니 야생 고양이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어떻게 하지는 말고, 사람이 먹이 주는 일은 삼가야 자연과 생태계가 알아서 자동 조절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