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Project Jun 10. 2024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님아, 그 문을 열지마. 제발 열지마!

코로나로 전세계가 들썩거리던 2021년,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2005년 부터인가 남편 이름으로 된 시골 땅이 있다고 했다. 모두가 존재 자체를 잊고 있던 그런 땅.

얼핏 과수원이라 들었는데, 산이라고도 하고 밭이라고도 하고.

이야기를 듣고 내심 궁금했지만, 서울에서 가보려니 참 멀기도 하여 

명절을 수단삼아 한 번 들려보기로 했다.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과수원의 모습은 보통 이런거 아닐까? 

출처 : t.ly/6dula

예쁜 풀들이 보송보송하게 자라있는 양지바른 땅에,

푸르른 나무에 잘 익은 과일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도 매달려있고, 

따뜻하고 목가적인 느낌의, 그런. 바로 그런 과수원!



하지만 

내가 처음 만난 그 곳은 내 상상과 모든 것이 반대였다. 


잊을 수 없다, 너의 첫 인 상


무서웠다.


오랫동안 방치해서 폐가로 남겨진 집,

쓰레기 더미로 변해버린 컨테이너와 창고, 

무성하게 허리까지 자란 온갖 잡초들과 벌레,

세상이 모두 풍성하기만한 9월임에도 불구하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열매 하나 안달려 있는 과실수들.

게다가 저어기 있는 몇 개의 무덤들까지..


완.벽.했.다. 

이렇게 맘에 들지 않을 수 있구나,

아니 그냥, 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어서 빨리 여길 떠나고 싶은 마음뿐. 


아무도 돌보지 않던 과수원에 나는 대체 무얼 기대했던 걸까,

그치만 이건 상태가 너무 심각한데...? 얼른 집에 가야지.

차 안에서 두려움에 덜덜떠는 나와는 달리,

꾀보 남편은 이 때부터 도파민이 분비되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었던 것 같다.


바보같이 또 나만 몰랐다. 

이 꾀보가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었는지.



작가의 이전글 서울에서 상가주택을 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