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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Project Sep 29. 2017

서울에서 상가주택을 샀다

01. 나만의 공간에 대한 갈망_한옥에서의 이야기들  

나만의 공간 대한 욕심은 어릴적부터 있었다. 

부모님과 평생 함께 살아왔고, 1년이상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으니 

나는 30여년이 넘게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즐겨보지도 못한 채,

이젠 결혼을 해서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며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도 나와 24시간 붙어있고 싶어하시는 분과 함께... 


스트레스가 많다.... 





첫 신혼집은 계동의 작은 한옥. 

한눈에 보자마자 반했고, 집에 왔던 모든 친구들이 좋아하는 따뜻하고 생기있는 집이었다.

첫날부터 격하게 반겨준 고냥이. 무려 세마리..
우리집에 어서와. 니가 새 세입자니?
작았지만 햇볕이 따뜻했던 첫 한옥집



아무것도 없던 빈 집에서 하나씩 가구들이 늘어나고,

#2015.01. 풍물시장에서 산 7만원짜리 덩그러니 좌탁
#2015.01. 풍물시장에서 산 2.5만원짜리 허술한 반닫이
동네 왕짱*식당에서 사온 다용도 통나무 벤치 
중고로 사온 스테레오스피커와 큰맘먹고 지른 턴테이블 
마루에 누워 쏟아지는 햇살을 느끼던 오후
마당에 언제나 햇빛이 가득했던 계동집
상하아주버님이 선물해주셨던 배수*님 자전거...
지붕위로 빼꼼. 작은 풀잎인줄 알았는데 나무가 되어 자라고..
일중창의 한겨울 필수품 왕뽁뽁이
어머님이 물려주신 병풍과 전기난로는 필수품
크리스마스 시즌



친구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준비하고,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며 눈이 매워 울기도 했고 

집밥으로 만난 친구들과 보냈던 즐거운 기억들이 가득하게 넘쳐난다.

한겨울 한옥에서의 바베큐는 꽤 매력적인 경험
우리들의 즐거웠던 집밥 파티
좋아하는 사람들과 계동집에서의 저녁 파티
작으니까 안보여서 초상권 괜찮..겠지..? 아무도 모를꺼야.
친친들과 메리크리스마스 파티.. 얼굴 안보이겠지..?




그러나 첫 한옥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고, 많은 교훈들을 알려줬다. 

- 주 출입구의 문이 한겹인가 두겹인가

- 한겨울 보일러비가 얼마인지 상상할 수 있는가

- 마당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벌레와 냄새와 싸워 이길 자신이 있는가 

- 열쇠를 깜빡하고 난 밤에 용감하게 담을 넘을 수 있겠는가 

- 새끼고양이가 문틈으로 집안에 들어와 10시간 넘게 숨어있어도 괜찮겠는가 

- 거주자 전용 주차장이 수백미터 떨어져있고, 심지어 거주자주차 신청에서 탈락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가

- 고양이가 먹다 남긴 쥐꼬리와 발을 보고도 패닉하지 않을 수 있는가


열쇠 없는 새하얀 밤을 넘던 밤
여기가 니네 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냥


하나씩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파트생활만 하던 나에겐 넘어야할 산들이 많았지만

무조건 좋았다. 


부모님에게서의 독립, 그리고 자그마한 예쁜 한옥.






두번째, 지금 살고 있는 신혼집은 가회동의 작은 한옥2.

또 고양이다.. 매일 째려보며, 넌 새로운 세입자냥
'ㄷ'자 구조로 다양한 시퀀스가 재미있는 집
오후시간까지 해가 잘 드는 거실
문창살 디자인에 특히 신경쓴 티가 난다



이 집도 한 눈에 보자마자 맘에 들었다.

한옥치고 엄청 큰 화장실과 욕조, 첫 한옥보다 큰 주방, 조금 더 넓은 마당.

한여름밤, 마당에서 프로젝터를 키고 보는 영화와 와인, 친구들과의 파티.

마당 한켠 로즈마리와 오렌지 쟈스민 
현관에도 자갈을 잔뜩 깔았으나 중국인들이 많이 가져갔다
마당에서 브런치, 한가로운 저녁먹기
13명까지 파티가 가능함을 직접 확인
Aloysius 와 함께한 2016년 가을_가회동한옥영화관 1
Aloysius 와 함께한 2016년 가을_가회동한옥영화관 2



하지만 또 다른 교훈들을 일깨워줬다.

- 마당에 있는 정화조에서 때때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상쾌하게 기상할 수 있겠는가

- 미닫이 창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아는가

- 귀뚜라미가 침대 아래에 숨어있는 걸 발견하고 잡을 자신이 있나

- 머리맡에서 매일 밤마다 울어대는 고양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집도 같았다. 너무 많은 넘어야할 산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더 예쁜 마당을 위해 땅파고 자갈끼워넣기


한옥이니까, 예쁘니까! 


매일매일을 파티처럼!



하지만 두번의 전세 생활을 거치면서 -특히 한옥이기 때문에- 겪었던 불편함들은

점점 더 나의, 우리의 집과 터전을 가져야한다 라는 강박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계속 세입자로 살고 싶지 않아서. 가 더 큰 이유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2015년부터 시간 날 때마다 서울의 방방곡곡 부동산을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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