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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

같은 일이라도 충분히 다를 수 있다

by blankus

얼마 전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배스킨라빈스 31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보통은 집 근처 매장으로 가서 포장해오곤 하는데 그날은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먹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마트 안에 있는 배스킨라빈스 31 매장에 가서 자주 먹던 맛의 아이스크림들을 골랐고 아르바이트생이 담아주는 걸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담는 방식이 집 근처의 매장에서 담아주는 것과 많이 달랐어요. 집 근처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은 제가 고른 아이스크림을 '그저 통에 담았어요'. 하지만 이마트 안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은 제가 고른 아이스크림을 다트판처럼 세로로 배치하여 '어떤 맛의 아이스크림이 통 안에 있는 확인 할 수 있도록' 담아줬어요. 저는 같은 환경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것이야 말로 '일을 잘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예시가 됐어요.


개발 업무는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성 업무와 기존 것을 유지 보수하는 운영성 업무로 나눌 수 있어요. 둘 다 일장일단이 있고 매력도 다르지만 보통은 운영성 업무보다는 프로젝트성 업무를 희망해요. 프로젝트성 업무는 새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운영 업무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유지 보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선호되지 않거든요. 저도 과거에 그랬었던 것 같아요. 운영 업무는 재미없고 내가 짠 코드도 아닌 것을 맡아서 운영해야 하다 보니 장애라도 발생하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고 오류를 수정하면서 씩씩거리기도 했었죠. 그렇게 운영 업무를 몇 개월 하다 보니 제 눈에 들어온 한 가지가 있었어요. 장애가 발생하는 부분은 달랐지만 특정 모듈이 늘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었죠. 그 후 분석을 시작했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저는 매우 흥분되어 있었어요. 문제로 생각됐던 모듈과 관련된 코드들을 재작성하면 기존에 발생했던 장애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상위 보고 후 설계했던 대로 개발을 진행했고, 그 후 안정적으로 동작함은 물론 같은 장애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고 심지어 코드량도 줄었으며 인프라 비용까지 절감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어요.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익숙해져서 더 이상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도전 과제는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에만 머물러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죠. 하지만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정말 도전해볼 만한 부분이 없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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