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나의 몫이지만, 혼자의 몫은 아니에요
얼마 전 있었던 한 멤버와의 이야기입니다.
“이 길이 맞는 걸까요?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요?”
3년 차 정도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고민인 것 같아요. 실력은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확신은 부족한 시기, 눈앞의 업무보다 앞으로의 커리어가 더 복잡해 보이기 시작하는 그런 시점이요.
사실 우리는 커리어를 쌓아가는 내내 ‘물음표’를 달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선택이 옳은 걸까? 앞으로 뭘 더 해야 할까?"
사실 이런 물음표들은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끊임없이 점검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이거다!” 하고 확신이 드는 순간도 있고, "아, 이렇게 하면 안 됐었는데..."라며 자책했던 순간도 있죠. 어떤 방향으로든 느낌표를 만나겠지만, 이런 결과에 따라 우리는 한숨 돌리거나 혹은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현실은 이분법적으로 단순하지도 않고, 바로 확신이 들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의 간격이 생기고, 그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그 사이를 다른 것들이 채워버리곤 합니다.
“나는 안 될 것 같아.”라는 단정적인 마침표,
“지금은 시기가 안 좋아서...”라는 핑계 섞인 마침표,
“왜 나만 이러지...”라는 신세한탄의 마침표.
문제는, 그 마침표들이 점점 나의 시야를 가리고 결국에는 ‘느낌표’로 향하는 길을 멀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 제가 질문 하나를 던져볼까 합니다. 우리가 여러 마침표들을 지나 어렵게 마주한 그 느낌표는 정말 믿을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는 같은 물음표를 다시 마주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물음표는 언제든 다시 찾아옵니다. 프로젝트가 바뀔 때도, 조직이 바뀔 때도, 심지어 퇴사를 결정한 다음에도 물음표는 어김없이 따라와요. 그리고 이런 물음표는 우리가 여전히 더 나은 길을 찾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중요한 건, 그 물음표를 혼자서만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결정은 분명 나 자신의 몫이지만, 그 결정이 혼자만의 좁은 해석 안에서 만들어져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 많고, 그중에는 이미 같은 물음표를 품었고, 고민했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가 그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 보면 느낌표로 가는 길을 조금 더 빠르고, 덜 외롭고, 더 건강한 방향으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자 1인 기업을 운영할 게 아니라면, 우리는 분명 어느 조직에 속해 있고 또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와 선배, 후배가 있어요. 물론 그들 모두가 물음표를 가진 당신의 훌륭한 조언자나 길라잡이가 될 수 없겠지만, 그중에 한 명은 반드시 도움이 되는 누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답을 찾아가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 끼어들던 혼자만의 이상한 마침표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의 그 느낌표 하나가 다음 사람의 물음표 하나의 고민을 덜게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들의 마침표 여러 개를 줄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고민 속에서, 서로의 방향이 되어줄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 -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중에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이미 알고 있을 공자의 말씀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