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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서 우리의 자세

by blankus

ChatGPT가 나오면서부터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종종 들었던 것 같아요.

"AI가 발전하면 사람의 일자리와 직업이 점점 사라지는 거 아냐?"

저도 과거에는 왠지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역할은 더 섬세해지고,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익숙하게 듣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사라질 직업', 'AI로 대체될 직업'과 같은 이야기들이었고, 뉴스에서는 '향후 10년 내 사라질 직업 리스트' 같은 걸 보도하며 '전화 상담원', '회계사', '변호사', '통역사' 등을 언급했었죠.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여러분들 주변에 있던 그런 직업에 속한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두 실업자가 됐나요? 정말 그런 직업들이 사라졌을까요? AI가 해당 직업들을 대체했나요?


분명 AI는 이전보다 훨씬 더 똑똑해지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지고 정교해졌지만,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직업들이 통째로 사라지진 않았어요. 오히려 새로운 형태로, 더 복합적으로, 창의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9세기에 사람들이 이용했던 이동수단은 마차였고, 그것을 몰던 사람들을 마부라고 불렀죠. 그런데 1903년 포드에서 자동차를 만들면서 그렇게 많았던 마부들은 하나 둘 직업을 잃게 됐죠. 그런데 정말 '마부'가 사라진 걸까요? 아니요, 마부는 현대의 '드라이버'로 택시, 버스, 트럭, 기차, 비행기 등 이전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종류의 '마부'가 만들어진 거고, 운전 기술의 산업과 일상 속으로 다양한 역할로 확장되어 왔어요. 이제는 자율주행이 발전하고 있는데, "그럼 드라이버도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또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드라이버는 또 다른 역할로 바뀌고, 이동과 공간 활용의 방식 자체가 재정의될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 생각해요. 기술은 역할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A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생성한다고 해도 그 결과물의 '톤'을 정하고 '맥락'을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어요. AI가 스스로 메시지를 정교하게 조율하거나 글을 읽게 되는 독자의 생각을 고려하면서 글의 흐름 속에 느껴질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물론,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은 놀랍지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은 감각적인 영역이라 AI가 해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저는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딱딱하게 들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들리기도 하잖아요. 그 차이는 단순히 단어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눈빛이나 목소리의 높낮이, 말할 때의 태도와 표정, 그날의 분위기와 나의 기분과 같은 숫자나 논리로 표현하기 어려운 요소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상대를 배려하며 표현하는 사람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요소들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하고 AI가 따라 하기 어려운 영역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저는 AI와 우리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AI가 더 잘 동작하도록 좋은 질문을 던지고, AI가 만든 결과를 상황에 맞게 다듬고, 사람의 감각으로 맥락을 연결해 주는 일, 이런 건 여전히 우리만 할 수 있는 '우리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AI시대는 인간이 '기계와 같은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다운 태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 게 필요한 것은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언어로 AI와 협업할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과 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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