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상

나는 없어야 있는다.

by 백사과

사람들은 안정감을 얻기 위해 우상을 만들며 산다고 한다.


괴롭지만, 안전한.
끓는 물에 들어앉은 두꺼비처럼.


미지근한 시궁창의 물 온도가 기분 좋게 느껴질 무렵,
우리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받아들인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요즘 알고리즘은 내게
'나 자신을 찾아서’, ‘진정한 나’라는 주제를
쉴 새 없이 던져준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을 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해,
현실을 디딤돌 삼아
지금 내가 진짜로 느끼는 게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미래의 내가 조금이라도 편해질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길,
좋아 보이는 것들,
사람들이 숭배하는 우상들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그리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재정의했다.


나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건 좋아하고, 저건 싫어한다.


하루빨리 세상 것들로부터 멀어져
‘진짜 나’가 되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나이 들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내가 느낀 기시감은 하나였다.


이 끝이 허무할 것 같다는 불안.


어차피 이 세상에서
나는 죽으면 사라질 존재인데,
한평생을 ‘나’를 찾는 데에만 쓴다면
그 끝에 나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


나는 이 일련의 과정에
열심히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어딘가에 걸리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문득,


아.
나는 ‘나’라는 우상을 만들고 있었구나.


내가 나를 정의할수록 나는 오히려 내 실존을 잃어가고,

현재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우상은, 나였다.


글/그림 백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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