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루베리파이는 항상 남는 걸까.
누가 사랑은 변하지 않고 대상만 바뀌는 거라고 했던가.
나는 사랑이 두 사람의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오롯이 나만의 감정이고, 내가 느끼는 것이다.
상대방도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겠지만,
그 사랑이 내가 하는 사랑과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파트너가 사랑의 대상을 바꿨다면,
나 역시 그래야 한다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내 사랑은 잘못이 없으니까.
그러고 보면, 다 팔지 못하고 남아 있는 블루베리 파이에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런데 왜 블루베리 파이는 항상 남는 걸까.
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아무 이유 없다. 그냥 남는 거다.
‘항상’이라는 단어만 빼면,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노란 불빛 아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천천히 녹아내리며
윤이 나는 보라색 블루베리 잼과 대비될 때,
포크로 찍어낼 때마다 그 잼이 진득하게 흘러내릴 때,
그 달콤함이 입안에 퍼질 때.
그 순간만큼은,
마치 키스할 때마다 진득하게 내 안으로 스며드는 너처럼,
그 파이는 특별해진다.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몽환적인 젊음 속에서,
한 남자는 영화 내내 시작하지 못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마지막.
엘리자베스와 제레미의 만남처럼,
내 인생에도 그런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My Blueberry Nights 2007
일러스트레이션: 백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