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2

by 복희

멀쩡히 두발로 걸어들어가던 승객이 불과 10초도 안 지나 비행기 기내에서 쓰러졌다는 것이다.

무전기를 듣자마자 기내에 네발로 달려들어갔다. 승객은 눈도 제대로 못뜨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말 그대로 기내 바닥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식은땀이 주욱 흘렀다.

나.. 때문인가. 혹시나 승객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어쩌지, 이렇게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을 당장 돌아가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던 지난 3일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공항 구급대에 전화해 위급상황을 알리고 바로 게이트로 와 달라고 요청한 뒤, 기내 승무원과 의논해 일단 승객을 기내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승객에게 괜찮냐고, 일어날 수 있겠냐고 물어봐도 의식을 반쯤 잃은 승객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국온다고, 돈 많이 벌어올겠다고 새로 산 양복을 입고 기내에 누워있는 승객을 보니, 본적도 없는 네팔에 있는 승객 엄마가 떠올라 코끝이 찡했다.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당장 쫓아내야 하는 일거리로 보이던 승객이 내게 날아와 한송이 꽃이 되었다. 내게 하나의 의미가 된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때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 순간 기내에 들어오던 다른 승객이 실수로 누워있던 인애드 승객의 다리를 밟았는데 하필 9cm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때였다. 의식을 잃고 대자로 누워있던 인애드 승객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며 아악! 소리를 지르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자리에 있던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승무원들은 일제히 이제 어쩔거냐는 듯이 나를 쳐다 보았다.

순간 뭐지.. 싶었지만 9cm 구두굽에 찍혔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싶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승객의 건강상태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승객을 부축해 게이트 까지 걸어나왔더니 게이트에 이미 공항 구급대원 3분이 와 계셨다.


구급대원들은 승객을 구급형 들것에 눕혀 혈압과 맥박 등 기본적인 검진과 평소 지병등등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로 혈압과 맥박 모두 정상이었다. 구급대원이 어디가 아프냐고 승객에게 물었을때 승객은 숨을 가쁘게 쉬며 심장이 아프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오른쪽 가슴을 누르면서..

어라.. 이상하다 심장은 왼쪽 가슴에 있는데... 구급대원이 심장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에 있다고 알려주니 그제서야 제빠르게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아프다고 했다.

그 순간 구급대원 3명이 얼씨구 하는 표정으로 승객과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 보았다.

2002년 월드컵때 박지성이 전 후반 90분을 쉬지 않고 뛰어다녀 심장 2개를 가진 사나이라고 불린적이 있었는데 이후 2번째로 심장 2개를 가진 사나이를 만났다.

순간 뭐지.. 싶었지만 아프니까 정신이 없으니까 순간적으로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착각한게 아닐까 싶었다. 구급대원들은 더 이상 할것이 없다며 인천공항 내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는것이 좋겠다고 했고, 거기서도 온갖 검사를 다 했지만 완벽히 정상이라는 검진결과를 받았다. 승객이 지속적으로 심장이 아프다고 호소하니 의사는 정밀 검사를 위해 좀 더 큰 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여전히 승객은 오른쪽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종합병원으로 가려면 입국 후 공항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승객이 입국불허승객 신분이었기 때문에 관계기관에 보고하고 절차를 받는것이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10여개의 서류를 작성한 뒤, 승객은 가드 2명과 함께 인천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에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는 승객은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오른쪽 가슴에 있는 심장을 두드리며 아프다고 울부짖었다.


그렇게 종합병원으로 간지 3시간 뒤에 전화가 내게 전화 한통이 왔다


"인애드 승객 택시타고 도망갔습니다.놓쳤어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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