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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쪽 Aug 22. 2020

엄마, 내 마음이 웃고 있어

지금은 코로나 탓에 반백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출근하는 워킹맘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항공사는 비행기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계속 뜨기 때문에 3교대로 일을 한다.

새벽에 출근해 이른 오후에 퇴근하기도 하고 오후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는 각 부서별 부서평가를 매달 하는데 대략 10가지의 항목이 있다.

그중 제일 가점이 높은 항목은 항공편 정시 출발이다. 그래서 모두가 제시간에 비행기를 출발시키기 위해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라고 쓰고 제때 퇴근하기 위해 라고 읽는다.


정시 퇴근을 위해 모두의 모든 것을 갈아 넣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딜레이나, 캔슬이 유독 많아

새벽이슬 맞으며 퇴근하는 날이 잦았다.


그 덕에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출근해 잠든 후 집에 돌아오는 날도 많았다. 그래서 아이가 하루 종일 뭘 먹고 사는지 어떤 놀이를 제일 재미있어하는지도 모르는 무늬만 애미로 꽤 오래 활동했다.


엄마가 되고 이상한 건 내가 배가 고프면 아이도 배가 고플 것 같고, 내가 추우면 왠지 아이도 추울 것만 같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도 가디건을 항상 챙겨 다니는데아이도 추울 것 같아 반팔티 위에 항상 얇은 가디건을 나름 신경 써서 입혀 어린이집에 보냈었다.

그러자 어느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 어머님, 희가 더위를 제일 많이 타는데 제일 덥게 입고 다녀요. 여기 땀띠 보세요"

했을 때 참 미련한 애미를 둔 딸에게 미안했다.


구두를 신고 오랜 시간 넓은 공항을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해서 그런지 집에 퇴근하고 오면

신발을 벗어도 꼭 신발을 신고 있는거 같은, 모든 피로가 발로 다 쏟아져 내린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 나는 잠든 내 딸 발 마사지를 해주었다.


내손에 쏙 들어오는 작고 뽀송뽀송한 발.

하루 종일 행복한 에너지를 뿜고 다녔을테니

발에서도 이리 향긋한 향기가 나는 걸까

그래,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다.


이곳저곳에서 어깨넘어 본 마사지 흉내란 흉내는 다 내본다.

엄지손가락으로 발바닥을 꼭 꼬오옥 누르고 주먹으로 콩콩콩 두드린다.

발가락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돌돌돌 굴리다가 잡아 뽑듯이 쏙쏙 잡아당긴다.

감은 눈 위에 얌전히 내려앉은 속눈썹을 보며 오늘도 늦게 와 미안한 엄마의 마음이 발마시지로 전해지길 바라면서.


코로나가 준 일상의 쉼표 덕에 이제 매일매일 잠들기 전 딸에게 발마시지를 해준다.

" 엄마, 오늘도 꼭꼭이 해 줄 거지?"

"그럼 그럼 당연하지. 마사지 시작합니다. 꼭꼭꼭꼭"

엄마, 내 마음이 웃고 있어. 내 마음이 그렇게 말하네 히히히


그래, 엄마 마음도 웃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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