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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 Apr 04. 2023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

복싱선수처럼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과목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던 공부방을 과감히 내려놓고 올 초부터 유치부부터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방을 새롭게 열었다. 3월 새 학기가 되면서 새로운 학생들이 등록을 했고 어제가 꼬박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초등부 몇몇이 처음에는 환경이 낯설었는지 본색을 숨기더니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서서히 발톱을 드러내려고 하고 있었다. 주의를 주었지만 아이들은 자꾸만 선을 넘으려고 했다. 그때마나 나는 그래도 매일 공부하기 힘드니 선생님의 사랑도 받고 또 열심히 공부도 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채찍 한 번이면 당근을 더 채워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드디어 어제 요주인물 한 명이 그 선을 넘어 버린 것이다. 수업 시간 내내 주의를 주어도 쉴 새 없이 말대답으로 신경을 거슬리게 했고 수업을 방해했다. 결국 참다못해 집에 가라고 했더니 아이는 바로 "네!" 하고 짐을 싸서 나갔다. 또 남은 아이 중 한 명은 "저도 가요? 안녕히 계세요." 이러면서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이게 내가 열심히 수업하고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해준 결과인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헛헛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분 남짓 남은 수업을 하는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은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수업을 끝마쳤다. 


다행히 아이의 부모에게 전하니 바로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다며 죄송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일단락이 된 듯했지만 문제는 나의 마음이었다. 앞으로 이런 식이면 수업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었다. 이곳에서 이 동네에서 말이다. 그러다 내가 왜 도망치지 이건 내 것이고 내가 만든 것인데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내걸 어떻게 지켜야 하나 라는 생각에 미치자 하나씩 해결해야겠다는 답이 나왔다. 마치 복싱선수처럼 내 앞에 있는 장애물을 펀치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이 링 안은 내 공간이고 곧 내 삶이다. 나를 방해하고 힘들게 하는 것들은 다 치워버린다는 생각으로 가드를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좋은 게 좋다며 내 링 안에서 얼마나 마음대로 놀게 두었는가. 그러다 더러워지고 얼룩지면 링을 떠나는 건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한때 강한 자가 남는 것이 아니라 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 말 뒤에는 한 문장이 더 있어야 한다. 바로 그 남는 자는 장애물을 하나씩 쳐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냥 기다리면서 남아있으면 가루가 되어 없어지지 않았을까. 결국 하나씩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이 남게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강한 사람이 맞는 것이다.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거슬리면 치워버린다는 마음으로 링에 서야 한다. 더 이상 내 링을 버리고 도망가면 안 된다. 결국 똑같다. 내가 지은 링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버릴 때까지는 지키고 또 지켜야 한다. 자 기억하자. 한 방이면 된다. 주먹 쥐고 힘차게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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