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이너바젠
작곡 : 사라사테 Pablo de Sarasate, 1878년
* 바이올린의 왼손 피치카토 주법을 즐길 수 있는 명곡
내가 이곡을 처음 들었던 건 2년 전, 강주미와 한수진이라는 걸출한 바이올리니스트의 곡을 모아둔 플레이리스트에서였다.
아마,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던 것 같다.
이 곡이 어찌나 좋았던지 포털과 스포티파이에서 검색해서 관련된 앨범을 다 들었다.
그러다 내 귀에 딱 맞는 앨범을 찾아서 지금도 출근길에 듣고 있다.
바로, 앤드류 리튼과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조슈아 벨의 1991년 앨범이다.
이 곡은 사라사테가 여행을 하며 받은 영감으로 작곡했다고 한다.
헝가리와 스페인에서 지방의 집시들이 부르는 민요 몇 개와 각종 무곡을 소재로 하여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완성했다.
이 곡은 뛰어난 기술과 탁월한 표현력을 요구해서 온전하게 연주할 수 있던 연주가가 없었다고 한다.
내 귀는 아직 막귀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인지 콕 집을 수는 없지만 1주제의 중반부와 2주제의 전반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곡은 매우 서정적이고 마치 밤하늘의 별이 눈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출근길의 지하철이라면 더욱 차가운 밤 공기가 그려질 정도로 우수라는 감정을 파고든다.
집시가 방황하며 만나는 수많은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별이 떠 있었을까.
그 길엔 정처없다는 우울함과 고독함이 묻어 있지만 솔직히 낭만적이기도 하다.
이 곡을 17년 여행 때 들었다면 그 길었던 여정이 좋았을 거란 상상을 해보지만 팜플로나와 부르고스는 이미 없는 기억이 되어 버렸다.
새벽의 감상에 젖을 듯 유려하고 섬세한 구간을 지나면 빠르고 난폭하게 휘젓는 2주제를 만나게 된다.
즐거워 방방 뛰는 춤이 아니라 애수를 담은 격렬한 몸짓이라서 슬프게 다가온다.
집시의 애수는 뜨거운 피가 식은 후 찾아 오는 정적에서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