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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Aug 12. 2024

정취

습작

몹시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낯선 풍경으로 둘러싼 도시에서 낯익은 바람을 맞았을 때였다.

나는 아주 날카로운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이 즐거워지고 있었다.

익숙한 정취

고요한 밤거리가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고풍스러운 도기에 담긴 음식

크리스털 출렁이는 와인

진득한 짠 바람에 일렁이는 여름 태양까지

온통 아름다운 것들 사이에서

말라버린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는 누군가를 상상했다.

이마저도 익숙한 나라서 내가 두려웠다.


뜻 모를 말을 지껄이는 외인들 사이로

어디에선가 본 듯한 타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끝까지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을 누군가의 의지였으며

결핍한 것을 외면하면서도 갖고 싶어 하는 멍청한 욕망의 사람이었다.

나는 그 얼굴에 와인을 쏟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의 그 과잉된 자의식에 심판의 날을 기다리며,

오래된 흔들의자에 묶여

와인을 들고 축배를 건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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