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견
새벽부터 비가 처연하게 내렸다.
안 그래도, 이 지역은 호수 근처라 항상 습기가 묻어 있었다.
그래서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무척 지근거리는 느낌이 살갗에 내려앉아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오늘은 사람마저 바글바글하니 짜증스러움이 절로 뿜어져 나왔다.
부슬부슬 나리는 비를 헤치고 카메라의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이곳은 호숫가에 위치한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
여기저기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들려오고 간간히 비키라는 고함 소리도 울려 퍼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지만 이들은 손님이 아니었다.
구경꾼들, 기자들, 경찰이 모여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막 동이 터오는 사이로 구급대원들의 모습도 보인다.
“어허, 좀 비켜봐요.”
이형사는 기자들을 밀어내며 사체 발견 장소인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팡팡 터지는 플래시 사이로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가 보인다.
이형사는 가까이 다가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이상하다.
무언가 부자연스럽다.
이형사는 시신의 옆에서 발견한 돈뭉치와 갈색 인조피혁 가방을 번갈아 관찰한다.
“왔냐?”
누군가 이형사의 어깨를 툭 쳤다.
부드럽지만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목소리.
선배인 김형사다.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는 이형사의 뒤통수 뒤에서 김형사의 한숨 소리가 깊게 들린다.
“휘유. 약쟁인가?”
“아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이형사는 시신이 발견된 장소를 둘러보며 수첩에 메모를 한다.
이 사람은 누구였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진 채 죽었을까.
왜 현금으로 많은 돈을 들고 다닌 거지?
도피 중이었나?
그렇다면, 누구로부터?
피해자의 시신은 엎드린 상태였다.
그리고 신발 한 짝이 벗겨져 있었다.
만약, 돈 때문에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 거라면 왜 돈 가방은 그대로인 걸까?
돈이 들어있는 가방은 시신의 발 밑에서 비에 젖어가고 있었고 주변엔 만 원 권 몇 십장이 흩뿌려져 있었다.
“약쟁이가 아니라면, 도대체 이게 뭐야? 강도 사건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김형사가 현장 사진을 꼼꼼하게 촬영하며 말했다.
“이상하죠? 폭행당한 흔적은 찾기 어렵고 돈가방도 그대로예요.”
“게다가 해가 막 떠오르는 순간에 습격을 받은 것 같다.”
이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배님. 사체 신원도 나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방모라는 남자예요. 나이는 서른아홉이고요.”
김형사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오케이. 그럼, 시신은 국과수에 맡기고 우리는 증거물을 다 찍은 다음에 추가로 보내자고. 복귀하면 사인부터 보고 받고.”
“네.”
이형사는 짧게 대답했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았던 비는 기세가 약해지고 있었다.
한 남자의 시신과 돈을 완전히 적신 것을 확인했다는 듯이 구름 뒤로 사그라들었다.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의 카메라에 빗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었다.
눈동자 굴리는 소리만 날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죽은 남자와 돈뭉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 너머로 햇살이 손길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사람들 사이로 조용히 돌아섰다.
“결국, 죽음에게 발각당했구나. 아니, 우리가 죽음을 발견한 건가?”
수많은 사람의 어깨 사이로 그림자처럼 빠져나가던 그때, 바쁘게 달려온 경찰차에서 누군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노년의 여자는 절규하며 죽은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곧 하늘을 찢을 듯한 통곡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리고 우는 노모를 한참 바라보다 그녀가 실신하여 응급실에 실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옆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을 벗어 들고 응급대원에게 다가갔다.
“이거, 이 분이 떨어뜨리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응급 대원이 그 가방을 노모의 머리맡에 두는 것을 보자 다시 사람들 사이로 몸을 감추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햇빛이 쨍쨍한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