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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아래 바람한줌 Nov 08. 2020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혼자일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

익숙해진 일에 대해서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예전에 사원수가 100여 명이 되는 규모의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 일이 생각납니다.

직원들의 복리를 위해 회사에서 복지카드를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야근이 잦았던 팀들도 있었고 거래처를 접대해야 하는 팀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복지 카드를 사용해도 되는 건가 어느 범위까지 사용할 수 있나 하며 조심스레 사무집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당시 일부러 한도를 정해주지 않았고 자율적인 회사의 일을 위해 사용하면 된다는 규칙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용 범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때때로 일을 위한 핑계를 대며 회식을 하는 횟수와 비용이 커졌고 사무집기가 외에 과자나 음료 따위의 구입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거래처와의 완만 하뉴 관계를 위한다는 핑계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결국 자율적인 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가져온 프로그램은 1년을 갓 넘기며 중단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동안 복지카드를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필요한 일을 위해 비용을 지출할 때마다 신청해야 하는 일도 번거롭다는 곳이었습니다. 한 달여 가량 몇 번의 회의를 거쳐 한도와 사용범위가 정해지고 복지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선이 그어지면서 불만도 없어지고 비용도 안정이 되었습니다.

혜택은 혜택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혜택이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해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이야기인데 모기업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었을 때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고생한 팀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게 제 방식이었습니다.
회사 지원금이 아닌 온전한 제 사비로 인당 3~5만 원 하는 곳들을 찾아다녔는데 어느 날의 일로 인해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서너 번째쯤의 회식자리에서의 일입니다.
씨푸드 뷔페라 모두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담아와서 같이 모여 이야기하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새로 온 신입분들도 있고 일 때문에 늦게 참석한 사람도 있었기에 천천히 이야기하며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식사가 시작되고 이건 맛이 어떻고 저건 어떻더라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그전 회사에서도 저와 같이 있어 언니 동생하고 지내던 사람이 조용히 자리를 나갔습니다.
 이어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신입분이 "저도 다 먹었었어요" 하고 일어서는데, 음식을 먹기 시작한 사람도 다들 “뭐야?”라고 수군거렸습니다.
같이 먹고 있던 저도 당황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먼저 나간 지인에게 설명을 했는데, 다 먹었으니 나가야지 뭐 하냐는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회사의 상하관계에 있던 사람들과는 언니 동생 하는 개인적인 관계를 만드는데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팀장이다, 누구다 직위나 권위 따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을 대접한 사람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있었다면,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뒤 나가도 되지 않았을까요?

급한 일이 있어서일 수도 있었지만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더 불편해졌고, 이후에는 그런 자리를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저 또한 그리하지 않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했으니까요.




지금 자신이 누리는 것들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 회사는 이게 좋아. 저 친구는 저래서 좋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회사가 당신에게 그만큼의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고 그 친구가 당신을 위해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고 양보하는 것입니다.
매출이 잘 나오고 큰일 없이 팀이 잘 운영되는 이유는 직원들이 그만큼 회사를 위해 열심히 하고 팀원끼리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기 때문입니다.

 권위를 내세우는 곳에서는 배려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직장뿐만이 아닌 나이의 관계이든, 가정에서든, 친구의 관계에서든 말이죠.

의자를 만든 사람의 정성과 꼼꼼함이 있을 테고, 그 의자의 값을 치른 사람이 있을 테고, 그 자리까지 누군가가 가져다 놓았을 테고, 그리고 당신을 그 의자에 주인이 될 수 있게 자리를 준비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앉아있는 자리가 편하게 느껴진다면 그 자리에 당신을 위한 누군가의 배려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배려를 생각한다면 지금 있는 곳이 당연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히 받아들여야 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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