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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아래 바람한줌 Oct 29. 2020

자연이 주는 감동

혼자일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늘을 보며 내내 와~와~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함께 걷던 동료들에게도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하늘 처음 보냐, 너 마치 처음 하늘을 보는 사람 같다”
구름을 보며 신나 하는 내가 신기하단다. 옆 화단에 심어진 꽃을 보며
“언니~ 저 꽃도 너무 예쁘죠?”하니
“꽃은 예쁘네, 차라리 꽃을 보고 예쁘다 하는 게 낫지”
“하늘은 매일 바뀌는 거니 오늘 하늘은 처음 보는 거죠~”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신난 나는 싱글벙글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이내 그들도 하늘을 보고 예쁘긴 예쁘네 했다.
어쩌면 이건 내가 가진 특별한 특징이기도 하다.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것들에게 서 나만의 행복과 여유를 느끼는 것.
어린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나 들에 나가면 뭐가 그리 볼게 많은지 한참 만에야 집에 돌아오곤 했다. 친구들하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거나 고무줄놀이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혼자서 강이나 들, 산에 나가 흐르는 강물을 보고 그 안에 조약돌과 조개 다슬기 등등을 보는 게 솔직히 더 재미있었다.
강이나 산에 나가서 보는 나뭇잎들의 모양과 색깔이 이 저마다 다른 게 신기했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꽃을 보면 어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신기해하기도 했다. 꼬꼬마 때부터 함께한 절친이 있는데 언젠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넌 뭘 하든 여유가 있는 것 같아. 어떻게 길가에 있는 그 꽃을 볼 수가 있지?”
그곳에 꽃이 있는걸 어찌 알았냐는 뜻이다. 그게 참 신기하기도 하면서 부럽다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나는.
휴일에 쇼핑을 하거나 방에서 뒹구는 것보다는 가까운 산에라도 나가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도토리가 나무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 새들이 하루 종일 수다를 떠는소리를 들어야 쉬는 것 같이 느껴진다. 겨울에는 얼음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라던가, 시원한 산맥을 보기만이라도 해야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어린날에는 너무 자주 신발을 안 신고 맨발로 다녀서 아버지한테 혼난 적도 있었다.
비가 오는 한여름에는 일부러 우산을 버려두고, 논두렁 옆 콩밭에 가서 빗소리를 들으며 온 적도 있다. 다행히 감기는 안 걸렸지만 그날 엄청 혼났더랬다. 며칠 내내 장맛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버지 눈치를 보며 우산을 쓰고 나가더라도 꼭 맨발로 시멘트나 흙바닥에 맑게 흐르는 물을 발로 건드려 보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맨발로 땅을 밟아본 적이 있는가? 발가락 사이로 흙이 와 닿는 느낌. 내가 이 큰 대자연의 작은 피조물이라는 것, 자연과 연결된 하나의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그런 기분. 그런 것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고치지 못하는 병을 안고 산에 들어가서 자연치유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오랫동안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신 지인분의 친구가 최현정 TV라는 유튜버 활동을 하시는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며 무작정 시골로 내려가셨다. 후유증으로 너무도 달라져버린 몸을 이끌고 충북 제천에 있는 월악산 자락 아래에 거처를 마련하셨다. 자신의 자연 치유되는 과정과 방법을 유튜브로 내보내신다. 3년여 지난 지금은 고추장 만들기며, 풍산개 키우시는 모습도 보여주고 계신다. 그리고 자신만의 자연치유법을 고스란히 글에 담아 <암, 자연치유 이렇게 하라 암 투병 5년, 희망의 자연치유 일지>라는 책까지 출간하셨다.
이분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자연이 주는 에너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 표현할 수 없는 힘을 자연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내어 준다. 그런 에너지를 느끼기 위함인지 나는 지금도 이따금씩 뒷산 공원에 올라 조용히 신발과 양말을 벗어놓고, 소나무 아래 땅을 지그시 밟아본다. 때론 흙먼지가 발가락 사이를 가득 덮어 먼지투성이가 되기도 하지만, 땅을 밟으며 듣는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와 시시때때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는 가슴 벅찬 감동은 비할바가 되지 못한다.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은 건강에도 좋다.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내트라 등)’는 논문을 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 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 적혈구 제타 전위(Zeta Potential·표면 세포 간 밀어내는 힘)를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라는 연구가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정말 너무나 많다. 하늘, 땅, 바람, 공기 , 바다, 강, 나무, 꽃, 벌레 등등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우리의 매 순간에 함께 있다. 그것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무료 제공이다. 이런 것 들을 평생 맘껏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이 주는 하늘이 감사하게 느껴지고 그 하늘에 펼쳐지는 구름과 별들이 그려내는 그림들이 어떤 보석보다 가치 있어 보인다.
나는 종종 길을 가다 멈춘다. 떨어진 나뭇잎 빛깔에 감동하고, 비 온 뒤 고인 물 위로 비치는 하늘빛에 또 감동한다. 자연은, 온통 감동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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