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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엥 Sep 07. 2021

코로나 이후 다시 프랑스 -문화

유럽에서 파리에  아랍인들이 가장 많다고?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를 여행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 왜 이렇게 흑인들과 아랍인들이 파리에 많이 사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라는 파리가 유독 심해서 조금 과장하면 파리지엥만큼 흑인과 아랍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정말 그런가? 물론 파리지엥 만큼이나 흑인과 아랍인이 많다는 말은 과장이지만 그 정도로 흑인과 아랍인이 많고 이에 프랑스 사람들의 걱정이 커져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파리와 프랑스에는 흑인들이나 아랍인들이 많이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프랑스가 유럽 최고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다문화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난민문제를 비롯한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면서 다문화 찬, 반에 대한 논란과 논쟁들이 사회담론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인구의 5% 정도인 약 250~300만의 외국인들이 들어와 있고, 법무부 출입국에 따르면 30년 후인 20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의 10%인 약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말은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이미 다문화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외국인 혐오증인 ‘제노포비아’현상이 점차 거세지고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세계 최고의 다문화 국가인 프랑스가 많은 흑인들과 아랍인들로 인해서 인종 간 갈등이 증가했고 폭력과 테러도 증가해서 국가적인 골치라는 것을 언급한다. 또한 프랑스는 실패한 다문화 국가라고 하면서 우리나라가 제2의 프랑스처럼 될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왜 그렇게 많은 흑인들과 아랍인들을 받아들였으며 정말 실패한 다문화 국가일까? 프랑스가 수많은 이슬람인들을 받아들인 것은 19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 독일과 군사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던 프랑스는 '혈통주의'에 근거하던 국적법 체계를 영토 내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거주지주의'로 전환하였다. 1889년 국적법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버지에게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자는 자동적으로 프랑스인이 되고, 성년에 프랑스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인구학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동시에 전후 복구사업을 위해 해외에서 많은 젊은 이주민들을 받아들였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로부터의 무슬림 이주도 이때 시작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전시 군복무를 한 대가로 이들에게 국적취득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1927년 개정 국적법은 프랑스에서 3년을 거주하면 국적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어 프랑스 국적법 가운데 가장 유연한 국적 취득조건을 제공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계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귀환하자 프랑스 정부는 식민지 알제리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국가 출신 무슬림들의 이주를 더욱 적극적으로 허용하였다. 1954-1962년 알제리 전쟁으로 프랑스에서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북아프리카 무슬림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던 것이다. 양차세계대전 동안 프랑스에 협력한 대가로 많은 알제리인들이 시민권을 제공받았다. 또한 알제리 전쟁기간 중 잠시 주춤하였던 알제리인들의 프랑스 이주는 1962년 알제리와 프랑스 간의 정전협정으로 다시 증가하였다. 그 결과 프랑스의 이민자들은 곧 무슬림 이민자를 지칭할 정도로 많은 수의 무슬림들이 유입되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프랑스와 파리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인과 무슬림인들이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프랑스에서 외국인  이민자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을 끌고 연구의 대상이 된 시기는 1980년 대 이후부터였다.  당시 프랑스 집권당으로 외국인 이민자 문제에 대해 긍정적이며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던 사회당(PS, Parti Socialiste, 좌파정당)에 이어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Front National)이 프랑스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정치무대에 등장했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프랑스에서 외국인 이민자들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각, 즉 그동안의 이민자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반대로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오게 된 것도 이때부터로 극우정당이 등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동화주의' 정책을 국가의 다문화 정책으로 표방해왔는데 이런 정책이 최근 들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프랑스가 추구했던 동화주의 정책은 언어, 문화적 요소 등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고유성과 정체성을 포기하고 프랑스가 원하는 과정을 잘 따라오면서 사회에 통합되기를 바라는 정책이다.

   동화주의 정책은 외국인 이민자들이 주류문화에 대한 반감과 저항이 없고 주류사회가 원하는 대로 동화돼서 주류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잘 이행한다면 그들에게 국적이나 시민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 부분이 바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배제주의' 정책을 펴는 국가들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동화’를 통한 외국인 이민자 통합이라는 목적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소수자들인 이민자들의 반발만 없다면 최상의 국가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자들인 이민자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러한 동화주의 정책은 지금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프랑스의 무슬림들은 프랑스 인구의 약 10%가 넘는 7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많은 자녀를 선호하는 이슬람 특성때문에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인들이 느끼는 불만과 두려움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들이 프랑스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거나 치안 문제를 일으키는 정도가 아니고 가장 다수에다가 가장 호전적이기까지 한 무슬림들로 인해 프랑스의 국가적 정체성이 위기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이민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서서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하려 하면서 주류사회와의 갈등은 불가피하게 됐다. 동화주의 정책에 기반 한 프랑스의 다문화 정책은 이미 다문화 국가의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참고할 바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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