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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엥 Sep 02. 2021

코로나 이후 다시 프랑스

프로방스에서는 마카롱보다 칼리송이 더 유명하다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은 그 이름도 유명한 마카롱을 꼽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업고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마카롱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도 프랑스만큼 많이 팔리고 유명해졌다. 파리를 여행하면 당연한 것처럼 유명 마카롱 상점에 가서 마카롱을 구입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것이 당연한 여행일정처럼 여겨질 정도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기 절정인 마카롱도 한 수 고개 숙이는 지방이 있으니 바로 프랑스 남불 지방인 프로방스 지역이다. 끝없이 펼쳐진 라벤더 밭으로 유명한 프로방스 지역에서는 마카롱의 인기를 능가하는 디저트가 있는데 바로 칼리송Calissons이다. 칼리송 혹은 칼리송 덱스(Calissons d'Aix, 엑스 지방, 프로방스의 한 지역))라고 불릴 만큼 엑스지방을 포함한 프로방스 전 지역에서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디저트일 것이다.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디저트지만 특히 12월에 프로방스 지역을 방문한다면 어느 상점, 어느 마트를 가더라도 금방 발견할 수 있는 아주 흔하게 깔려있는 디저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프로방스가 자랑하는 디저트 칼리송인 것이다. 아몬드 가루를 비롯한 다양한 건강 천연재료들로 만든 칼리송의 인기가 높아지고 유명해지면서 프로방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디저트가 됐는데 일 년에 무려 800톤 이상의 칼리송이 소비된다고 하니 그 인기가 엄청나다 할 것이다.

  칼리송의 기본 재료는 아주 간단해서 정통 칼리송에는 딱 3가지 재료만 들어간다. 먼저 가장 중요한 재료는 지중해 아몬드 가루인데, 이 가루에 과일설탕절임, 그리고 오렌지 향 원액과 아몬드 향 원액으로 만든 쫀득한 반죽위에 계란 흰자와 슈가 글라스로 머랭처럼 흰색으로 된 글라스 로얄(Glace royale)을 발라서 만드는 디저트이다. 

  정통 칼리송은 갈색의 아몬드 반죽위에 하얀 글라스 로얄을 발라서 만드는 게 오리지널인데 요즘에는 딸기 색, 바나나 색, 오렌지 색, 초콜렛 색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칼리송도 나오고 있다. 갈색의 아몬드 반죽은 껍질을 벗긴 아몬드를 으깨고 설탕에 절인 과일과 따뜻한 설탕시럽을 넣어서 오븐에 굽는 게 아니고 증기로 쪄서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아몬드 반죽에 과일 향 원액을 넣고 최소 3일 동안 잘 말린 다음 칼리송 장인들에게 넘겨지면 그들 장인들의 손에 의해 드디어 프로방스 최고의 달콤한 칼리송이 탄생하는 것이다. 

  마카롱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최상의 마카롱을 구입하기 위해 파리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라 뒤레'라는 유명 상점이라고 한다면, 엑스-프로방스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은 최고의 칼리송을 사기 위해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칼리송 뒤 로이 르네(Calissons du Roy René)'라는 이름의 상점이다.   엑상-프로방스 지방에는 이 지방의 특산품이자 명물인 칼리송을 파는 상점들이나 마트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칼리송 뒤 로이 르네' 상점인데 무려 지금으로 부터 100여 년 전인 1920년부터 칼리송을 만들기 시작한 칼리송의 대표 원조 상점이다. 이곳이 100여 년전 부터 시작된 칼리송의 원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간판에는 1920년에 만들어진 상점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적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방스 지방의 대표 디저트인 칼리송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됐을까? 칼리송의 유래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 설이 내려온다. 하나는 칼리송이 ‘왕비의 디저트’ 혹은 ‘왕비를 웃게 한 디저트’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왕실과 관련된 이야기다. 마카롱도 왕실의 디저트였는데 칼리송도 결국은 왕실의 디저트였던 것이다. 

  때는 15세기 중반인 1454년, 프랑스 앙주(Anjou)지방의 왕이었던 로이 르네 (그렇다. 칼리송 원조 상점의 이름이 바로 왕의 이름이었던 것이다)가 라발 지방의 쟌느라는 이름을 가진(쟌느 드 라발, Jeanne de Laval) 공주와 결혼을 했다. 옛날 프랑스에서는 결혼을 하면 여성이 남성을 따라 가는 게 일반적이었기에 쟌느도 남편인 로이 르네를 따라서 부모와 고향을 떠나온다. 요즘으로 치면 향수병이나 우울증 정도였을 텐데, 가족을 떠난 슬픔에 잠긴 쟌느는 웃음을 잃었다고 한다. 음식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웃음을 잃은 아내를 위해 로이 르네 왕은 궁궐의 요리사들에게 특별 음식을 해서 쟌느가 먹게 하라고 했지만 그 어떤 맛있는 음식도 쟌느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의 전담요리사가 당시 궁궐에 흔하게 있던 아몬드 가루와 과일조림을 이용해서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먹은 쟌느가 드디어 웃음을 보였다는 이야기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디저트를 먹은 왕비 쟌느가 하녀들에게 프랑스어로 “이 디저트가 매우 달콤하다 Ce sont des calins"이라고 했는데, 달콤한, 감미로운 이란 뜻을 가진 형용사 칼렝Calins에서 바로 이 달콤한 디저트인 칼리송Calissons이란 어휘가 나왔을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카롱이 프랑스 국왕과 결혼한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서 혼수품과 함께 보내서 프랑스에 전수됐던 것처럼, 칼리송도 당시 로이 르네 국왕이 이탈리아와 교류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프랑스로 들어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칼리송의 유래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가 내려오지만 결론은 칼리송도 마카롱처럼 왕실의 디저트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파리를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라 뒤레' 상점에서 마카롱을 사고, 만약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우울증에 빠진 왕비를 웃게 만들고 치유했던 왕실의 디저트였던 칼리송을 꼭 살 것을 추천한다. 힘든 여행의 피로를 칼리송의 달콤함이 완벽하게 싹 씻어줄 것이다. 

  이처럼 왕실의 디저트로서 프로방스 지역을 대표하는 칼리송은 그저 단순한 디저트 한 조각이 아닌 프로방스를 지방을 상징하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특별한 디저트이다. 그래서 프로방스 지역에서는 ‘칼리송 박물관’까지 운영하면서 칼리송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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