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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엥 Sep 02. 2021

코로나 이후 다시 프랑스

옛날에는 치즈가 신분과 지위를 상징했다고?

  지난 글에서 바게트가 옛날에는 신분을 상징하는 빵이었다는 말을 했었다. 즉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바게트 빵 색깔이 달라서 신분이 높을수록 색이 연한 갈색 빵을 먹었고,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색이 짙고 딱딱한 바게트를 먹었던 것이다.  이렇게 신분을 상징했던  바게트처럼 프랑스인들이 식사 때마다 식후디저트로 내놓는 치즈도 신분과 경제력에 따라 먹는 치즈가 달랐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즉 옛날 신분제 사회에서는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바게트나 치즈, 와인도 마찬가지로 차등을 두어서 먹었던 그런 시대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의 우리 사회도 그렇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예로 한국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소고기의 경우가 그렇다고 한다. 누구는 비싼 한우 꽃등심만 먹고, 또 누구는 값싼 수입산 소고기를 먹거나 혹은 돈 많은 사람은 제주도 흑돼지를 먹고 가난한 사람은 저 멀리 남미에서 수입한 대패삼겹살만 먹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신분제는 철폐됐지만 대신 현대사회는 경제력에 의해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 사회니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먹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치즈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지만 그중에서도 프랑스 사람들의 치즈 사랑은 정말 각별하다 못해 특별할 정도다. 프랑스인들은 1인당 연평균 25kg 이상을 소비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치즈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고 또한 프랑스는 와인과 더불어 가장 많은 종류의 치즈를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치즈는 와인과 함께 프랑스인들에게는 그들의 정체성과도 같은 특별한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와인처럼 치즈도 국가가 나서서 그 품질을 관리하는데, 와인에 붙는 AOC(원산지 품질관리제도) 라벨이 치즈에도 붙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성향이 엄청 까다로운 이유는 그들이매일 먹는 치즈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 치즈의 종류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데 대략 3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맞서서 저항 프랑스를 이끌었고 나중에 초대 대통령이 된 프랑스의 국부인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파리의 관문인 샤를 드골 공항이 바로 이 사람 이름이다)이 유명한 말을 남겼을까.  “3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치즈를 매일 먹는 사람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며 잘 다스릴수가 있겠는가?”.

  또한 “치즈가 빠진 식사는 한쪽 눈이 없는 외눈박이 미인과 같다“는 프랑스 유명 식도락가의 말도 자주 회자되는데 이처럼 프랑스의 식사문화에서 치즈는 와인과 더불어 절대로 빠질 수 없고, 만약 저녁 만찬에 여러 종류의 치즈가 나오지 않는다면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그 날 식사에 대해 절대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로 치즈는 프랑스에서는 정말 중요한 메뉴인 것이다. 

  옛날 프랑스에서도 치즈는 곧 계급을 상징했는데 그렇다면 치즈는 어떻게 신분과 계급을 상징할 수 있었을까? 바게트는 순수한 밀가루로 만들어서 연한 색이 나는 바게트는 좋은 것, 여러 싸구려 잡곡이 섞여서 색이 검은 색에 가까울수록 나쁜 것으로 구분했는데 치즈는 어떨까? 치즈는 바게트와 달리 색깔로 구분하지 않았고 시간, 즉 숙성기간으로 신분과 계급 그리고 경제력을 구분했다. 즉 숙성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만드는 사람의 시간과 정성이 더 많이 들어갔다는 말이고 그래서 숙성기간이 짧은 것 보다는 숙성기간이 긴 것이 더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이다. 

  치즈도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숙성기간이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기 때문에 치즈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숙성기간은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었던 것이다.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치즈 같은 필수식품들을 오래 숙성할 만한 여력이 없이 만들자마자 바로바로 먹어야 했고 부자들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반대로 오랜 시간 숙성시킬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집안에서는 숙성 기간이 몇 달 안 되는 짧은 치즈를 주로 먹었고, 귀족이나 부유한 집안에서는 대부분 적어도 6개월 이상 숙성된 치즈를 먹었던 것이다. 

  또한 신분제가 절정이던 15세기경까지 프랑스에서는 식탁에 어떤 치즈가 오르는지에 따라 그 집안의 신분과 부유함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치즈가 신분은 물론이고 부유함을 상징하는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상류층 사람들은 그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와인과 함께 치즈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이런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의 초대를 받으면 케익이 아닌좋은 와인이나 혹은 좋은 치즈를 사 가는 경우가 많고 그래야 환영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치즈는 언제 어떻게 해서 인류에게 전해진 것일까? 가장 보편적인 치즈의 역사는 기원전 35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점토판 문서에 치즈를 만드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거나, 발굴된 유적에서 치즈를 만들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기구로 보이는 토기가 출토되기도 했다. 또한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는 치즈나 버터를 제조하는 과정이 그려진 그림도 발굴됐는데 이로 미루어 적어도 기원전 3,500년 이전부터 치즈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게다가 기원전 900년의 유명작품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도 치즈를 만드는 과정과 관련된 묘사가 나오는데 당시의 풍습으로는 아마도 양젖을 활용한 치즈 제조법일 것으로 추정한다. 

  좀 더 후대로 오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인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등이 치즈를 만드는 동물의 젖과 치즈의 영양관계 등에 대해서 기록을 남긴 것이 있기도 하다. 로마시대의 유명한 농업학자는 아직 딱딱한 먹이를 먹지 않은 어린 양의 네 번째 위에서 추출한 레닛으로 우유를 단단히 응고시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기술해 놓았는데 이것도 전해지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김치와 된장국이 영혼의 음식이라면 프랑스인들에게 영혼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치즈다. 흔히 프랑스인들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3가지를 꼽으라면 와인과 바게트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치즈를 꼽을 정도로 치즈는 프랑스인들에게는 우리의 김치처럼 영혼의 음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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