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이 프랑스 왕실의 전용 디저트였다고?
디저트계의 끝판왕 혹은 베이킹계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마카롱을 여러분들은 자주 즐기는가? 급격하게 디저트의 고급화가 이루어지면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 사람들은 이어서 달콤한 케이크를 먹다가 요즘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마카롱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문화와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는 서양 식도락을 대표하는 나라 중 하나일 정도로 먹거리가 매우 발달한 나라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유명 레스토랑들이 그렇게 받고 싶어 하는 미슐렝 가이드도 프랑스에서 시작된 것이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그런 요리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프랑스의 위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프랑스라는 나라는 바게트와 크루아상 달팽이 요리 그리고 와인과 치즈가 상징이지만 디저트 분야에서도 마카롱Macaron과 칼리송Calison은 물론이고 다양한 디저트들이 전 세계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나라다. 최근 한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마카롱은 사실 가격적인 면에서 그리 저렴한 디저트가 아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한 앙증맞은 크기의 동그란 디저트 하나가 커피 가격을 능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그런 고급 디저트이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갔다가 커피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마카롱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마카롱은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마카롱은 어떨까? 프랑스 본토에서도 마카롱은 고급 디저트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한국과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마카롱은 최고급 디저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와 서양 고급 디저트라는 이미지 외에도 마카롱이 사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왕실이 있던 나라의 왕실가족들이 주로 먹었던 디저트라는 이미지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마카롱은 유럽의 왕실가족들이 주로 먹던 그런 왕실의 디저트였던 것이다.
프랑스 마카롱이 워낙 대세이고 가장 유명하다보니까 마카롱이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으로 알 수도 있다. 게다가 마카롱이라는 단어 자체가 프랑스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밝혀야 하는 것은 마카롱은 프랑스가 원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치 크루아상이 프랑스가 원조가 아닌 것처럼...
사실 마카롱의 원조는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였는데 어느 날 이탈리아와 프랑스 왕실의 정략결혼으로 인해 프랑스로 전해졌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의 국왕 앙리4세와 이탈리아의 최고 부자가문인 메디치 가문 사이에 결혼식이 열린다. 이 결혼을 통해 프랑스 왕실로 오게 된 마리 드 메드시스는 프랑스 왕실이 기대했던 막대한 결혼지참금은 물론이고 그녀를 위해서 요리사와 마카롱, 푸딩 등 새로운 먹거리들을 가지고 오게 됐던 것이다. (1533년 앙리2세와 카트린느 드 메디시스의 결혼 때 이런 디저트들이 프랑스로 왔다는 설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마카롱이 프랑스 왕실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1600년 이후 부터였다.)
마카롱은 이처럼 1600년 이후인 17세기 중반부터 프랑스 왕실에서 인기를 끌면서 왕실이 주최하는 프랑스 내 여러 성대한 행사에서 귀족들에게 주로 제공됐다. 특히 프랑스 역사상 최고로 강한 권력을 누렸던 대식가 태양왕 루이 14세와 마리 테레즈(Marie-Thérèse d'Autriche)의 결혼식에도 마카롱이 등장해서 왕족들과 귀족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후 왕실을 거쳐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간간히 전해오던 마카롱 만드는 법은 1653년 <프랑수아 피에르 드 라 바렌느의 프랑스 제과 요리법(François Pierre de La Varenne’s Le Pâtissier François>이라는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어서 1692년에는 <잼과 술과
과일요리를 위한 특별한 레시피Nouvelle Instruction pour les Confitures, les Liqueurs, et les Fruits>라는 책에도 마카롱을 만드는 방법이 실리면서 왕실과 귀족들을 중심으로 마카롱이 본격적으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마카롱은 원래 왕실사람들과 귀족들을 위한 디저트였던 것이다.
원래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 우리가 즐기는 마카롱과는 조금 그 형태가 달랐다. 지금 우리가 먹는 마카롱은 보통 양쪽의 쿠키 사이에 달콤한 크림이 들어있는데, 원래 이탈리아에서는 크림 없이 쿠키만 먹는 형태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즉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마카롱은 이탈리아에서 만든 최초의 마카롱에 프랑스가 쿠키 사이에 크림을 넣어서 만든 것으로 최초의 형태에서 조금 변하고 발전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크림을 첨가함으로서 마카롱은 비로서 극강의 달콤함을 더할 수 있었다.
프랑스어 마카롱macaron이라는 이름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오는 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뒤 후에 이탈리아어 마카로니 maccaroni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섞는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마카레 maccaré에서 마카롱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마카롱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지금처럼 유명한 디저트의 상징이 됐을까? 이탈리아에서 시작될 때는 별 인기가 없었던 마카롱은 20세기 들어 프랑스의 유명 제과점인 라 뒤레(La Durée)에서 쿠키 두 개 사이에 크림을 넣어서 더 달콤하게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형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들어와서 프랑스 왕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마카롱은 당시 왕실만큼 비중이 컸던 수도원에서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 북동부 지방인 낭시Nancy라는 곳에 있는 수도원에서 수녀들을 중심으로 마카롱을 만들어 먹었는데 18세기 말에 벌어진 프랑스대혁명으로 모든 게 바뀌게 됐다. 혁명의 여파로 인해 많은 수도원들이 문을 닫게 됐고, 그곳에 있던 수녀들도 수도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카롱을 만들어 먹던 낭시에 있는 수도원도 마찬가지여서 수녀들이 다 떠나게 됐는데 졸지에 갈 곳을 잃은 수녀들이 자신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대로 내려오던 마카롱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해서 마카롱의 명맥이 계속 이어지게 됐고, 결국 앞에서 말한 제과점 라 뒤레가 20세기 들어 마케팅을 잘하면서 지금 모양의 마카롱이 된 것이다.
참고로 초기 낭시 수도원에서 만들었던 마카롱은 엄밀하게는 지금의 모양과 조금 달랐다. 지금도 낭시 지방에 가면 당시의 레시피대로 마카롱을 만드는 유명한 제과점이 있다. ‘데 쇠르 마카롱Des Soeurs Macarons, 직역하면 수녀들의 마카롱 혹은 자매들의 마카롱’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인데 지금 마카롱처럼 예쁜 색깔을 가진 그런 마카롱이 아니고 옛날 그대로 표면이 소보로 과자처럼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