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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거북 Sep 21. 2020

하와이 Day 17: 와이메아 비치

하와이의 마지막 석양

2018.8.14.(화)

 

무수비 카페 이야스메(Musubi Cafe Iyasme) – 샥스 코브 푸푸케아(Pupukea Beach Park-Shark’s Cove) - 지오바니스 새우트럭(Giovanni's Shrimp Truck) - 마츠모토 셰이브 아이스(Matsumoto’s Grocery Store) - 라니아 케아 거북이 해변(Laniakea Beach – Turtle Beach) - 와이메아 베이 비치 파크(Waimea Bay Beach Park)     


어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아침 집밥은 과감히 포기했다. 이야스메 무수비에서 무수비를 테이크 아웃했다. 부지런한 물고기를 만나려면 우리도 부지런해야 한다. 샥스 코브는 우리의 하와이 마지막 스노클링 포인트였다. 똥꼬1호는 뱃멀미를 심하게 한 후로 바닷가 일정이 두 개인 날은 한 곳에만 들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들이 열심히 놀기를 원하는 아빠와 갈등이 있었고, ‘같이 같이’ 강박증이 있는 엄마도 안타까웠지만 이제 여행 막바지가 되니 1호의 마음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1호는 오후에 와이메아 다이빙이라는 거사가 있으니 샥스 코브에서는 쉬기로 했다. 

샥스 코브

샥스 코브에서 아빠가 먼저 스노클링 포인트를 살핀 후 나와 2호를 데리러 왔다. 가까이에서는 물고기가 별로 보이지 않아서 살짝 실망하려던 찰나 한국인 여자분이 왼쪽 바위 있는 깊은 곳으로 나가면 물고기를 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진입이 만만치 않았다. 바위가 많았는데 그 위를 걷자니 미끄러웠고, 헤엄치기엔 몸이 긁힐 것 같았다. 스노클링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물이 들어왔을 때 밖으로 내뿜는 방법을 잘 모르고 조금이라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허우적대기 일쑤라서 2호를 데리고 깊은 곳으로 나가는 것이 조금 겁이 났다. 바위가 많은 입구를 지나자 수심이 깊어졌고 물살이 꽤 세기는 했어도 헤엄치기가 수월했다. 나는 파도가 센 곳을 만나면 2호 뒤에서 엉덩이를 힘껏 밀었다. 힘들 때마다 서 있을 바위가 한 두 군데씩 꼭 있었다. 남편은 물고기가 잘 보이는 포인트를 찾아준다고 우리보다 앞서 나갔는데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스노클링 장비 2개 중에 물이 잘 안 들어오고 숨쉬기가 쉬운 스노클링을 나에게 벗어주고, 자기는 꼬진 장비를 하고 나간다. 고맙다.


이번에도 물고기 떼를 먼저 발견한 건 2호였다. 물고기만 한 손을 쭉 뻗어 물고기 떼를 가리킨다. 은색 물고기가 수백 마리 있었다. 우리와 부딪히지 않을까 겁이 날 정도였다. 이 물고기 떼를 쫓아 2호 엉덩이를 밀고 밀어 바위로 둘러싸인 웅덩이로 갔다. 파도에 휩쓸려 우리는 자꾸 중심을 잃었지만, 은색 물고기 떼가 모여있는 웅덩이 안은 평화로웠다. 한국인 여자가 말해준 곳이 여기인가 보다. 하와이 와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많이 봤는데, 같은 종류의 물고기 가족이 떼로 다니는 모습은 처음 봤다. 장관이었다. 

샥스 코브에서 남편이 찍은 사진들

     

샥스 코브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낮은 수심의 호수 같은 바다가 있다. 수심이 낮아서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세상에!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족관이었다. ‘아가야들은 여기 와서 놀아라. 찰방찰방 걷기만 해도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단다. 엄마 품에 안겨서도 물고기들을 볼 수 있어.’ 하며 누가 친절하게 키즈 전용 바다를 인공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애기 엄마였다면 나는 매일 샥스 코브에 왔을 거다. 스노클링 하면서 만나지 못한 알록달록 물고기들을,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도 볼 수 있었다. 나는 또 “1호야, 이리 와. 너~무 이뻐. 안 들어가도 물고기들 다 보여."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물고기와 아이들과 하늘을 한꺼번에 담고 싶어 사진을 여러 번 찰칵찰칵 했지만 아무리 찍어도 내 눈에 펼쳐진 그림을 사진기가 담지 못했다.

샥스 코브 안쪽 만: 애기 엄마들은 이리 오세요. 

잠수복을 입고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프로그램도 있나 보다. 단체로 셔틀버스에서 내려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더 크면 다음에는 프리다이빙도 배워보고 싶다.

 

점심은 지오바니스 새우트럭에서 먹었다. 한 줄은 주문 줄, 한 줄은 음식을 받는 줄이었는데 둘 다 길이가 어마어마했다. 치열한 자리 경쟁을 뚫고 애들이 용케 자리를 맡았다. 갈릭 새우가 가장 유명했는데 갈릭만 시키기가 아쉬워서 레몬 새우도 같이 시켰다. 갈릭이 훨씬 훨씬 맛있었다. 오래 기다렸지만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여유 있게 먹지 못하고 얼른 일어났다. 

지오반니 새우트럭: 갈릭 새우가 진리!

마츠마토 셰이브아이스는 애들이 여행 가이드북을 보고 꼭 먹으러 갈꺼라고 노래를 불렀던 곳이다. 슬러쉬 느낌의 알록달록 아이스크림이다. 폴롤로에서 먹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서 단색 셰이브 아이스를 먹었었다. 마츠마토도 줄이 길었다. 화장실 다녀오고 여유롭게 있다가 정작 카운터 바로 앞에서 맛을 결정하지 못해 우왕좌왕이었다. 똥꼬 1호, 2호가 2가지씩 맛을 골라 두 접시를 샀다. 불량식품 비주얼 때문에 맛은 기대 안 했는데 내가 잘못 봤다. 한 입 먹고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숟가락이 바빠졌다.

마츠마토 셰이브아이스: 불량식품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쳐요.

 라니아 케아 거북이 해변에 갔다. 이미 거북이와 수영하기 버킷을 이루었지만, 거북이는 언제 봐도 좋았다. 라니아 케아는 거북이를 '눈으로만' 보는 곳이었다. 이름과 사연을 가진 거북이들이 이름표 표지판 옆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함부로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북이를 지키고,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히 설명해주는 관리인도 있었다. 거북이들이 갇혀있는 게 아니었는데 왜 거북이 동물원에 와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까. 칼스미스의 거북이들이 그리워졌다. 팔팔하게 살아있는 거북이의 생기를 내 맘대로 비교하고 있던 그때, 몸을 맞대고 붙어있는 엄마 거북이, 아기 거북이를 봤다. 고개가 서로를 향한 채, 엄마 거북이 손이 아기 거북이 손에 포개어진 모습이 너무 귀엽고 정겨웠다. 표지판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이 둘에 대한 표지판은 아니었지만, Oakley는 매해 2월~8월에만 이 곳에 출몰하고, Hiwahiwa는 칼스미스에서 만났던 거북이처럼 보트에 등껍질을 심하게 다쳤다고 한다. 진짜 거북이, 가짜 거북이는 없다. 거북이는 거북이다.  

라니아 케아 거북이 해변: 엄마 거북이 토닥여준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이제 하와이에서 우리의 마지막 비치로 갈 차례이다. 아빠의 서핑을 위해 와이키키에 한 번 더 가게 될 것을 제외하면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비치이다. 고르고 골라서 와이메아 비치로 갔다. 빅아일랜드의 사우스포인트 같은 스케일은 아니었지만 오아후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1호도 다이빙에 도전하고 싶다고 해서 선택했다. 먼저 남편이 뛰었고 이번에는 나도 별로 안 떨렸다. 하지만 1호 차례가 되자 나는 또 심장이 벌렁거렸다. 큰 청년들도 다리를 내디뎠다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며 망설이는 사람이 많았는데 줄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작은 1호 차례가 되자 카메라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내 마음이 준비되기도 전에 첨벙 소리가 났다. 나는 사실 우리 아들이 뛰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이건 1호에게 비밀이다. 첨벙과 남편의 환호 소리로 알았다. 손이 떨리다가 이상한 데를 눌렀는지 사진도 없었다. 1호는 별거 아니라고 안 무서웠다고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서, 어깨에는 뽕이 이만큼 들어가서 우리 쪽으로 왔다. 

와이메아 비치: 우리 아들은 잔뜩 긴장한 어깨로 저 위에 있는데 난 도대체 누굴 찍은 것일까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1호가 나한테만 살짝 고백했다. 다이빙해서 들어갈 때 사실 막 좋은 느낌은 아니었단다. 뛰어내리기 전에 무섭지는 않았는데(?) 피가 거꾸로 쏠리는 것 같았고 시간이 길게 느껴져서 이상했단다. 영웅의 속내를 들었다. 


와이메아는 조금만 들어가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졌다. 다이빙 거사를 치르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서 우리는 다시 물에서 해가 지도록 놀았다. 2호가 졸라서 산 물에 튀는 공(물튀공)을 멀리 던지고 빨리 찾아오기 놀이를 했다. 석양 지는 풍경이 아름다워서인지, 물튀공 놀이가 너무 재미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또 웃음가스를 마신 사람들처럼 웃고 놀았다. 

똥꼬 2호가 가지고 있는 공을 물 위로 던지면 통통 튀면서 멀리 간다.


저쪽에서는 동네 흥부자 청년들 생일파티가 있었다. 말이 파티지 동그랗게 앉아서 크게 음악을 틀고 자유롭게 춤을 추는 거였다. 동네에 해변이 있으면, 해변가에서 음악 틀어놓고 음식만 곁들여도 파티가 되는구나. 어떻게 놀지 고민하지 않아도 그냥 파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분위기에 취해서 술도 한 잔 안 한 내가 생일 파티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옆에 있던 중국인 가족이 나를 보고 웃었다. 얌전해 보이는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서 그런가 보다. 한국에서는 술을 마셔도 못할 일인데, 여긴 마음껏 객기 부려도 되는 하와이가 아닌가. 얘들아? 몰랐지? 엄마도 흥부자야. 엄마도 소싯적에 한 춤 했어. 남편도 애들도 엄마 왜 이러냐며 웃었다. 그러다가 파티 청년들이 나를 쳐다보자 괜히 걱정이 됐는지 엄마 그만하라고 한다. 창피한가? 무서운가? 음, 음악 좀 빌렸을 뿐인데 왜 우리 음악에 니가 춤을 추냐고 험상궂게 굴진 않을 거 같은데. 나는 더 짓궂게 더 과감하게 춤을 췄다. 푸하하. 

석양은 엄마도 춤추게 한다.

저녁이 돼서 온몸이 바르르 떨릴 때까지 파도 타고 사진 찍고 춤을 췄다. 샤워장까지 걸어오는데 하와이 해변에서의 마지막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만 그리 느끼는 게 아니었나 보다. 석양이 너무 이뻐 발걸음을 못 떼고 하늘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점점이 보였다. 사람을 빼고 하늘과 바다 사진만 찍으려다가 더 뒤로 가서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자 하와이의 아름다운 마지막 석양이 완성되었다. 


계속 뒤돌아보게 만드는 석양과, 

그 석양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작품이 되었다.

와이메아 석양: 해 질 녘부터 달이 뜰 때까지, 발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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