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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Feb 22. 2022

Suits

Netflix

<Opening of Suits> 

Harvey Specter/ 뉴욕을 대표하며 무패의 기록을 보유하는 변호사 Harvey Specter. 그의 인생에 한계란 없었고,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다소 이기적이라 할 수 있지만 거침없는 그의 성격은, 성공한 변호사의 정의가 된 모습으로 많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Mike Ross/ 친구를 잘못 사귀고 여러 위기를 넘기며 법률 대리시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천재 Mike Ross. 자신이 한번 보고 습득을 한 내용은 절대 까먹지 않는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며 불의한 상황을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을 소유한 사람이다.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출중한 실력과, 자신의 실력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지닌 하비는 마이크와 팀을 이룬 이후로 여느 때와 같이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사건들을 승소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간다. 그리고 그 옆에서 마이크는 하비를 이을 뛰어난 신인 변호사로서의 자리매김을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고, 그 약점은 하비와 마이크의 실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개인적인 치부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그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때로는 긴박하게 풀어가며 엔딩을 맞는다.  

의사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면, 변호사는 사람의 삶을 대신하여 소중한 것을 잃지 않게 해주는 직업이다. 각자 다른 사정으로 하비에게 변호를 맡기지만 하비가 속한 대형 로펌에서는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기업의 변호를 선호한다. 그리고 어려서 부모님의 잃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는 이런 하비와 로펌의 모습에 대해 반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하는 변호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내게 인생 드라마가 되어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If life is like this, I want this” 


“I don’t trust words, I trust actions”


당신은 당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부정당할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 
이 질문 하나로 Suits라는 나의 인생 드라마를 정리해볼 수 있다. 뉴욕을 대표하는 거침없는 성격의 변호사 하비와, 친구를 잘못 만나 온갖 위기를 겪으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던 천재 마이크가 함께 보낸 시간들을 담은 이 드라마는 내 삶의 큰 이점을 남겼다. 

변호사로서 하비는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실력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두 문장을 앞서 기록했듯이 그는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멋진 양복(Suits)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사람’ 하비는 연약했고, 대부분의 허점들은 하비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아픔과 상처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픔들을 메꿔가는 과정의 시작을 마이크와의 만남이 열어주었고, 그 끝에도 마이크는 함께한다.  

자신의 아픔과 연약함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마음이 쓰라릴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계면쩍은 자신의 모습들이 남들에 의해 들춰지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까지 의심받는다면, 심적인 고통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자신이 믿던 사람들을 통해 겪게 된다면, 그때 느껴지는 상실감과 외로움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마이크를 포함해 자신이 가족이라 부르던 로펌 사람들과 대립하고 갈등하기를 반복하는 상황 속에서 하비는 점차 변호사가 아닌 사람으로서 성숙해진다. 한 사람의 삶을 대신하는 변호사가 자신의 사람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사실은 쓸쓸하지만 어쩌면 당연하고 끝에서 보니 하비에게 분명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하비라는 이 주인공은 내게 너무나 많은 영감을 주었다. 변호사 하비는 많은 사람들을 돕고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라면 숭고한 지식인으로서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되었다. 변호사가 빈틈이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실력과 경험이 뒷받침한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공부를 하고 있는 내게 크나큰 귀감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사람으로서 하비의 모습이 사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모습이다. 자신의 최측근들을 통해 자신의 연약함과 부끄러운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것이 없지만, 하비는 그 순간들을 천천히 두 팔 벌려 감내한다. 자신만이 알고 있던 모습, 남들에게만 보이던 모습,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 모두가 결국 자신에서 비롯되고 자신에게 돌아옴을 알게 되며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내게 던졌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관계 속에서 자신이 빛을 발하기보다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더 비춰주는 것이 그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비춰준다는 것은 때로는 자신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비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부정당하더라도 그 사실을 점차 인정하고 뼈를 깎는 고통이지만 점차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은 더욱 하비를 따르게 된다. 어쩌면 변호사 하비의 모습이 하비의 의지와 다짐을 나타낸다면, 사람 하비의 모습은 그런 굳건함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게 바탕이 되어준 못자리판과 같은 것 아닌가 싶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에서 관계를 무시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누군가와의 관계가 특별하게 느껴진다면 자신에게는 어느 정도 책임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선 하나를 그어 놓고 상대방이 넘어오는 순간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 선을 지우고 멀리 그리기를 반복하는 것.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면 사랑받기 원하기보다 사랑해야 함을 하비의 삶을 통해 나는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아마 무의식 중에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선을 그어가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반성을 하게 된다. 무의식의 나와 마주하며 다시금 태도를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하비가 내게 말해준 것처럼, 멋쟁이들은 변명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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