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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 Mar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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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물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본 드라마다. 

드라마 속 연기자들은 정말 인간의 본성을, 머릿속을 스쳐가던 그 본성을 행동으로 옮겨 놓는다. 정욕, 탐욕 이 두 가지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연기해 나가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빠진 여자에게 계획적이면서도 능청스럽게 점차 소유 범위 안에 그녀를 포함시킨다. 

시즌 1 때는 결국 그 탐욕이 여자와의 관계 속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서 스스로 합리화시키다 결국 여자 주인공마저 살해하게 된다. 시즌 2 때는 자신과 같은 심리를 가진 여자 주인공과 결국 사랑을 하게 되어 결혼을 하는데 마지막에 이웃집 여자를 탐하는 그 눈빛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드라마에서 계속 남자 주인공은 만약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그런 어두운 모습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드라마의 마지막은 그렇지 못함을 확실시한다. 그게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희망적이지도, 인간의 악함의 기준은 상대적이기에 결국 환경에 의해 그 악함은 사라진다는 그런 보기 좋은 해피엔딩도 아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며 남편에게 괴롭힘 당하는 옆집 이웃을 구해주며 주인공이 하는 말은 결국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인간은 변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는 것도 한순간이고,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돌아서는 것도 한순간이다. 단지 그런 순간들은 자주 오는 순간도 아니고, 인간의 그 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거의 없기에 사람들의 삶 속에 본성이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그 본성을 지각하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나 상대방의 모습 속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끝없는 실망과 좌절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너무나도 불행한 생명체가 아닌가. 친구는 무엇이며 가족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나 자신은 나 스스로에게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가. 

본성은 다행히도 쉽게 드러나지만 쉽게 사그라든다. 사그라드는 경우는 한 가지다. 사랑을 만났을 때. 드라마 속에서도 주인공은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때 일시적으로 사랑에 휩싸여 자신의 본성을 덮는다. 끝에는 결국 무너지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의 태도가 결코 거짓이 아닌 사랑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던 것은 순수한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다 인정하고, 두 번째로 좋아했던 그 여자에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자신의 본성이 이러함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오래전부터 자신이 숨겨왔던 본성의 결과물들을 숨김없이 고백한다. 마음의 짐을 덜고, 고백을 통해 얻은 그 순수한 사랑이 자신을 완전히 덮을 찰나에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이 자신과 똑같음을 알게 되고 실망을 한다. 그렇게 결국 다시 자신의 본성대로 행할 여지가 생기고, 그런 결말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순수한 사랑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나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있다. 은혜라는 것은 권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것이고, 받을 자격이 있어서 받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사랑에 기초하기에 사랑이 모든 인간들 안에 잠재되어있다. 철학자들은 그것을 자연적 도덕성이라 부른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본성 속에서 죽이지 않는 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닌 사람을 사랑해서 그것이 도덕성으로 자리 잡아 그런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하고 나도 동의한다. 주인공이 본성대로 행하고 항상 하던 말이 있다.’ 나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가 않아.’ 결국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그런 행동을 하지만 그 대사를 칠 때는 사이코가 아닌 정말 언뜻 보면 선량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드라마 중 딱 한 번은 본성을 이겨 오히려 그 대상과 진실된 친구가 된다. 

자신이 믿고 자신과 가장 친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당연히 정말 실망스러운 순간이 온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없으면 사랑이 아닌 관계 속에서 만족일 뿐이고, 그 실망감은 언제 가는 올 것이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영원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은연중에 있는 그 순수하고 영원한 사랑을 사모해야 한다. 주인공이 스스로 끊임없이 갈등했던 순수한 사랑과 본성 그 사이의 씨름은 지금 사회에 너무나도 적합한 내용이었다. <Permanent love is n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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