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정하는 시 20> 출판 스토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궁극에는 자신만의 책을 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평생 꿈만 꾸다가는 후회할 것 같아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때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참이던 2021년 5월. 벌써 4년 전 일이다. <내가 애정하는 시 20>이라는 시 에세이집이었는데, 브런치에 꾸준히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서 먼저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그 브런치북의 원고들을 나름의 순서로 배열한 뒤에 목차와 여는 말, 닫는 말을 만들어 교보문고의 POD(Publish on Demand) 주문형 출판 서비스를 활용, 독립출판 형태로 제작했다.
책 내용은 이렇다. 제목 그대로 내가 '애정'하는 시 20편을 골라, 그 시에 대한 배경과 시인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넣은 후 나의 감상들을 적었다. 대학 때 국문학을 전공했고, 현대시 수업을 사랑했기에(비록 학점은 좋게 나오지 않았지만) 나름 수월하고 재밌게 썼던 글들이었다. 무엇보다 그 책 작업을 하면서 작가인 내가 가장 재밌고 행복했다.
코로나 시기에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가까운 지인들과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이 책을 끈기 있게 작업할 수 있던 좋은 조건이었다. 혹시라도 자신만의 책을 독립출판 형태로 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교보문고 POD서비스 활용을 적극 추천한다. 일반인도 자신의 원고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제작할 수 있다. 단, 본문 편집이나 폰트나 표지 디자인 등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작가 혼자 편집자도 되고, 디자이너도 되어야 하니 끈기와 인내심은 필수라는 것만 잊지 마시길!
지금 생각해 봐도 내 이름으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후 두 번째로 잘한 일 같다. 또, 책을 내고 나서 제일 뿌듯했던 것은 가족과 친구, 가까운 지인, 주변 사람들에게 내 책을 선물하며 특별한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던 일이었다. 시에는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고, 다시 살아갈 소망과 용기를 주는 큰 힘이 있음을 나는 믿었다. 그래서 중간에 책 발간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끝내는 성취 했다.
책을 발간하며 가장 어려웠던 일은, 저작권 허락을 받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원고는 어느 정도 써둔 상태였고, 추가로 더 쓰면 되는 거라 그리 어렵진 않았는데, 문제는 내가 쓴 시 에세이만 책에 싣는 것이 아니라, 원문 시들을 함께 수록했어야 했기에 출판사 컨택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그 정도 각오는 이미 되어있었고, 나는 시 20편이 각각 실린 시집을 모두 찾았다. 그리고 시집을 발간한 출판사의 연락처를 리스트화했다. 당시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작업을 했는데, 출판사에 연락을 하려면 평일 9시-6시 사이를 활용해야 했기에 코로나 찬스로 얻은 재택근무와 휴가를 적절히 이용했다. 지금 생각해도 작업하기에 최적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3월부터 출판사에 연락을 돌리기 시작해 4월 중순쯤 되어서야, 시 20편에 대한 모든 저작물 이용 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이메일과 등기우편을 통해 서류 계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보통 시 한 편당 적으면 7~10만 원, 많게는 15만 원까지 저작권료를 내게 되어있었는데 총 150만 원 정도를 지불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 내가 그 20편의 시들을 읽으며 버틸 수 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아깝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저작권 사용이 자유로운 무료 폰트를 찾고, 표지에 활용할 사진의 원작자에게 연락해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혼자 틈틈이 작업하느라 약 3개월의 시간이 후다닥 흘러갔다. 2021년 5월 말, 드디어 교보문고 측에서 출판 허가가 났고 그렇게 나의 첫 시 에세이집 <내가 애정하는 시 20>은 교보문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책의 말미에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각 시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마다 책 한 권씩을 보내는 것으로 출간과정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이 자리를 빌려 시 사용을 허가해 준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 지성사/ 문예출판사/ 윤동주기념사업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느린 걸음/ 시인생각/ 북오션/ 사이저작권에이전시/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등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저작권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수시로 문의하며 배워나간 것도 책 출판에 큰 도움이 되었다. 좋은 창작물은 저작료를 통해 그 가치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AI 창작물이 범람하는 2025년의 홍수 속에서, 기존의 훌륭한 창작물들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문화가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