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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출산율 꼴찌인 이유

by 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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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브레이크 없이 추락한 한국 출산율. 참 아찔한 기사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위에 쓰인 통계청 그래프는 아래 기사를 참고했다.


2024년 7월 13일 김민중 기자 / 중앙일보 기사 참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3218


우리나라가 OECD 38개 국가 중 출산율 꼴찌라는데? 회원국 평균 1.58명인데 비해 대한민국은 0.73이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명대는 전 세계 한국뿐이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왜 이 지경이 되었나?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38세 기혼 여성이자, 임신 중인 한 사람의 '임신부'로서 이 글을 적어본다.


2024년 2월 28일 / 뉴스 1 기사 참고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228/123739003/1


우선 내가 살아온 세월을 간략히 이야기하면 이해가 좀 되려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므로 독자님들께서 잘 분별하여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나는 1986년도에 태어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두 살의 나이에 겪었고, 이후 1997년 IMF 금융위기를 맞아 온 가족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으며, 이후 일산에서 단과학원을 전전하며 중고등학고 시절을 보내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겨우 인서울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인생에 호황기는 없었던 듯하다. 어릴 때의 가난을 극복하고자 서울에 올라와 피땀 흘려 고생한 우리 아버지. 부지런하고 성실하신 아버지 덕에 그럭저럭 중산층에 속해 살았지만, 그 중산층이라는 계층을 유지하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해도 늘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은 수두룩 빽빽이었고, 대학도 경쟁, 취업도 경쟁, 집 구하기도 경쟁, 연애도 경쟁... 수도 없는 경쟁 속에서 나도 이 사회에서 1인분은 해내려고 무진장 애를 썼던 것 같다. 처음 취업한 작은 프로덕션에서 88만 원으로 첫 월급을 받았다. 이후 90만 원, 100만 원씩 1년에 10만 원 오르더라. 그래도 어찌어찌 밤샘과 야근, 주말출근을 밥 먹듯 해온 결과... 실력을 쌓게 되었고 나름 작가님 소리 들어가며 밥 안 굶고, 월세 내고, 품위유지하고, 가끔 영화 보고 비싼 밥 먹고 할 정도의 월급을 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해, 또 나의 커리어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남자에게 기대어 사는 수동적인 인생은 싫었고, 그러기엔 내가 이미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여자도 능력이 있어야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결혼 상대로 직업이 있는 여성을 원한다. 거기에 능력과 외모도 갖춰주면 더 땡큐고. 그런 순서대로 결혼을 한다.


자연히 30대 초반에도 나는 월 250만 원 벌어보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었고, 중반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하며 결혼은 차일피일 미뤘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생각한 나의 커리어와 연봉을 어느 정도 쌓았을 땐... 나는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이 되어있었다. 여러 가지 계산을 하고, 머리를 굴리고, 결혼 이후에 임신을 하고, 경력단절여성이 될 것을 각오하며...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고 남은 인생의 전부를 함께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일은, 내 커리어를 쌓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한 생명을 낳는 일임을 우연한 계기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혼 후 4개월 만에 임신을 했지만 유산을 했다. 그동안 몸관리를 하지 않아서였는지, 고위험군 산모가 되어버린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아픈 경험이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어느 정도 회복한 뒤, 이번에도 4개월 후에 다시 임신이 되었다. 우리 부부가 밤마다 기도했던 것이 2024년이 끝나기 전에 아이를 갖는 것이었는데 정말로 12월 31일에 병원에서 임신 확인을 받았다. 너무나 기뻤다. 지난 유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회사에 가장 먼저 알렸다. 출산 직전뿐 아니라, 임신 초기인 12주까지도 단축근무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조심할 줄도 몰라서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한 지 이틀이 지난 후, 갑자기 나는 사직을 권유받았다. 이건 불법이다. 임신한 여성에게 업무 상 불이익을 주는 건 사업주가 과태료 500만 원을 물 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남편과 상의 후, 이대로 물러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다음 날 상사와 면담신청을 했다. 불법이라는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고 최대한 공손하고 불쌍한 태도로 나의 사정(얼마 전 위암에 걸리신 엄마,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을 이야기하며 권고사직이 아니라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했다. 임신 중에도 휴직이 가능하냐며, 사측에서는 의심스러운 말들을 계속했지만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임신 중 육아휴직'도 엄연히 가능했다. 유산의 위험이 있다면 더더욱. 나는 약자 중에도 최약자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사회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임신을 하게 되면 몸이 굉장히 약해진다. 면역력도 떨어지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금세 피로하게 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나 같은 경우는 1시간만 서서 요리해도 출혈이 생겼다. 입덧 때문에 먹는 양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시도 때도 없이 구토가 나온다. 물론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이런 증상들을 모든 임신부들이 겪는다.


출산율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임신과 출산을 위한 각종 제도와 혜택이 많이 생겨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백번 천 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당장 내가 다니는 사원 20명 이내의 중소기업 내부만 들여다봐도, 이런 제도들 중에는 여전히 임신부가 마땅히 주장해야 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회사에서 잘릴까 눈치 보며 겨우 쓰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한 생명,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한 시국인데 축하받고 보호해주기는 커녕, 이제 몸 약해져서 맘대로 못 부리니까 회사를 나가라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할 때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내 경험상 임신부 배려석을 찾아갔을 때, 비어있는 경우는 확률로 따져봤을 때 열에 다섯 정도. 눈 감고 자는 할아버지, 휴대폰 보고 앉아 있는 20대 남녀, 당당히 앉아있는 할머니 등... 배려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중년의 아주머니들은 육신이 지쳐서 잠깐 앉아 계시다가도 임신부 배지를 단 나를 보면, 후다닥 일어나셔서 여기 앉으라고 양보해 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귀한 아기네~' 하며 마치 친정 엄마처럼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분들께는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하다. 최근엔 그래도 개념 있는 20대들을 많이 만나서, 내가 이야기하기도 전에 센스 있게 비켜주기도 했다. 심지어 오늘은 열차가 만원이라 임신부 석을 미처 찾지 못하고 일반석 앞에 서있었는데 어떤 학생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주기도 했다. 복 받을 거야 학생~ 분명히. 내가 장담해!!! 반면에 임신부 배려석에서 일어나지 않는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는 나를,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으로 대놓고 '이건 뭐야' 하며 야려보는 남성도 있었다. 내가 아기 때문에 참았지, 눈 깔아 새끼야. 너 결혼하면 니 부인이 당할 일이야. 아, 비혼주의거나 딩크족일 수도 있겠구나. 그래, 인정할게. 니 인생이니까.


무튼, 글을 쓰다 보니 삭혔던 분노가 다시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모두 내가 최근에 실제 경험한 일들이다. 대한민국 여자들이 왜 결혼을 늦게 하고, 아기를 안 낳으려고 하는지 이유야 무수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래서 낳지 말자가 아니라, 여성들이 맘 편하게 아기를 가지고 낳아서 키우고 싶은 사회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는 거다. 전 국민에게 강제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되면 국가의 미래에 어떤 비참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 또 은근히 매스컴에서 조장하는 결혼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들,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그대로 전파를 타게 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만나서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서 기르는 것은 지극히 창조적이고 자연적인 행위이며 거룩한 과업이다. 수천, 수만 년 동안 인류가 해온 일이고 우리의 부모가 그 일을 감당했기 때문에 나와 당신, 우리가 있는 거다. 돈보다, 회사의 성과보다, 내 편의보다 더 중요하고 숭고한 헌신이다. 헌신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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