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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작가 Apr 26. 2019

영화 <동주> 소개하기

동짓달 꽃과 같은 얼음 아래 잉어 같은 조선 청년, 윤동주

영화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개요: 드라마/ 2016.02.17. 개봉

110분/ 한국/ 12세 관람가
 감독: 이준익
 출연: 강하늘(윤동주), 박정민(송몽규),

김인우(고등 형사) 등

1943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내의 밀실.

조사를 받고 있는 시인 윤동주.

송몽규의 독립운동에 개입했냐고 묻는 조사관의

심문에 그는 침묵합니다.

윤동주와 송몽규...

어둠의 시대에 밝은 빛과 같이 살다 간

두 청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35년 북간도 용정.

김약연 목사의 조카로 자란 윤동주와 송몽규는
 삶과 죽음을 함께한 가족이자

평생의 벗이었는데요,
동주가 살던 명동촌은

명동학교와 명동교회를 중심으로

기독교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독립 운동가들의 밀거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신앙은 변하지 않아.


명동촌에서 민족의식과 신앙을 함께 키우며 자란 동주와 몽규.
둘 다 문학에 재능이 있어서

<신 명동>이라는 문예지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점점 공산주의와 혁명주의에 물들어 계급투쟁적인 글을 싣기 시작하는 몽규와
 순수시를 추구하는 동주.

이때부터 둘은 조금씩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주권 찾는 길을 알려줄까?
그 길을 가려는 의지가 있냐 말이다.


결국 신민회(1907년에 국내에서 결성된 항일 비밀결사) 출신인 명의조 선생의 권유에 따라

몽규는 중국에 가서 본격적인 독립운동을 하다가 위험에 빠져 고향에 돌아오고,
동주와 몽규는 함께 경성(서울)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전신)로 진학합니다.


연희전문에서 만난 강처중과 문예지를 만들며

문학에 대한 갈망을 채우고,

이화 여전(이화여자대학교 전신) 문과 재학생

여진도 그들과 함께 합니다.

영화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았고

허구의 설정이지만,

동주는 예배당에서 찬양하는 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 같은(?)

멍~한 눈빛을 짓기도 합니다^^

(윤동주 시인에게도 첫사랑은 있었겠지요? ㅎㅎ)

동주와 몽규는 이때 서로의 이념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인민을 나약한 감성주의자로 만든다며

시는 가급적 빼라는 몽규와,

시에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주장하는 동주.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던 일제의 간섭 속에서

시만큼은 지키고 싶은,

시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던

동주의 기개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여진의 소개로 만난 시인 정지용 선생의 영향으로,
창씨개명과 조선어 교육 금지가 현실화되었을 때

일본 유학을 권유받는 동주.

어두운 시대 속,

일본 유학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고민하던 동주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본 것처럼

정지용 선생이 말합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운 걸 모르는 놈들이
더 부끄러운 거지.


반면, 만주에 있는 임시정부로 떠나는 몽규.
광복군 창설지역인 중경으로 가,

군사 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데요.
국토와 국민, 주권

모든 것을 빼앗긴 당시 조선 청년들은
 일본 유학과 임시정부로의 편입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찾습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각각 의식적으로

혹은 투쟁적으로
 나라의 독립을 바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또다시 일본 경찰에게 붙잡힌 몽규를 면회하러 고향에 온 동주.

풀려난 몽규는 이제 어딜 가든 함께 하자며

동주에게 일본 유학을 권하고,

둘은 교토로 향합니다.

교토 제대에 합격한 몽규와

도쿄 릿교대(기독교계 미션스쿨)에 합격한 동주.

몽규는 <조선인 유학생 모임>을 만들어,

제대 출신 학생들이 일본 군부에 깊이 들어가

힘을 키워 싸울 것을 가르칩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위해

도쿄에 조선인 징집령을 내리고,

더 이상 도망갈 데가 없음을 깨달은 동주는

교토 도시샤 대학에 편입,

몽규와 함께 조선인 유학생들의 규합을 도모합니다.


결국, 이 일이 발각되어

조선인 유학생들과 몽규가 붙잡히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암울한 시대를 견뎌내던 동주는
 도망가기 전, 영문으로 된 자신의 시집을

출간하기 위해 일본 여성 쿠미를 만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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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포인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주 3회,

알 수 없는 독극물 주사를 투여받으며
 외롭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견디던 시인 윤동주.
결국 29세의 짧은 나이로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감옥에서 숨을 거둡니다.

캄캄한 감옥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창문 밖 밤하늘의 별뿐이었을 텐데..
그 별들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지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
< 별 헤는 밤>, <서시>, <자화상> 등의 명시가

나온 것이 아닐는지요.


학생이지만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고,
우리말로 된 시도 제대로 쓸 수 없던 시대.
민족사상을 가졌단 이유로 끌려가

온갖 시련을 겪다 죽었지만
 고난 앞에 좌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남긴 시들은 영원히 빛나게 되었습니다.


시대에 굴하지 않는 동주의

올곧은 성품과 신념, 순수함은
 굳은 기개를 보여줍니다.
신사 참배에 항의하고

교련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등
 동주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무장투쟁 대신 민족의식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식민지 시대에 시를 쓰기 바랐던 자신을

부끄럽다 여기던 윤동주.

늘 자신을 돌아보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던                       

그의 맑은 영혼을 닮고 싶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의 미래를 더 사랑한

순국선열들을 기억하며...

지금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과거를 성찰하게 하는

의미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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