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River

Carla Bruni / 임형주, <Moon-River>

by 유작가


<Moon-river> -Carla Bruni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g

I'm going your way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g round the bend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지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 ‘할리’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이 창문에 앉아 기타를 치면서

<Moon River>를 부르는 장면일 거다.


이 로맨틱한 장면과 아름다운 노래 때문에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잊혀지지 않는 20세기의 명화로 남아있다.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보물을 알아보는 법. 예술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는 리메이크 버전도 많다. 햅번의 원곡도 물론 좋지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버전의 <Moon River> 두 곡을 소개하겠다.

먼저, 아는 사람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는 세기의 여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부인이자 세계적인 모델 겸 가수인 카를라 부르니가 부른 <Moon River>다. 이 곡은 2017년에 발매한 그녀의 5집 <<French Touch>>에 수록되어 있다.


이탈리아계 브라질인 기타리스트 아버지와 이탈리아-프랑스 혼혈 피아니스트 어머니를 둔 덕에, 이미 예술적 감수성을 충만히 받고 태어난 그녀에겐 싱어송라이터의 삶이 처음부터 예견된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노래를 시작한 건 1997년 모델계를 은퇴한 이후였고, 그전까지는 나오미 캠벨, 클라우디아 쉬퍼, 신디 크로포드와 함께 1980년대와 90년대 모델계를 주름잡았다고 한다. 후덜덜한 이력이다. (86년에 19살의 나이로 패션모델 데뷔를 했다고. 내가 태어난 해에 이미 모델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은 애가 둘인데 아직도 미모가 빛나다니... 세상은 정말 공평한 건가 싶다)


2002년 발매한 1집 <<Quelqu'un M'a Dit>>는 전 세계적으로 200만 장이 팔리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지금까지도 싱어송라이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에는 2018년 11월 내한한 바 있다.


그러다가 2007년 엘리제궁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사르코지와 사랑에 빠져 영부인의 자리에 오른다. 인생은 정말 한 편의 영화 같지 않은가? 하긴 이런 수준급 미모에, 달달한 노래 실력까지 겸비하고 모국어인 이탈리아어에 영어, 프랑스어까지 3개 국어에 능통한 여자랑 사랑에 빠지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안 좋아할 수도 있지만 좋아한다고 하면 마다하진 않을 터. 솔직히 땡큐지. (그래서인지 브루니는 수많은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내가 처음 들은 브루니의 노래는 2008년 3집

<<Comme Si De Rien N'etait>> 앨범의 수록곡

<You belong to me>였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맨 처음 뚱땅거리는 기타 소리로 마음을 열더니, 노래는 영어로 불렀지만 발음상 프랑스 여자 같은데

(앨범 제목으로도 유추) 허스키하면서도 달달하고 적당히 끈적진 보이스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한 번 들으면 빠져드는 음색과 마치 기타 줄 위에서 노는 것 같은 바이브레이션... 다음날이 촬영이어서 카페에서 밤새 원고를 써야 했는데, 그 긴 밤 동안 내내 이 노래를 들으면서 글을 썼다. 새벽이 환하게 밝아올 때의 그 묘한 느낌이란. 싱어송라이터 브루니는 새벽을 닮은 듯했다.


이제 가수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런 브루니가 부른 <Moon River>. 듣기 전부터 이미 믿었다. 여기 브루니 표 간드러진 명곡 추가요. 기대한 대로 대만족. 당분간 이 노래 리메이크할 여자 가수들은 없지 않을까.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배경은 뉴욕 맨해튼인데, 브루니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영화의 배경이 파리였나, 하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그 정도로 분위기 있게 잘 살려서 불렀다는 이야기. 너무 칭찬일색인가. 흠.


<Moon River>의 내용을 소개하는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잠깐 설명하자면, 줄거리는 이렇다. 상류사회를 꿈꾸지만 허황된 노력만 하다가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아름답지만 가련한 여인 ‘할리’. 그의 위층에 살고, 잘 나가는 유부녀의 돈을 받으며 글쓰기를 이어가는 가난한 작가 ‘폴’.


신사답고 예의 있으며 감상적인 폴이 좌충우돌 천방지축의 할리를 만나면서 그녀를 점점 알아간다. 할리는 결국 사랑하는 폴보다 눈앞에 보이는 돈과 명성, 성공에 대한 욕망을 선택하지만, 폴은 그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그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서 사랑을 이룬다. 이렇다 보니 꿈과 이상을 좇는 두 사람의 모습과 <Moon River>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최고의 영화음악을 탄생시켰다.


문 리버,

몇 마일이나 되는 넓은 강이여.

어느 날엔가 나는 아름다운 그대를 건너가리.

그리운 꿈을 낳고,

또 그대는 마음을 깨기도 하네.

그대가 어디로 가건 나는 따라가리.

세계를 바라보려고 방황하는 두 사람.

아직 보지 못한 세계가 많이 있네.

같은 무지개의 끝을 추구하면서,

무지개다리의 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네.

그리운 어린 시절의 친구들인 문 리버와 나.



+ 카를라 브루니의 <Moon River>와 엮고 싶은 곡은 임형주의 <Moon River>.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달빛이 비치는 아주 넓은 강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언젠가 나는 그곳을 멋지게 건널 거예요

Oh dream maker

꿈을 꾸게 하기도 하고

You heart breaker

마음을 아프게도 하네요

Wherever you're going

당신이 어디로 흐르건

I'm going your way

나는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세상을 보려고 떠도는 우리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세상에는 볼 것이 참 많아요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우린 같은 무지개의 끝을 향해 갈 거예요

Waiting 'round the bend

강굽이를 돌아가길 기다리면서

My huckleberry friend

내 오랜 친구

Moon river and me

달빛이 비치는 강과 나


(가사는 어차피 같기 때문에, 해석을 달아보았다.)


임형주는 성악가이자 한국의 몇 안 되는 팝페라 테너 중 하나로, 팝페라를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헌정 사상 역대 최연소 나이로,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독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음악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카네기 홀의 3개 홀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신기록도 세움)


오래전에 인터뷰 차로, 그의 회사로 찾아가 직접 만나고 CD에 사인도 받은 적이 있는데 나랑 동갑인 게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연륜(?)이 느껴지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클래식을 전공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게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됐다.


나는 그를 만나기 전부터, 그가 부른 팝페라를 즐겨 듣긴 했다. 남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고음처리. 클래식부터 팝송, 가요까지 그가 부르는 노래의 영역은 넓었다.


한 분야를 전공하고 통달하면, 거기 머무르는 게 아니라 경계를 허물고 다른 범주까지 도전해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이루는 아티스트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알게 모를 경외감과 희열을 느끼곤 한다. 나에게 임형주도 그랬다. (그가 부른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1994년 어느 늦은 밤>도 기회가 되면 들어보시라!)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앨범 사진이므로, 이제는 어느덧 중년.


그의 2004년 3집 앨범 <<Misty moon>>의 수록곡인 <Moon River>를 듣고 있으면 참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위장이 약해서 자주 체하고, 조금만 과식을 하거나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아서 밤새 끙끙 앓는 일이 많다. 그럴 땐 까스 활명수로도 안되고 무조건 손을 딴 다음(혼자서도 능숙하다) 뜨거운 물을 고무 팩 안에 채워서 배에 대고 누워서 1시간 이상 자고 일어나면 금방 괜찮아진다. 오랜 세월 배앓이를 하며 터득한 나만의 방법. 뭐, 별다를 것도 없지만.


그때 누워서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듣는 곡이 임형주의 <Moon River>다. 나에게는 이 노래가 아주 강력한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할머니가 내 배를 사~알살 문질러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할비, 할미가 일찍 돌아가셔서 조부모의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란 나는, 늘 할머니의 사랑이 뭘까 궁금했는데 이 노래가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억울하지는 않은 셈이다.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는 게, 어찌 보면 특이하지만 나에게는 이만큼 든든한 게 없다. 노래처럼, 24시간 내 곁에 함께할 수 있는 게 이 세상에 많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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