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쿨(COOL)

쿨, <송인(送人)> / <한 장의 추억>

by 유작가
<송인(送人)> -쿨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는 걸 알아

하지만 너를 대신해줄 수 없는 걸 알아

이 세상에서 한 사람만 사랑하길

그 역시 나 이기를 원했던 니 맘 다 알아


널 알고 있어 아무 말하지 마

야위어가는 너의 얼굴을 보면서

눈물만 흘리는 나를 이해해줘


*얼마 후에 너를 먼저 보낼

마지막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니

그곳엔 너와 함께할 내가 없을 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길 바래*


오늘까지만 행복한 것을 난 알아

내일은 니가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함을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널 따라 내가 갈 거란 사실을 알면서

화만 내려는 너의 맘을 알아

**


자신 없어 너 대신 사랑할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난 두려워

내 곁에 있는 그날까지 맘에 없는 말

제발 하지 마 나의 뜻대로 할게



1994년에 데뷔한 혼성그룹 쿨(COOL). 90년대에 참 많은 남녀 듀엣과 혼성그룹이 가요계에 등장하고 별처럼 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중에서도 ‘쿨’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단연 최고의 혼성그룹이 아닐까. (<너이길 원했던 이유>로 데뷔한 쿨은, 이때만 해도 유리가 아닌 유채영이 여성 멤버였고 3인조가 아닌 4인조였다)


이름처럼 정말 시원~~~ 한 느낌을 가진 이 매력적인 그룹은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지친 더위를 한방에 날려 줄 히트곡을 들고 대중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에 보란 듯이, 쿨의 노래는 매년 뜨거운 태양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은 기다림>, <슬퍼지려 하기 전에>, <운명>, <해변의 여인>, <아로하> 등 제목만 들어도 아~ 그 노래! 하는 탄성이 나오지 않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댄스곡이 가장 흥하는 여름휴가철 특수를 노린 게 아닐까. 그래도 실력과 무대매너와 외모? 가 됐으니 대성했겠지만)


1997년에 발매된 쿨의 3.5집 <<Summer story>> (쿨 앨범 중에서도 명반으로 꼽힌다) 2번째 트랙 <송인>은 홍일점 유리의 보컬로만 이루어진 원조 곡으로, 대부분 <송인>을 떠올리면 이 노래를 기억한다. 쿨은 댄스곡만 잘 부르는 줄 알았는데 가슴 시린 발라드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 대표적인 노래가 <송인>이었고, ‘유리 감성’에 빙의되어 노래방에서 수도 없이 불리며 사랑받은 이 곡을 1999년 4.5집 앨범에서는 세 명의 멤버 모두가 부른다.


3.5집에서는 유리 위주의 <송인>이었다면 4.5집의 <송인>은 노래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떠나는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재훈 위주로 풀어나간다. 이재훈과 유리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잘 어울린다. 중간에 브릿지로 들어가는 김성수의 내레이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나름 명연기를 펼치는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는 걸 알아

하지만 너를 대신해줄 수 없는 걸 알아


이 세상에서 한 사람만 사랑하길

그 역시 나 이기를 원했던 니 맘 다 알아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꼭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가족, 친구, 선생님, 동료 등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무수한 인연들 중에, 예고 없이 죽음을 맞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준비를 하고 맞이해도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게 죽음인데, 아무런 채비 없이 함께 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기분은 겪어본 사람들만이 안다. 잘 붙어있던 살점 하나가 그냥 뚝, 떨어져 나간 느낌. 잘 가라는 인사도 못했는데 다시는 볼 수도 없고 이야기도 나눌 수 없는 현실에 잠시 동안 멍했던 것 같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지만, 서로 이름을 알고, 사는 곳을 알고, 하는 일을 알고,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건 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살아온 인생의 공유, 소소한 습관까지... 한 사람을 안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우주를 알게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우주를 다른 우주로 대체할 수는 없는 일. 고작 몇 해를 알고 지낸 사람도 이런데,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을 하루아침에 잃는다는 건...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상실과 절망과 비극이 아닐까?



+ 쿨, <송인>과 함께 소개할 또 다른 쿨의 띵곡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노래. <한 장의 추억>.



<한 장의 추억> -쿨


내 맘은 아팠어

전화기로 너를 만나면서

다시는 볼 수도 없단

그 말에 난 힘이 빠졌어


오랜만이었어

너와 마지막으로 통화한지도

내 꿈을 위한 내 모든 것들

너를 잠시 잊게 했었지


너는 아름다웠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몰랐어 내게 숨겨진 너의 마음을


니가 행복하길 빌겠어

우리 지난날의 기억들을

너의 미래의 삶 그곳에 남겨지는 한 장의 추억


니가 행복하길 빌겠어

우리 지난날의 기억들을

너의 미래의 삶 그곳에 남겨지는 한 장의 추억



1998년, 쿨의 4집 앨범 13번째 트랙 <한 장의 추억>. 나는 이 노래를 2004년에 발매된 그야말로 쿨의 베스트 곡들만 총망라해서 모아놓은 앨범 <<Very Best Album Of Cool (1994~2003)>>을 통해 알게 됐다. 음원 사이트에서 앨범 리스트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맨 마지막 트랙의 제목에 꽂혀서! 들어보게 됐는데 이게 웬걸? 또 하나의 인생 노래를 찾은 환희와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 나는 고3이었지만, 한 손에 꼭 움켜쥘 수 있는 사이즈의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면서 듣고 싶은 음악을 실컷 듣는 것으로 수능 스트레스를 나름의 방식대로 풀면서 버텼다. 10대의 마지막 감성. 열아홉 소녀의 마음을 훔친 이 노래. 거의 한 달은 <한 장의 추억>만 듣고 다녔던 것 같다.


<한 장의 추억>은 피아노 하나만으로 충분히 곡 전체를 채우는데 부족함이 없을뿐더러, 이재훈의 명품 보이스가 꿀 성대를 타고 흘러나옴을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지난날의 기억을 뒤로한 채, 이제는 한 장의 추억으로 남겨야만 하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잔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재훈은 어떤 가사라도 그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게, 전혀 거칠 것 없이 매끄럽게 진행시킬 수 있는 진짜 노래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에서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부분은 ‘너의 마음을~~~~ 후~~~~’ 하는 부분. 멤버들이 녹음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말하는 소리도 들어가 있는데, 유리 말대로 너무 오버하는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뭐, 이재훈이니까 오버 좀 할 수도 있지!


유리에게 재훈이 ‘한 장이 좋아? 두 장이 좋아?’라고 물어보는데, 유리의 대답이 ‘한 장!’이어서 이 노래의 제목이 <한 장의 추억>이 됐다고 한다. 끝에 성수가 ‘난 두 장이 좋은데... 난 두 장이 좋은데...’라는 소리가 들리면서 재훈의 웃음소리로 노래가 끝나는데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마지막은 위트로 마무리하는 쿨만의 팀워크가 보기 좋다. 이것이 ‘쿨’이라는 그룹을 오랫동안 사랑받게 하고, 지금까지도 매년 여름만 되면 생각나서 잊혀지지 않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니가 행복하길 빌겠어

우리 지난날의 기억들을

너의 미래의 삶 그곳에 남겨지는 한 장의 추억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당신이 행복하도록 오래도록 비는 마음.

당신의 미래 안에 내가 함께할 순 없지만,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눈부신 추억 한 장으로 고이고이 간직한 채 남겨 뒀다면, 그걸로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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